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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taeffect Feb 28. 2024

사실을 정의한다는 것, 마케팅 (2)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를 정의하는 것이 마케팅의 첫걸음


보편적 상식이 주는 뛰어난 가치를 받아들여 가치의 아이덴티티를 찾는 과정
- 달지 않은 사과라 정의하지 않고, '신맛이 나는 사과'라고 정의하기


22년도 말에 현재의 회사에 참여하면서, 마케터로서 발견한 중요한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이 중대한 문제들은 대부분 현재 우리는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지, 우리는 진정한 사실에 기반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고객과 나눌 수 있는 경험적 가치는 현재 무엇이 있는지와 같은 제품을 정의하는 매우 기본적인 과제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기업들은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꿈과 현재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가치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영업적 측면에서는 정량적으로 매출로 이어지는 데 기여하는 것을 말하고, 기업문화와 신뢰성에 가치는 기업 자체의 정성적인 평가에 영향을 줍니다. 이 두가지의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좋은 균형을 이룰 때, 기업은 자신의 다면적 자산 내에 녹아있는 가치에 대해 잘 정의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체성의 규명하는 행위는 어떤 마케팅의 행위보다 먼저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사실 많은 기업들은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에 매우 충실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우에는 그 방향을 수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그랬습니다. 


이 년 전만 해도 많은 직원들과 동료들이 회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주요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기업의 DNA에 대한 이해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 더 큰 원인이었습니다. 거친 표현으로 비유하자면, 옆집 식당은 짬뽕을 해서 전세계 관광객들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는데, 우리는 요즘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시들한 칼국수만 만들려고 한다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보거나,  칼국수를 만든다고 해도 손님이 안올지도 모른다는 식의 불안감으로 가득한 내부인식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내부의 자신감이 없는 상황에서는 마케팅과 영업에 아무리 물리적인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희망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내부의 직원은 첫번째 고객입니다. 이들 첫 고객들이 제품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질 때 우리는 의미있는 마케팅 활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 6개월에 걸쳐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면서 동시에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정체성을 확인하고 재정의하는 과정을 수행해야만 했습니다. 


가치를 재정의하기 위한 과정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많은 부서의 담당자들이 현재 기업에 대해서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불만은 기업의 성공을 위한 걱정에 기초합니다. 어떤 불만은 기업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이고, 업무를 수행하는 절차와 인력 관리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며, 매출을 일으키는 전술적인 방향을 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터뷰는 공식적인 형식으로 딱딱하게 책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같은 동료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 내부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재 기업의 가치를 동료 직원들에게 질문하여 그들이 마음에 담고 있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자연스러운 토론이랄까요? 정체성을 확인하는 인터뷰는 형식적이거나 업무로 느껴져서는 안됩니다. 또한 마케터로서 다양한 의견들을 청취할 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제3자로서의 시각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동료들의 이야기는 매우 긍정적인 경우가 많아서 항상 즐겁습니다. 부정적인 내용도 결국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모두 기업의 성공을 위한 진심어린 고민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은 때론 매우 깊은 편견과 오해 그리고 나쁜 경험이 반복적으로 강화되어 만들어진 불신을 기초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처음부터 잘못된 기업의 가치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정적인 언어들이 더 중요합니다. 긍정적인 부분들은 보다 좋은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하면 되지만, 부정적인 부분은 그것이 만들어진 배경을 확인해야 개선의 방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거티브한 의견들이 발생한 원인을 조사하다 보면, 우리의 정체성을 잘못된 언어적 정의로 내린 과거와 현재의 오류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오류를 계속 수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떡방앗간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서 사업의 본질을 바꾸지 않아도 이 정체성의 기반으로 일정한 수준의 성공을 이룰 수 있음에도, 동료들이나 심지어 경영진까지 우리는 케익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사인 경우를 보았습니다. 모두 불안한 아이덴티티의 기반 위에 서있어서 작은 물결에도 흔들리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저희가 판매하는 제품은 자체 개발 상품과 같이 즉시 시장에 출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산업에서 흔한 이른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과 매우 유사한 서비스를 저희는 고객에게 제공합니다. 다시 말해, 바이오 제약 고객사가 개발한 제품을 바이오 의약품 제조소 내에서 생산을 대행하는 서비스라고 간략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약속한 시간 내에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 이 서비스의 중요한 본질이기도 합니다. 이는 다양한 OEM 사업에고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필수사항이기도 하며, 작은 볼펜을 제조하는 OEM과 같은 소규모 제조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전혀 새롭지 않은 본질입니다. 


바이오 의약품 수탁 제조업이라고 부르는 CDMO (contract developmen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의약품 개발 및 생산 수탁 사업) 또는 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는 결코 OEM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업적인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한 기술개발, 기술이전 그리고 상업생산기술 개발 등의 과정이 타산업에 비해서 더 일관화되어 있고, 하나의 의약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한 상업화 목적의 생산을 하는 경우 전체 생산 서비스의 라이프 사이클이 다른 일반적 제조업보다 더 길기 때문에 고객과의 중장기적 협력이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바이오 의약품의 이러한 특성도 다른 산업의 상식과 유사한 부분이 더 많습니다. 다만 바이오다, 제약이다라고 산업의 영역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순간 대부분의 기업들이 보편적 상식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첨단 산업의 영역에 걸맞는 새로운 마케팅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첨단 산업 분야라고 해서 첨단의 마케팅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비즈니스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려는 최선의 태도가 마케팅의 좋은 시작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고객과 함께 협력하는 라이프 사이클이 길거나 큰 협업은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기업의 정체성과 가치의 정체성을 정확한 사실을 기초로 좋은 마케팅 언어로 정의하는 것이 마케팅의 첫단추입니다.


