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과 흐름 사이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다

경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더 또렷해지는 것들

by 초바샘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허문 시드니에서 우리 가족의 경계도 무너졌습니다.

본다이 비치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파도는 쉼 없이 밀려오지만, 결코 소란스럽지 않은 움직임, 아이들은 모래 위에 앉아 있었고, 저는 아무 말 없이 바다에서 하염없이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았습니다. 도시는 보통 무언가를 분주하게 만들어내는 생산의 공간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해도 좋았습니다. 해변을 뛰어다니는 데는 아이나 어른이 없었습니다. 작은 운송수단을 타며 노래를 부르는 어른들, 어떤 경계도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가족들...


자연은 ‘분주함을 멈추게 하는 힘’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다이 투 쿠지 코스탈 워크를 따라 걷는 동안, 길은 단순히 이동의 수단이 아니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나란히 걷고 있었지만,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생각을 지나고 있던 그 시간, 가족은 함께 있지만, 동시에 각자의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그렇게 경험했습니다. 개인 투어를 잘못 예약해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공연과 겹쳤던 블루마운틴 투어, 돈을 두 배나 더 내고 가족 투어로 변경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호주에서 두 딸을 대학 보내며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미스터 최 님의 시드니 생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현지인의 인터뷰였습니다.


도시를 벗어나 도착한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그리고 링컨스 락 앞에서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인간은 늘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려 하지만, 그곳에서는 중심이라는 개념이 무너졌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절벽 앞에서 ‘나’라는 존재는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또렷해졌습니다. 작아짐을 통해 선명해지는 것, 그것이 자연이 주는 아이러니였습니다.


페더데일 시드니 야생동물 공원에서 아이들은 코알라를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생명은 지식으로 알던 동물과는 전혀 다른 존재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코알라가 없다는 것을 아시나요? 코알라는 친근한 동물이라 동물원에서 봤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습니다. 호주 여행을 가면 코알라와 사진을 찍고 싶다던 막내 아이의 소원을 이루러 갈 차례입니다. 들뜬 마음으로 동물원 거닐다가 만난 ‘유진이’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은 코알라입니다. 유칼립투스 잎을 줘가며 달랬던 생명체의 눈빛이 떠오르는 밤입니다. 지금도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아이들과 지금도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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