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이 잡혔다. 매 년 4월 말쯤 가는 출장인데, 어김없이 올 해도 가게 되었다. 요즘 험하기로 유명한 샘프란시스코라서 걱정이 앞선다. 행사에 관람객이나 손님이 적게 오면 어떡하지.. 위험해서 작품이나 물건을 훔쳐 사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고민 중에 가장 큰 고민은 숙소였다.
행사장은 바닷가에 있는 공원 내에 있다. 그 공원은 산과 평지의 조합인데, 관광으로 오면 산 언덕에서 바다를 보는 뷰로 유명하다. 이런 곳에서 행사를 하다 보니 근처 호텔까지는 걸어서 25분, 택시를 타면 10분 거리다. 그러나 택시를 타러 나가는 게 10분이라서 늘 걸어 다녔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그 걷는 길이 매우 무섭다고 느껴졌다. 행사를 마친 밤 시간에 인적 없는 산길을 걷거나 큰 도로를 따라 걷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서 산 언덕에 있는 행사장에서 바로 보이는 숙소인 유스호스텔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9.6점에 달하는 엄청난 후기와 평점이 나의 결정을 도왔다. 6인이 같이 자는 방에 좁은 2층 침대일 거라서 불편하긴 하겠다. 그리고 샤워와 화장실도 공용이다. 하지만 행사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험하지도 않고, 엄청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보통 1박에 300달러씩 하는 성수기 호텔가격인데, 여기서는 200달러에 5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남편과 주위에서는 걱정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나를 만나러 샌프란으로 놀러 오겠다던 지인은 호스텔에서는 묵을 수 없다며 화를 내고 비행기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평소에는 좋은 호텔을 예약했기에, 내가 호텔을 예약하면 거기에서 있을 예정이었던 모양이다.
여차저차 드디어 샌프란에 도착했고, 체크인을 했다. 나를 보더니 "너는 원래 2층 베드가 예약되어 있는데, 1층으로 바꿔줄게."라고 했다. 여긴 어린애들이 오는 곳이라 나를 배려해 주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그러나 1층 베드는 8인실에만 있다며 더 저렴한 8인실 1층 침대로 배정해 주었다. 베갯잇과 이불시트, 침대시트, 베개와 함께 큰 수건 한 장을 주었다. 마치 찜질방 가명 주는 찜질복과 수건처럼. 카드키를 하나 만들어주면서 로비와 방에 들어갈 때 사용하는 거란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방으로 향했다.
지이이잉. 딸깍.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다. 내가 1등인가 보다. 배정된 자리에 베드 정리를 하고, 짐을 풀었다. 침대 밑에 캐리어를 넣을 수 있는 공간도 있도, 침대 옆에 콘센트도 있다. 침대에서 침 흘리며 자는 내 모습을 볼 수 없게 시트랑 이불로 천막을 치듯이 잘 막았다. 어릴 적 배낭여행 다니면서 늘 했던 일이라서 척척척 수월히 나만의 침대를 완성. 침대는 어차피 잠만 잘 예정이어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화장실을 볼까? 수련회장에 있을 것 같은 샤워 부스들과 화장실이었다. 샤워부스는 딱 필요한 만큼의 공간과 옷 갈아입을 공간까지 한 칸씩 잘 나눠져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깨끗하게 보수하고 유지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합격.
이제 첫날 남은 것은 저녁을 먹고 쉬는 것. 행사장 입구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먹을거리와 와인을 한 병 샀다. 호스텔 건물 내에서는 술이 금지라고 한다. 워낙 술을 먹고 노는 어린아이들이 많아서겠지. 다행이라 생각하며, 내 텀블러에 있던 물을 쏟아버리고 와인을 담았다. 실시간으로 나와 통화를 하며 걱정이 태산인 남편이 한마디 한다. "역시 너는 16살이었어. 딱 16살이 하는 짓을 네가 한다. 대단 혀~" 나는 어차피 혼자서 한잔만 하고 잘 테니 누구도 모를 일이라며 홍홍홍 웃으며 범죄?를 마무리했다. 호스텔로 돌아와서 소파가 많이 구비되어 있는 공용 거실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 온 음식과 와인을 홀짝이며,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으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인생이 즐겁다. 그리고 나는 8시간 동안 깨지 않고 꿀잠을 잤다. So far so good 인 유스호스텔 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