고객에게 제공할 서비스 또는 제품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때, 우리는 고객에게 우리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복잡한 마케팅과 영업의 전략을 수행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선결과제입니다. 


하지만 기본으로 돌아가는 이 과정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신맛이 나는 사과가 있습니다. 


어떤 마케터나 동료는 달지 않은 사과라고 하고, 또는 맛없는 사과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사과에 대한 이상적인 정의는 '신맛이 나는 사과'입니다. 신맛이 나는 사과는 팔 수 없다거나 맛이 없다는 식의 편견은 기업을 실패하게 만듭니다. 신맛이 나는 것을 알지만, 신맛이 난다는 사과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지 않는 것도 매우 심각한 마케팅의 오류입니다. 사과를 맛보는 고객이 신맛이 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하게 정보를 전달했다면, 이는 마케팅의 중요한 실패입니다. 이상적인 마케팅 방향은 신맛이 나는 사과는 신맛이 난다고 해야 하고, 신맛의 풍미가 자닌 장점과 단점을 고객에게 바르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런 기본에 충실한 노력이 기업에 필요합니다. 



고객의 여정에 대한 이해 - 이미 알고 있는 마케팅 생태계


바이오 제약 산업에 종사하면서 매일 느끼는 것이지만, 우린 결코 남들과 다른 산업에 있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판매할 제품이 주어지면 마케터는 어떻게 고객을 설득할 것인가에 집중하듯이, 이 분야에서도 동일한 고민을 반복하고 전략을 구축하면 됩니다. 


해외의 기업들은 "customer's journey"라는 말을 마케팅과 영업에서 보편적으로 자주 사용합니다. 

'고객의 여정'이라고 하면 처음에는 어색하게 들리지만, 이 단어를 사용하는 마케터와 영업전문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난 뒤에는 아주 중요한 단어임을 깨닫게 됩니다. Customer's Journey는 간단합니다. 고객이 어떤 서비스나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최종적으로 구매 결정을 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자신이 디자인한 볼펜을 소량이든 대량이든 특정한 목표에 따라 개발하고 생산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게 되는 경우를 전제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원하는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볼펜을 생산하기 위해서 고객이 어떤 기획 과정을 수행할지를 상상해 본다면, 이미 고객의 여정에 대한 이해는 끝났습니다. 새로운 볼펜을 개발하고자 하는 여러분의 고려사항은 명확합니다. 특별한 기능이 있어야 하고, 같은 파란색이라고 하더라도 차별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인체공학적인 고려가 있는 형태이어야 하고, 품질은 경쟁사와 유사하거나 더 뛰어나야 하고, 생산가격은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또한 만약 플라스틱 사출을 위한 금형 개발이 별도로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1회 생산 주문 당 최소 주문 수량도 파악해야 하고, 주문 수량 단위별 단가 변동 여부도 고려합니다. 전체 비용도 고려하죠. 당연히 몇 개의 기업으로부터 견적도 받고 이를 토대로 전체 예산을 설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객은 낮은 가격만을 추구하지 않고,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불량없이 납기 내에 공급할 수 있는 신뢰있는 업체를 선정하고자 할 것입니다. 고객이 이러한 고민의 과정을 통해서 OEM 기업을 찾아내고 최적의 파트너를 선정할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는 것이 '고객의 여정에 대한 이해'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기술 산업의 경우에도 고객이 우리와 만나게 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고객의 여정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고객의 여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어떤 길목에서 어떻게 고객을 기다릴지 또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고객과 이야기를 할지에 관한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바이오 분야에서의 고객의 여정은 결코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고객의 여정에서의 실무는 후에 좀더 상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먼저 고객의 여정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과  영업의 프로세스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고객 발굴을 위한 활동: 잠재적 고객의 리스트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cold call 및 warm call 을 수행하고, 고객의 의도를 파악합니다. 잠재적 고객 리스트를 분류하여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에서 고객 관리 캠페인을 정의합니다. 

(2) 리드가 확인된 고객: 긍정적인 반응 및 의도가 확인된 잠재적 고객은 Qualified Lead로 분류하여, 보다 적극적인 관리를 합니다. 

(3) 제품 또는 서비스 정보 교환: 기업이 잠재적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고객이 요구하는 니즈(needs)를 파악하여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합니다. 

(4) 기회 분류: 보통은 lead 이후에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고객 발견은 opportunity (기회)라고 분류합니다. 보통의 리드와는 다르게 opportunity의 경우에는 고객의 요구에 기업이 대응할 수 있어서 협상 및 논의를 통해 견적 등의 제안서를 제안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합니다. 


이 후의 단계에서는 영업 및 기술 등의 다양한 전문가가 고객과의 협력을 의한 주요 협의를 진행하고 마무리하게 됩니다. 위의 주요 단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마케팅의 환경이 필요하고, 각 업무에 따라서 수많은 업무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역시 후에 좀더 상세히 다루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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