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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Breasts Jul 12. 2024

7. 나는 이미 나의 장례식장을 보고 있었다.

part1-암은 내 가슴에...

극단적인 상상은 나를 이미 나의 장례식장으로 이끌었다.



나는 나의 상상으로 나를 잠식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 내 마음의 동요를 멈추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제동이 불가한 나의 상상력은 나를 이미 가장 최악의 모습까지 머릿속에 만들어 놓았다. 대체, 이런 상황에서 좋은 쪽 보다 나쁜 쪽으로 상상하는 사람은 설마 나만 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은 잠시였을 뿐이고, 이미 나의 암은 전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내 몸의 작은 이상 징후까지도 암으로 인한 것이라고 믿게 하였다. 예전부터 있었던 작은 혹이나 상처조차도 암의 전이에 의한 것은 아닌지, 뼈와 관절이 아픈 이유가 혹시 뼈 전이가 있어서는 아닌가. 이 망상을 멈출 수 있다면 정말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나의 방어기제에서부터 기인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좋은 경우를 생각하고 있다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나올 경우 받을 수 있는 타격이 더 클 것이므로 나는 무의식을 가장하고 일부러 더 나쁜 생각을 반복해서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망상의 끝에서 나는 나의 장례식장을 보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 장례식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용히 가족끼리 치르는 장례식이라면 충분한 것이고, 나의 아픈 모습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고 특히나 나의 마지막 모습이 내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아픈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은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상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이었다.     


나쁜 상상을 하는 와중에도 열 번 중 한 번은 좋은 상상을 했다.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나서 다시 검사를 해 보니 모든 것은 오진이었거나 있었던 암이 사라져 버리는 일이 생긴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 하지만 이런 상상은 아주 짧았고 극단적으로 나쁜 상황의 상상을 훨씬 많이 했다. 내 마음대로 나 자신을 조절할 수가 없었다. 망상은 호텔 뷔페 어디선가 보았던 진한 브라운 색의 초콜릿이 뿜어져 나오는 초콜릿 분수처럼 끊임없이 솟구쳐 올랐다.       


 나쁜 상상을 계속하고 끔찍하리만큼 걱정을 해야 나에게 나쁜 일은 안 일어날 것이라는 내 안의 무의식의 지시일지도 모른다. 내 장례식장에는 누가 올까? 내가 죽었다는 말을 들은 내가 알았던 사람들은 어떤 표정일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무 영양가 없고 생산성 없는 상상들로 나는 혼자서 눈물을 찍어내기도 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당시에 엄마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생각과 상상을 멈추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만 했다. 혼자서 집에 있는 일은 정말 최악이었다.      


 일단 햇빛을 보고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암 진단받기 2년여 전부터 열심히 걷기를 하던 차라 오래 걷는 것 정도는 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걷고, 오르며 몸을 힘들게 하니 머릿속이 비워지는 것 같았다. 벅찬 숨을 쉬고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운동의 힘듦은 잡념을 멈추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오로지 몸의 힘듦에만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오전에 일찍 나가면 7시에도 나갔다. 다행히 날씨가 좋기도 하였고, 일찍 나가서 한 다섯 시간쯤 걷거나 등산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배가 고파서 입맛이 좋았다. 그러면 낮잠을 자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몸을 많이 쓰니 당연히 꿀잠을 잤다. 그리고 또다시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나의 감정은 극단적 천국과 지옥의 반복이었다. 괜찮았다가도 너무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지인이나 친구들이 겉으로 보기에 나는 의연해 보였다고 했다. 아침마다 동네 말 바위에서 내가 얼마나 내 가슴을 치며 울었는지 말 바위만 알 것이다. 아직 대형 병원의 초진을 받아보지도 않았는데도 나는 이렇게도 내가 나 스스로를 최악의 상황에 몰아넣었다가 한 번씩 꺼내어 최고의 상황에 두기도 하고 이런 생각의 반복은 수술이 끝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속되었다.      


 “나쁜 생각은 그만해, 좋은 생각만 해도 모자랄 판에...”     


 나도 내가 암이 아니라면, 내 곁에서 최악의 상상을 하는 암에 걸린 친구가 있다면 좋은 생각만 하라며 진심으로 위로를 해 주었을 것이다. 그것이 진심인 줄은 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모르는 사람의 진심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내 곁에 나의 지인 넷이 최근 유방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기다리는 중이고 그들이 내게 연락을 해 왔다.     


“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지? 그건 우리가 스스로 감내해야만 하는 문제야. 그러니까 그냥 견디어 내자. 나는 네 마음을 온전히 다 이해해. 그러니 나한테 말해.”    

  

라고 나는 말한다. 내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위로는 미안하게도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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