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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아오라 Mar 11. 2024

버스에서 당한 인종차별과 학교에서 겪는 차별.

짜증 난다. 진짜 짜증 난다. 열받는다. 무섭다.

어제 일요일의 일이다. 낮에 바다를 가기로 했다. 그래서 오전에 래시가드를 찾아봤다. 오잉? 바지가 없네? 바다 시간표를 보니 2시가 간조였다. 그래서 오전에 수영복 바지와 초밥, 매트를 구매하기 위해 베이페어를 가기로 결정했다. 딸과 함께 옷을 챙겨 주는데 나의 딸이


"엄마! 오늘 브이로그 찍을게. 그러니까 바지랑 티셔츠 말고 예쁜 원피스를 줘. 머리는 가운데 가르마로 양쪽을 정확하게 묶어서 반머리 처럼 해줘."라고 요청했다.


나의 딸 유치원 때 선생님과 함께 2월에 왔었다. 그때 선생님이 사준 원피스를 꺼냈다. 딸이 제일 좋아하는 원피스다. 딸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이행한 스타일링으로 완성. 우리는 신나게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25분가량 직사광선을 맞으며 기다려 버스를 탔다. 주말 11시쯤이라 그런지 버스는 꽉 차있었다. 언뜻 보니 뒷문을 기점으로 뒷좌석은 십대들로 가득했다.


"Good morning, how are you? can I have one child, one adult ticket please."


영어를 쓰는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이제 영어로 제법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딸을 보며 흐뭇했다. 저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어쨌든 성인 3.40, 어린이 2달러를 내고 종이 티켓을 받았다.

정신이 없어 표를 찍지 못했다. 2월 10일 찍어둔 표다.

한국처럼 돈 내면 승객이 손잡이를 잡거나 앉기도 전에 출발하지 않는다. 앉거나 잡고 설 때까지 기다려준다. 이건 아주 좋단 말이지!~ 문제는 자리에 앉고 나서부터였다.

빈 좌석에 앉으려니 십 대들 앞자리 밖에 없었다. 그 좌석으로 걸어가는 중에 어떤 새끼가 아주 빡큐를 적나라게 들어서 흔들거리며 윙크를 하는데 그때 깨달았어야 했는데. 그 자리에 앉으면 안 된단 것을 말이다.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 다행히 나의 딸은 빡큐가 욕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의 딸은 기분 좋게 버스 좌석에 앉았다. 그 뒤로 주욱 십대들이 앉아 있었는데. 차가 출발하면서 우리를 향해 "니하오. 쒝쒝. 칭칭 챙챙. 이디엇. 니하오 뻑. 니하오 뻑큐, 곤니찌와 빡큐. 차이니즈 헬, 제패니스 고투 헬 등" 수많은 욕들을 쏟아내며 신나게 웃고 떠들어 댔다. 나는 딸이 있었기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야 이 개새끼야. 미친 씨발럼아. 너거는 애미 애비가 그릏게 가르치더냐 개쉑키야. 니미럴 섺꺄."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나의 딸이 가만히 있다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고투헬? 이거 신비아파트 만화에서 들었는데. 지옥 가? 이런 말 아냐? 근데 재패니즈 빡큐가 무슨 말이야?"


대답을 해주려던 찰나, 뒤에 앉은 백인새끼가 나의 딸 어깨를 서너 번 찔렀다.


"아놔. 이 호로새끼가. 미쳤나?"


지랄을 하려고 했는데 그때 부터 겁을 먹은 나의 딸은 울기 시작했다. 그날 버스는 꽉 차있었으나, 누구 하나 키위들에게 그만하라는 사람은 없었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 맞다 싶더라. 친절하지만은 않은 것이고, 누구하나 불이익을 당하기 싫고, 괜한 싸움에 말려들기 싫은 것이다. 쳐다보는 사람은 있으나, 그걸로 끝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일어나서 내리면 미친놈들이 따라 내릴 것 같아 일단 잠자코 앉아있었다. 좀 있으니 다른 정류장에서 아시아인 여자가 탔다. 그 여자를 향해서도 무차별 욕을 쏟아 냈다.


<뉴질랜드의  인종차별이 호주만큼 맵다.>


나의 카카오톡에는 타우랑가 단톡방, 뉴질랜드 단톡방이 있다. 그냥 이곳에 사는 불특정 다수의 한인들이 모여 있는 얼굴 모르는 이들로 채워진 단톡방이다. 그 방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한국보다 이곳이 낫다는 건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현타가 와서 그런 건지. 어디 한 군데가 딱 더 좋다는 말은 못 하겠다. 한국이나 이곳이나 장단점이 있는데, 큰 단점은 인종차별과 학교에서의 차별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해도 문화가 달라서 그렇다는 둥, 한번 더 이야기해볼게라는 둥의 대답만 돌아온다. 내가 이곳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기에 문화를 다 이해하기 어렵고, 학교의 시스템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고, 무엇보다 영어로 내 생각을 자유롭게 주절주절 대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단 점이다.


