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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ul 여진 May 05. 2024

마녀 사냥을 당해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

    이야기를 풀기 전, 이곳 브런치 스토리 장애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지난달에 어떤 작가님이 글을 써 두고 저장해 둔 게 통으로 삭제 됐다는 걸 보고, 아 나는 그럼 다른 곳에 쓴 후 옮겨 담아야겠다 생각하고선, 바로 써서 올리고 싶은 글은 그냥 바로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쓰기' 누르고 써서 올리는데, 글을 좀 쓰다가 어플을 켜둔 채로 30분 상담하고 왔더니 맨 마지막에 쓴 글을 제외하고 위에 글은 삭제되어 있다. 종종 이상한 오류가 발생해서 수정한 글이 제대로 수정 안 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화면이 그대로 켜진 상태에서 마지막 한 줄을 제외하고 위에 글이 사라진 것은 처음이라 혹여나 이런 불상사를 겪을 누군가를 위해 반드시 중간중간 '저장' 버튼을 누르길 권장한다.






   최근 5만 기념 전화 상담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 때마다 어김없이 '비매너' 사람을 만나게 된다. 특히 이벤트 땐 상담료가 절반 값이라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필수 옵션'처럼 따라온다.

'필. 수. 옵. 션' 말 그대로 피할 수 없다. 늘 있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럼에도 단순히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너 좀 하냐? 이런 마음으로 떠 보려고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보다 더 악한 마녀사냥 하는 사람들은 리스크가 크다. 오늘 역시 마녀사냥 당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녹음을 해서 증거를 내밀어도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 말이 통하지 않고 애초에 그 누구의 말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똑같이 말하는 특징이 하나 있다. 혼자 말하고선, 어쩌다 한마디 하면 상대방에게 왜 네 혼자 말을 자꾸 하냐고 화를 낸다.

그만큼 귀가 닫혀 있고, 입만 여는 사람이라서 마녀 사냥하기 최적화된 사람들이다. 마녀 사냥을 하다가 누군가 그럴 리 없다 반문해도 귀가 닫혀 있으니 이들에겐 '사실' 따위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분'만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과 절대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다. 이런 사람은 신이 와서 말을 해도 왜 저 사람 편만 드냐, 네가 신이냐! 이럴 것이 불 보듯 뻔할 정도라 마녀 사냥 당해서 억울해도 억울함을 해소할 방법도 없다.


    오늘 역시 시간 약속도 어기고, "상담 예약하시고선, 자녀와 휴대폰을 바꿔 가시면 어떡하나요" 딱딱한 내 한 마디에 기분이 상해서 상담 안 받으면 그만이라고 전화를 무작정 끊어 버리고선, 문자로 나에게 1분의 여유도 없을 만큼 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이냐며, 그런 마음으로 어떻게 상담을 하냐며, 20분만 상담해도 되는데 그 시간을 안 주냐는 괴변을 늘어놓으며 내가 상담을 안 해준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오래도록 악플 테러를 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모함하고 다닌다.


     오은영 박사님도, 방송과 다르다며 방송에선 좋은 사람인 척하면서 뒤로는 차갑고 까칠하다며 마녀 사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이게 상담사의 숙명일 것이다.

사주, 타로, 신점뿐만 아니라 심리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더라도, 기운이 상극인 경우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핏빛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이 일을 계속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마녀 사냥하는 사람들로 인해 그 순간은 온몸이 떨릴 정도로 억울하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 외 다수의 상담을 통해 나 또한 치유받고 정화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와 비슷한 유년 생활을 겪거나, 장애를 극복해 낸 사람들, 어떤 상황이라도 굴복하지 않고 이겨낸 사람들, 현재 내가 가진 고민을 똑같이 가진 사람들을 상담해 주면서 내 고민이 해소되기도 하고, 그들에게 건네주는 말을 통해, 나에게도 이런 위로가 필요했구나 깨닫기도 하면서 상담을 통해 나 역시 채워지기 때문이다. 트리플 F인 나는 일부러 감정을 더 억제하고 상담한다.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선 안 되기 때문이다. 많은 상담사들이 실수하는 것이 개인감정으로 상담을 하다가 정작 중요하게 전달해야 할 말을 놓쳐서 내담자의 돈과 시간을 날리는 경우도 많다.(시간제 전화 상담 or 톡 상담)

따라서 상담엔 절대 감정이 개입되면 안 되는데, 어떤 경우는 눈물이 날 것 같아서 통화 내내 침착함을 유지하느라 애를 먹을 도 있다. 그런 경우 통화 끝나고 나서 기프티콘 선물을 보내면서 한 번 더 위안을 건네기도 한다. 뒤에 상담이 없는 경우는 10분 정도 더 상담해 주기도 하면서 상담하는 동안은 매우 진지하게 임한다.


    그래서 나를 다시 찾는 내담자들도 있고, 나를 좋게 기억하는 내담자들도 지만, 상담 시간을 어기거나 작정하고 무시하듯 간 보려고 신청한 사람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를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럼에도 상담사라는 직업과 타로를 다루는 일이 내 인생에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나를 살게 하는 도구이자, 삶 그 자체'이기 때문에 오늘도 여전히 마녀 사냥 당하고 마음이 아프지만 또 마지막 내담자와는 웃으며 통화를 마치며 나를 다독였다.


   "어둠 속에 살면서 그 속에서 나오려는 의지도 없는 사람은 신조차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오래도록 상담을 해오면서 실제 그런 사람들을 접하게 될 때면, 순간은 분노가 올라오지만 바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변한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렇게 어둠 속에서 그 누가 손을 내밀어 줘도 그 손길을 뿌리쳤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이 만든 세상에 자신을 가둬두면 세상도 그 공간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스스로 갇혀 살길 택했기에 세상이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서 꺼내주지 않는다고 세상을 욕할 것이 아닌데, 그들은 결국 스스로를 가두고선 자신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세상을 향해 욕을 퍼붓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세상 밖으로 나와 손을 뻗을 준비가 된 사람들의 손만 잡아주면서, 마녀 사냥을 당하더라도 이 일을 업으로 여기고 살아갈 것이다. 신조차 구원할 수 없는 그들을 한낱 인간이 어찌 도울 수 있을 것인가. 묵묵히 내민 손만 바라보며 그들의 손을 잡아 나 역시 구원받을 수 있는 삶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다시금 다짐해 본다.




   나는 타로 상담사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는 타로 상담사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는 타로 상담사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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