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이야기를 듣고 응답하는 사람
그래,
꼭 이찬혁처럼 살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 삼촌처럼,
네 안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귀 기울여주고,
그 이야기를 꺼낼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세상이 뭐라 해도,
너만의 리듬으로 노래를 만들고,
어떤 날엔 말 없이 풍덩 물속으로 뛰어들고,
또 어떤 날엔 갑자기 휙 머리를 자르고,
쓱 책을 내고,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고,
불쑥 사랑을 고백하고,
네 마음을 네 식대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면 해.
“괜찮아, 나 원래 이래요.”
그 한마디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아빠는 네가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
아이와 함께 보낸 4일간의 휴가가 끝났다.
원래 계획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나날이었지만,
매순간이 꽤나 근사한 시간이었다. 무더운 서울에서도 외국에 온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보냈다.
오늘 아침.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주황색 모자에, 핑크색 선글라스, 초록색 빽(?)까지 메고 내려오는 아이를 보면서 '아, 우리 딸이 이찬혁처럼 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꽤나 근사하겠는데?
운전하는 내내 뒷자리에서 혼자 흥얼거리는 아이를 보며, 머릿 속으로 썼던 편지를 글로 옮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