<언어! 이거 생각보다 골 때린다. 아니 뼈를 때린다.>

 

우리가 이것을 견뎌내며 뉴질랜드에서 맞벌이로 먹고 살 정신이면 한국에서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지 않을까? 요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겹치는 요즘 버스에서 만난 미친 십대들의 행동은 타격이 컸다. 그날 버스에서 만난 그 아시아인 아줌마만이 우리를 이해하는 눈빛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그 아줌마가 우리를 불렀다.


"너의 딸 괜찮아? 자. 휴지야. 눈물도 닦고 진정해. 내가 한번 안아 줘도 될까? 다 지나갈 거야. 나는 버스에서 길에서 몰에서 종종 겪어. 이곳에서 살려면 강해져야 해. 울면 지는 거야."


정신이 없어 너 어느 사람이야? 도 묻지 못했다. 상대방이 영어로 물으니 나도 영어로 대답했다.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아마도 중국 사람 같다. 그냥 그 영어 억양이 중국인 억양인 것 같다. 외국에 나오면 국뽕이 차올라 애국자가 된다. 또 같은 아시안끼리 돕게 된다.


<뉴질랜드에서 최악의 인종 차별을 당했고, 그날 같은 버스에 탄 중국인은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한참을 훌쩍이던 딸은 탱크 C라는 주스가 먹고 싶다고 했다. 곧장 몰 안에 있는 가게로 가서 그 음료를 사주었다. 평소에는 half 사이즈를 사주지만 이날은 medium으로 사주었다. 그걸 먹으며 진정이 된 딸에게 집으로 돌아 갈래?라고 물었더니 딸은 조금 괜찮아졌는지 제법 의젓하게 이야기를 했다.


"시간 내서 왔는데 그냥 가? 온 김에 사가자. 안 그러면 또 와야 하잖아. 또 오기는 싫어. 그리고 나도 이곳에 오면서 사고 싶은 게 있었단 말이야. 애쉬가 바르는 립글로스는 어디에서 팔아? 나도 반짝반짝하는 거 바르고 싶어. 귀도 좀 뚫고 싶기도 한데 무서우니까 그건 일단 안 할래. 립글로스 사고, 액세서리 가게에 좀 가자. 거기 구경 좀 하고 싶어."


그러고 보니 나의 딸이 크로스 가방을 메고 있네? 그 가방 안에 용돈이 들어 있다. 음료를 다 먹고 SEED에서 립글로스를 구매했다. 연한 핑크색 컬러와 진한 핑크색 컬러 중에 한참을 고민하더니 연한 색을 선택했다. 나의 딸은 자기 가방에서 20달러를 꺼내어 직접 계산을 했다. 그리고 종이 가방을 들고 가게를 나왔다.


"엄마. 나 좀 쿨 하게 보이지? 립글로스를 산 종이 가방을 들고 있는 내 모습 어때? 아까는 우느라 브이로그를 못 찍었는데 지금부터 쇼핑하는 모습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아. 엄마 생각은 어때? 이거 찍으려고 일부러 원피스 입었단 말이야."


그렇다. 뉴질랜드에 와서 나의 딸은 유튜버가 되었다. 평소 동경하던 유튜버들처럼 자기도 뉴질랜드생활을 찍고 싶다 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키티캣츠 kittycats로 검색하면 된다.

그리고 액세서리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동전 지갑도 구매했다.

나의 딸은 벌써 버스에서의 일은 까맣게 잊은 듯 보여 다행이었다.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머피와 한참을 놀았다. 이제는 외출하고 돌아오면 머피가 현관 앞에 앉아 기다린다. 나의 딸이 슬픈 일이 있어도, 속상한 일이 있어도, 집에 있는 게 무료해도 머피가 있어 괜찮으니까.


<고양이가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월요일. 일요일 저녁 6시 7분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weekly update 메일이 도착했다. 메일을 열어 찬찬히 읽어 보고 혹시나 싶어 번역기로 한번 더 읽었다. 오잉? Mihi booklet과  new words list를 보냈다는데 없는데? 그런데 내가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을 받게 된 건 불과 3주 전부터다. 10주 수업 중 지금 7주 차 수업인데, 선생님 메일은 3주 전부터 받은 것이다. 휴. 말하자면 길다. 말하자면 속 터진다. 그놈의 문화. 똘 그 문화의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이해하고 그냥 받아들여야만 한다. 어쨌든 3주 전부터 new word list 보낼 거라는 메일을 받았는데 한 번을 오질 않네? 이 정도면 나도 많이 참은 거 아닐까? 더 참아야 했나?


