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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Breasts Nov 14. 2024

15. 내 불운의 끝은 어디인가요?-(1)

part2 – 불행 n 단 콤보의 서막 : 예상치 못한 불행의 연속

2016년 나는 만 40세가 되었다. 공단 건강 검진은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이었는데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내 직급에 받을 수 있는 추가 항목들이 조금 더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검진을 함에 있어서, 머리 아래쪽으로는 검사를 받지만 머리 위쪽으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해 왔었다. 그래서 40이 된 기념으로 나의  머릿속을 검사해 봐야 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나는 뇌출혈이나 뇌경색등, 뇌에 관한 병에 대한 관심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많이 있었고 그런 일들은 왜 생기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 왔던 상태였다. 뇌출혈이나 뇌경색으로 뇌손상이 올 경우 살아 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럴 경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그것은 아마도 나도 모르게 내 내면이나 나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너의 뇌 안에는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따라서 건강검진에 항목을 추가하여 드디어 엠알아이를 찍었다.  뇌 엠알아이는 40 평생 처음 찍어 본 것이다.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 사실에 대해서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건강검진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다행히 뇌종양은 아닙니다. 그런데 뇌동정맥기형으로 보이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아 보셔야 합니다”     


이것은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인터넷으로 “뇌동정맥기형”이란 단어를 검색했다. 41 평생 처음 듣는 단어였다. 뇌동정맥도 그렇지만 그것이 또한 기형이라니. 결론은 동맥-모세혈관-정맥의 시스템을 통해 혈류가 흐르는게 정상인데 뇌동정맥기형 환자들은 중간의 모세혈관이 없어서 동맥에서 정맥으로 피가 바로 흐르게 되면, 모세혈관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기형혈관이 자라나게 된다. 이 기형혈관은 혈관 자체가 너무 약해서 충격이나 혈압에 의해 뇌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또한 간질발작을 일으키기도 하며 이에 대한 치료 방법은 혈관기형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도 이게 무슨 뜻인가 계속 되뇌었다. 41 평생을 살았지만 두통도 없었고 간질발작도 없었는데 나의 뇌혈관이 뇌동정맥이 기형이었다니. 그간 아무 문제없었던 것에 우선 감사를 드려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인가? 오랜 회사 생활을 하고, 많은 술을 마시고 숙취의 몸 상태로 회사를 나가서 또 일을 하고 했는데도 터지지 않은 나의 뇌혈관과 나의 운명에 감사를 드려야 맞겠지.      


대형 병원을 예약하고 외래를 보고 뇌혈관 조영술이라는 것을 하기로 했다. 뇌혈관 조영술을 해야만 나의 뇌혈관의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뭔가 자포자기하는 심정과 제발 모든 것이 오진이길 바라는 심정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뇌혈관 조영술은 생각보다 더 무시무시한 시술이었다. 사타구니에 있는 대동맥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고 거기에 카테타를 쑤셔 넣어 나의 뇌 부근까지 올려 보낸다. 그리고 조영제를 넣고 사진을 펑 찍는데 뭔가 나의 뇌가 번쩍하는 느낌이 든다. 시술 시간은 약 40분이었는데 마취 없는 40분은 긴장 그 자체의 시간이었다. 이 보다 더 한 것은 조영술을 마친 후 3시간 동안 움직이면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뇌혈관 조영술을 해 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조영술도 조영술이지만 3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해서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말이다. 


뇌혈관 조영술의 결과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니, 나의 기형혈관의 크기는 무려 3센티나 되었고 중요한 것은 위치가 너무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외과적 수술은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주치의 선생님은 아마도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이것을 제거할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어떻게 발견하게 되셨어요?”라고 물으셨을 때, 궁금해서 그냥 엠알아이를 찍었다고 대답했더니 대다수의 사람들은 교통사고 혹은 두통이나 간질발작으로 알게 된다고 하였다. 아무 증상이 없는데 스스로 엠알아이를 찍어서 발견을 했다니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말했다.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라면 이런 것 자체가 없어야 할 것 아닌가...      


조영술 2주 후 수술날짜가 잡혔다. 외과적 수술이 어려운 관계로 다른 방법도 고려하다가 결국은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기로 했다. 감마나이프 수술이라는 것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감마선은 들어 봤어도 감마나이프는 뭔가. 감마선을 칼처럼 이용해서 병변을 수술한다는 말인가? 감마나이프 수술은 나처럼 외과적 수술이 어렵거나 위치가 좋지 않은 수술에 많이 이용된다고 하고 부작용도 낮은 편이라고 하여 비교적 안심을 했다.      

