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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맹 Nov 27. 2024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28편의 에세이를 엮은 브런치북 1권을 발행하고 나서

<결혼 8년 차에 사랑을 시작했다>의 연재를 끝낸 지 2주가 지났다. 웃긴 모양새지만 나는 내가 발행한 첫 브런치북을 10번은 정독했던 거 같다. 그 어떤 유명한 책과 영화도 다시 보는 일이 잘 없는데 스스로가 참 신기했다. 내가 쓴 내 이야기를 읽는데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내 브런치북의 첫 광팬이 되었다.


글은 계속 쓰고 싶은데 쓸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10주 동안 28편의 에세이를 쏟아낸 결과였다. <30대에 시작한 5도2촌>이란 주제로 새 브런치북을 연재할 계획이었는데 1화만 써내고 휴재에 들어갔다. 분명 전작보다 더 전문적이고 고심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현생도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글 쓰는 걸로 온종일 컴퓨터를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에 선정이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글을 쓴 기간도 짧고 딱히 주목받지도 못했기 때문에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조금 전에 휴재를 선언했는데, 다시 써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그렇게 또 몇 번의 글을 엎으며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왜 다음 글을 못 쓰고 있나 생각해 보니 답은 하나였다. 잘 쓰고 싶기 때문이다. 전작의 브런치북이 종종 메인에 노출될 때도 있었고 결국 크리에이터 선정까지 되었으니 그만큼 욕심이 생겼다. 처음 브런치북을 연재할 때의 마음과는 달랐다. 지금은 누가 봐주는 글을 쓴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초심을 찾지 못한다면 다시 브런치북을 연재하는 영광은 얻지 못하리라.


브런치스토리가 무거운 플랫폼으로 다가오면서 블로그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애드포스트 승인을 받고 3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 한 달 동안 1일 1포스팅 쓰기에도 성공했다. 브런치에서는 안 써지던 글이 블로그에서는 술술 써졌다. 아무나 글을 쓰는 공간이라는 편안함이 좋았던 거 같다. 그렇게라도 글 쓰는 습관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이제 블로그로 떠나겠다는, 그런 황당한 결말은 아니다. 다만 블로그처럼 마음 편하게 브런치를 써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당분간 자주, 쓰고 싶은 글을 두서없이 써보려고 한다. 그러다 또 좋은 소재를 만나면 브런치북을 발행하게 되겠지.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겨울의 첫눈이 내린 날이다. 이 설레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남겨본다.


눈꽃으로 물든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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