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 준 나의 다이어리 꾸미기 도전기
끝이 살짝 구부러진 날카로운 핀셋을 들고 나는 작업에 집중한다.
이건 아주 예민한 작업이다. 방금 맛있는 요리를 마친 메인 셰프의 섬세한 플레이팅, 아름다운 색깔을 손톱에 칠한 후 빛나는 스톤을 올려 구우려는 네일 아티스트의 마지막 터치. 그 정도에 비하면 되려나.
나는 진지하다.
나는 지금 아주 작은 원형 스티커들을 다이어리 종이 위 원하는 위치에 하나하나 붙이는 중이다.
스티커의 미세한 위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 바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의 묘미다. 그래서 나는 핀셋으로 이 작은 스티커들을 집어 살짝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해 위치를 잡는다.
이 때 필요하다면 마스킹 테이프도 떼어 붙이고, 기록도 하고 싶으면 한다. 한 마디로 내 마음에 만족스럽게 꾸미고 싶을 때까지 꾸미고 마무리한다.
나는 현재 스티커나 영수증, 예쁜 종이들을 모아 붙이는 '스크랩 다꾸'와 기록 중심의 '기록 다꾸'를 함께 하고 있는데, 다꾸를 하면 할수록 이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6살 아들이 있는 이미 다 큰 성인인 아기 엄마인 내가 어찌 보면 유치하달 수도 있는 이 취미에 빠지게 된 건 22년 10월 경이었다.
이미 다꾸의 세계에 들어가 있던 친구가 내게 스티커들과 다이어리 하나를 선물로 사 주며 자신과 취미를 함께할 것을 권유한 것이 발단이었다.
생각해 보니 중학교 때 아이들 사이에서 다이어리 열풍이 불었던 적 있다. 그렇게 따져 보면 나는 '다이어리 꾸미기'에 대해서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얼굴도 동그랗고 안경도 동그랬던 한 친구. 그 친구의 다이어리를 무척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가 색색깔로 갖고 있었던 외제 펜들도 부러웠고, 그 친구의 단정한 글씨체도 참 많이 닮고싶어 했었다.
그래서 나는, 몰래 그 친구의 글씨체를 롤모델 삼아 글자 예쁘게 쓰기를 열심히 연습했었다. 결국 글씨체는 똑같아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것이 내가 갖고 있는 첫 다이어리 꾸미기의 추억이다.
그렇게, 그래서.
친구를 만난 날, 나는 아기를 재워놓고 밤에 일어나 선물로 받은 다이어리를 열심히 꾸몄다.
PVC 재질의 비닐로 된 6공 다이어리. 친구가 몇 장의 속지를 꾸며서 끼워주었고, 나는 친구의 솜씨에 감탄하며 몇 장을 팔락팔락 넘겨보았다.
그리고 친구가 준 스티커들과 그날 받은 포장지를 뜯어 붙이며 열심히 '첫 다꾸'를 완료했다.
그 예쁘게 꾸며진 페이지들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나는 당장 그 페이지들의 자신을 정성껏 내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꼼꼼히 보정했으며, 자랑스럽게 나의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했다.
예쁘게 꾸민 '작품'을 남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내게 그 작은 A7용지 두 장의 다이어리 종이는 하나의 작품 세계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