처음에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개두수술을 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를 열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은 결혼을 2개월 앞두고 있었던 때였기 때문에 개두수술을 한다면 결혼식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큰 고민이었다. 결혼을 미뤄야만 하나. 하지만 나의 남편은 개두수술을 하더라도 가발을 쓰고 결혼식을 올리면 그만이라고 했다.      


 지금 현재, 이때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시간 역시 나에게 있어서 아주 심각한 때였다는 것을 이제야 다시 복기한다. 거의 7년 전의 일이지만 뜻밖의 희귀 난치성 질환의 발견과 그것도 개두수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문제와 더불어 결혼을 앞둔 때였으니 그 동안 잊어서 그렇지 그때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감마나이프수술은 수술 전 머리에 “렉셀 프레임”이라는 것을 씌운다. 이것은 모양이 우주인이 착용하는 헤드셋 같이 생겼는데 감마나이프 수술대에 올라가면 머리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수술대와 내 머리를 결합시켜 고정시키는데 이용하는 도구이다. 감마나이프수술은 아프지 않았지만 이 프레임을 씌울 때는 쓰라리며 아팠다. 부분마취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진정제만 투입한 상태에서 이마 두 군데와 머리 뒤쪽 두 군데에 프레임을 끼울 구멍을 낸다. 눈물이 찔금 났다. 그리고 이 프레임을 한 상태로 감마나이프 전에 다시 뇌혈관 조영술을 받아야 하고 수술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오전 7시 30분경에 프레임을 씌우고 감마나이프 수술실에 들어간 시간이 대략 오후 1시 정도였으니 프레임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 동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수술 전 감마나이프 수술해 주실 선생님을 만났다. 나의 주치의는 외과 수술 담당이셨는데 감마나이프 수술 당일에 다른 분이 수술을 해 주신다는 처음 알았다. 감마나이프에 대해서 이거 저거 알아보던 중 의학뉴스 어느 한 꼭지에서 봤던 분이 나타나셨다. 그 의학 뉴스에서는 감마나이프수술의 대한민국 최고 권위자라고 나와 있었고, 그분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니 나는 무엇인가 구원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께서는 단호하고 깔끔하게 나와 가족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 병은 짧은 명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가지고 태어나는 병이다. 그러나, 환자분은 오늘 이 수술을 받게 되었으니 운명이 바뀔 것이다. 사는 동안 뒷목을 잡을 만큼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가족들은 환자분이 화가 나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써야만 한다. 앞으로 평생 화내지 말고 살아야 하는 병이다.”      


우리 가족은 선생님의 말씀을 하느님의 말씀처럼 새겨들었다. 절대 화가 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 그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 줄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우리 가족은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나는 이 모든 일 또한 정말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치의 선생님이나 다른 전공의들도 뇌혈관이 터지기 전에 스스로 찾아오는 일은 드문 일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통사고 및 머리를 다쳐서 엠알아이나 시티를 찍다가 이 병을 발견한다고 하니 40년 간 아무 증세 없이 살아왔다는 것 또한 어쩌면 운이 좋거나 불운을 피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나쁘게 하려면 얼마든지 나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은 내게 자존감이 높다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정신승리에 능숙한 인간형이라고도 하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면 한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뇌동정맥기형이라는 병은 선천적인 질병이다. 그래서 이 병이 진단이 된다면 보험 진단 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내 신체의 질병으로 보험 진단 금을 받는 것이 썩 유쾌한 일도 아니지만 나는 진단 금엔 전혀 관심도 없었고 이 병에 대해 공부를 해서 조금씩 알아 가면 알수록 그동안 내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속 깊이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삶이 만약 그냥 평범하여 20대 후반 30대 초중반에 결혼하고 집안 살림하면서 육아를 하는 삶이었다면 모를까, 나는 24살에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 뇌동정맥기형으로 판명되기 전까지 주 4회 이상의 음주를 하던 사람이었다. 음주 후엔 음주만 따르는 것이 아니다. 1차는 2차로 이어지고 2차는 3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면 노래방까지 가서 늦은 밤에 귀가하기가 일쑤였고 무거운 숙취를 가지고 출근을 하면 하루 종일 피곤함을 느끼고, 퇴근할 무렵엔 또다시 친한 동료들과 한 잔 하러 회사 근처나 강남으로 나갔다. 그런 생활을 약 15년을 넘게 했는데도 두통 한 번 없었다니, 이 병의 질환으로 나타나는 간질 발작 한 번 없었다니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나를 또 위로하고 내 마음을 부여잡고 다독이고 모든 일이 잘 될 거야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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