< 혹시 내가 참고 기다려야 했다고 생각이 든다면 댓글에 좀 남겨 주면 좋겠어요.>


나는 곧장 유학원에 연락을 했다. 그동안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것은 버디 트립 동의서와 야외학습 참여 동의서 2장만 제때 받고, 과제 관련 페이퍼는 한 번도 제때 받질 못했다. 또 말하지만 지금이 7주 차다. 7주 동안 매번 선생님의 메일을 받고 과제가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혹은 과제를 내지 않은 아이들이 있는데 제출바란 다는 노티스를 보고 알게 된다. 그러면 나의 딸은 당연히 페이퍼가 없으니 다음날 학교에 가서 그걸 받아 온다. 이게 말이 되는 걸까? 그래. 설령, 학교 일과 중에 한 시간씩 주 3회 이솔 수업을 듣는다. 하필 선생님이 그때 유인물이나 과제물을 나눠 준다 치자. 그러면? 학생 한 명이 없을 때 줬으면 그 학생이 돌아오면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선생님 챙겨 주지 않는 게 당연하다. 페이퍼를 나눠 줬는지 안 줬는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에게 가서 제가 안 받은 종이가 있나요? 직접 묻고 받는 게 당연하다. 어떤 게 맞는 걸까요?>


문제는 나의 딸은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도 눈치로 대부분 안다. 그런 아이가 선생님에게 가서 " 제가 이솔 수업 간 시간엔 아이들에게 따로 나눠준 유인물이나 과제물이 있어요? 혹시 있다면 저에게도 주실 수 있나요? 과제물을 나눠 준 게 없으면 아이들에게 알려 준 공지사항 같은 게 있어요? 있다면 어떤 공지사항인지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불가능하다.

우리 애만 못 받는다. 유인물이나 과제물을 못 받았단 사실을 매주 일요일 저녁 메일을 통해 알게 된다. 그러면 월요일에 가서 지난주 과제물을 못 받았는데 줄래?라고 물으면 선생님은 또 생긋 웃으며 주긴 한다. 그러나 미안해 블라블라. 이런 말은 없다. 선생님은 항상 이렇게 대답을 하며 준다.


"오? 그래? 줄게. 자, 지났지만 내일까지 줘."


주긴 준다. 주긴 준다. 주긴 준다. 주긴 주니까 웃으면서 주니까. 기분 나빠하며 주는 게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고 그래야 하나? 현타가 온다. 도저히 안되어 유학원에 이야기를 다시 했다. 선생님이 또 안 준 것 같다. 그랬더니 월요일에 학교에서 만나자고 했다.

유학원 선생님과 함께 유학생 담당 선생님에게


"아니. 다 좋아. 선생님도 친절하고 아주 활기차셔. 선생님이 바쁜 것도 잘 알아. 바쁘시겠지. 그래도 이 아이는 영어를 못 알아듣는 부분이 많으니까 선생님이 유인물이나 공지사항을 한번 더 알려 주거나 체크해 주면 좋겠어. 이 아이의 엄마가 기분이 나빠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야. 그래도 속상하잖아. 그러니까 담임 선생님에게 그동안은 유인물이 계속 빠져서 못 받아서 지나서 받고 그랬으니까 앞으로는 그런 일 없게 잘 이야기해 줘. 그러면 고맙겠어." 이야기를 했다. 사실은 굉장히 화났었지만, 이곳은 언어도 문화도 다르니까. 절대 차별이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어렴풋이 떠올랐다. 호주에서 겪었던 차별의 기억들이.

지나가다 계란을 맞은 적이 있다. 대낮이었다. 지나가던 차에서 날아온 그 계란을 맞고 개새끼야를 외쳤다. 수업 중 선생님이 나만 유인물을 주지 않은 적이 몇 번 있었다. 오피스에서 받아가라는 메일을 받지 못하였기에 당연히 과제를 제출하지 못했고, 뒤늦게 알게 되어 선생님에게 갔을 땐 웃으며 주었다. 선생님은 나의 메일을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학교 자체 메일은 받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몰랐단다. 학생 차트에서 내 메일은 떠억 쓰여있는데, 선생님은 몰랐단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은데, 나의 딸 담임 선생님도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넘어와 선생님을 한 지 3년 차란다.


