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옳음만 추구하면 안된다.

전에는 맞는 말만 하던 놈이, 뽑아놓으니 왜 이렇게 바뀌었어?

by 요크셔티

# 정치란 무엇인가?



사람들 간,

'어떤' <권력>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언제, 왜' 사용하는가를

결정하는 것.


하지만 이 정의는 오늘 하려는 말에 관해 충분치 못하다.








# 그렇다면, 정치란 무엇인가?


좀 더 지엽적으로, 정치는 "옳음과 옳음 사이의 타협"이다.

이 제한된 정의는 정치 '과정'에 더 진한 초점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속해있는 '민주주의'라는 맥락에 더 부합한다.




# 정치와 상식


정치 뉴스를 보다보면 '상식'이 언급되는 경우가 꽤 많다.

"비상식적인" "제발 상식적으로만 하자" "상식적인 정치"

상식에 관한 말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나?

상식은 모두에게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것이고 모른다면 모르는 사람이 잘못이다. 상식에 다다르지 못한 사람은 좀 더 공부를 해서 내 쪽에 있는, 내 편의 사람들이 서있는 선까지는 와야 한다. 나는 상식적이고 너는 비상식적이라는 것은 '다름'의 문제가 아니라 '틀림'의 문제다.

그리고 당연히 언제나 내가 상식적인 쪽이고 반대에 있는 당신은 비상식적인 쪽일 것이다. 웃기게도 양쪽 다 같은 말을 한다. 당연히 너가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당연히. 그렇지만 잘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 좀처럼 없다.




# 사실은..


하지만 우리 모두 정치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안다. 잘 생각해 보면, 아주 똑똑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안에서도 정치 성향이 다른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왜일까? 둘 중 하나가 명백히 틀린 쪽이라는 전제는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의 진영을 상식의 기준으로 설정하고 나면 우리는 너무도 큰 오류를 목격하게 되는데, 그건 우리의 울타리 밖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너무나 다양해 범주화시킬 수도 없는 사람들- 모두를 비상식적인 사람으로 낙인찍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한 쪽은 상식적이고 다른 쪽은 비상식적이라던가 한 쪽은 히어로고 한 쪽은 빌런인 설정은 잘못됐다. 각각의 진영 모두 수많은 세월 동안 걸쳐 탄탄하게 세워 지어졌던, 또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는 거대한 기둥들과도 같다. 두 탑 모두 각각의 뿌리로부터 그만의 방식으로 뻗어나가왔다. 그 지반에는 역사, 철학, 정치학, 경제학이라는 탄탄한 근간이 각자의 주장을 대변하고 증명하는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정치는 내 "옳음"과 너의 "틀림"의 대결이 아니라 나의 "옳음"과 너의 또 다른 "옳음"간의 대결인 것이다.



# 정치는 옳음만 추구할 수 없다.




전에는 맞는 말만 하던 놈이,

뽑아놓으니 왜 이렇게 바뀌었어?




두 옳음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타협이라는 매개를 필요로 한다. 네 말대로도 내 말대로도 해봐야 한다. 21세기 한국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선거라는 도구에 도움을 받아 누구 말대로 할지를 결정하곤 한다.


너도 나도 옳다면 하나만 할 수는 없다. 내 옳음과 달라 보이는 너의 옳음도 시도해봐야 하는데 여기서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너의 것이 우리에겐 너무나도 탐탁지 않아 보이는 데 있다. 그러니까 꼭 우리 편을 들라고 앉혀놓은 놈이 왜 자명한 모범답안을 안고르고 맘에 안드는 일을 하는가. 전에는 우리 말 꼬박꼬박 들을 것 같았는데 말이다. 전장에 나간 정치인은 타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장에 나가기 전 아군 진영에서는 할 필요가 없었던 말과 행동이 상대를 마주하자 필수적이게 됐다. 전에는 단지 옳음을 주장하면 될 뿐이었지만 실제로 정치 과정을 수행해나가야하는 상황에 와서는 타협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정치인은 절대로 옳음만을 추구할 수 없다. "이 사람은 진짜 믿었는데.. 결국 정치인은 믿을게 못되는구나.." 우리의 착각이다. 정치는 특정한 옳음에 의해 요구되고 추동되곤 하지만 결코 그것만으로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 정치는 항상 옳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옳음과 옳음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협일 뿐이다.




# 정치의 주적. 정치적 사법화


"옳음과 옳음 사이의 타협"으로써의 정치와 대비되는 것이 사법 판단이다. 사법적 판단은 '옳음과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다. 정치적 사법화가 문제가 되는 것이 그 지점인데, 사법적 판단이 옳고 그름을 규정해버리고 나면 더 이상 '옳음과 옳음 사이의 타협'의 공간, 정치의 공간은 자리를 잃게 된다. 정치는 너와 나 사이의 인정, 존중이 전제가 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타협이기 때문에 정답이 있어서는 안 된다. 법정에는 정답이 있어도 정치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없어야만 한다. 정치는 정해진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끝나지 않을 과정의 연속이다.


그러니 요즈음 정치인들과 관련한 재판, 구속, 고발과 같은 사법적 조치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위협적인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문제가 더 심각한지도 모른다.


+) 그리고 PC주의

완전히 같은 맥락에서 PC주의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이다. 이들은 어떤 Correctness를 정하고 그것을 사회 전반에 적용시키려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옳음을 다른 모든 이에게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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