<호주인이군요. 훗훗>


오늘 차별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오늘 처음 온 한일 혼혈 남자아이가 4주간 같은 반에 있다가 돌아간다고 했다. 그 아이는 영어를 아주 잘한단다. 그래도 그 아이도 나의 딸처럼 유인물을 빼먹거나 이런 경우가 있으면 넘어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곤란하다.


<몹시 곤란하다.>


내가 7주째 인고의 세월로 인을 세긴 다는 마음으로 참고 있는데, 한일 혼혈 단기 스쿨링 아이와 다르게 대한다면 나는 참지 않는다. 교장선생님을 바로 만나 따져야 할 것 같다.


<와씨. 내가 내는 학비가 얼마며, 이곳에서 숨만 쉬어도 400만원이 넘게 드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학교를 보내는데, 작년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왜 나의 딸만 유인물을 받지 못하고, 공지사항을 모르냐. 이게 말이 되냐? 하다못해 어플로 숙제를 올리면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줘야 하는데, 무책임하게 3일 내도록 뺑이치게 만들고. 내가 만만해?>


어플로 올린 숙제도 그렇다. 지난주 수요일 아침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어플로 풀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학부모 아이드로 되냐고 되물으니 된단다. 집에 와서 하니 안되네? 그래서 목요일 아침 또 갔다. 이번에는 패드를 들고 갔다. 학교 와이파이 비번 알려 달라 물으니 길어서 모른단다. 웃으며 상냥하게 잘 대답한다. 친절을 가장한 차별인 걸까? 어쨌든 모른단다. 그래서 1층에 있는 다른 선생님에게 어플로 숙제하는 법을 물어보러 같이 가잖다. 선생님이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의아했지만 같이 내려갔다. 가면서도 나는 "Thank you for your time."이라 고마움을 표했다. 내려가니 그 선생님이 학부모 아이디로 안되고 학생아이드로 하란다. 담임 선생님이 종이를 보여 주며 이걸 찍어가서 집에서 해보라 했다. 집에 와서 침착하게 아이디와 비번을 했으나 안된다. 와씨. 장난치나? 이틀째 이게 말이나 돼? 또 문화차이란다. 그래서 금요일에는 하교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서 유학생 선생님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그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 다른 선생님이 있어 물었더니 와이파이를 바로 연결해 주네? 오잉? 어쨌든 그 선생님과 함께 했으나 안된다. 그 선생님도이유는 모르지만 담임선생님과 다시 이야기를 해보란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하니 선생님이 구글에 아이드를 추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네? 그러면 처음부터 학생을 클릭해서 들어가서 로그인할게 아니라 구글에서 추가해서 로그인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면 좋았잖아? 이것도 문화차인가?


<몹시 답답하다. 이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넘의 나라에 발붙이고 살기가 이렇게 어렵다. 자녀가 없으면 차라리 낫다. 하지만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어린 자녀가 학교에서 과제도 제때 못 내고 수업도 따라가기 어렵고 그런데다 글자 쓰기가 어려운데, 다른 아이들은 글자를 공부하는데 우리 애만 못한다? 이런 걱정과 오해로 암이 도지려고 한다. 걱정과 우려로 인한 스트레스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처음에는 "또 잃어버린 거 아니야?라고 나의 딸을 탓하고, 다음에는 줄게.라고 이야기 하고 요즘은 문화차이라 하고 오늘은 선생님이 보내는 메일이 그냥 전체 공지를 긁어서 뿌리는 거니까 꼭 너의 딸이 단어 리스트를 못 받은 게 아닐 거야."란다. 아니 그러면 그 메일에 숙제나 공지사항이 반마다 다르면 그 메일을 보내도 되는 건가? 요즘은 어느 게 정답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 무엇 때문에 타우랑가에 사는지 나 자신이 한심한 생각이 든다.


<타우랑가에서 사는 한심한 인생이다.>


뉴질랜드에 환상만을 가지고 온걸까? 뉴질랜드의 대다수는 친절하다는 오류인걸까? 해외 살이가 다 그렇듯 내마음 같지 않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상상이상 높다. 해외 살이가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날 20대 때 호주에서 호되게 당한 수많은 인종차별 보다 일요일 버스에서 당한 인종차별이 타격이 더 크다. 어린 자식이 있기에 그렇다. 자녀와 함께 낯선 곳의 유학은 고민의 연속이 분명하다. 좋다 나쁘다의 차이가 아니다. 영어를 배우고 안배우고의 차이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차별과 보이지 않는 차별, 교실안에서 혼자 겪어 내야 하는 차별을 아이는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을까? 나의 딸. 사랑하는 딸의 영혼이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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