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워킹대디지만 육아휴직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최근에 'mom guilt'에 대해 공부하면서 'dad guilt'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자녀를 양육하면서 발생하는 죄책감은 '주양육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도 알았다.
육아 중 발생하는 죄책감은 성별과 상관이 없지만, '주양육자'에게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성별과 관련이 있어 보이기도 하다.
주로 여성이 주양육자이기 때문이다.
육아 중 죄책감을 느끼는 여성들에게 전문가들은 다른사람의 기대, 사회의 기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자기자신을 알아야 하고, 자기자신의 기대에 만족을 시켜야 한다고 한다.
내가 본 워킹맘들은 다른사람의 기대나 사회의 기대에 맞추려 일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로 워킹맘 전선에 뛰어든 여성들이 아닌 경우에는 자기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주양육자의 포지션에 남아있기 때문에 양육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현재 우리사회는 점점 워킹대디의 육아휴직을 응원하는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여러 기업에서 워킹대디의 육아휴직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고, 사회/경제/정치/문화적으로 많이 바뀐 모습들을 각종 매체 또는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워킹대디의 육아휴직에 대한 생각은 '할 수 있다'이지, '해야한다'가 아니다.
그들은 육아휴직을 또 하나의 선택/대안적 성격을 지닌 가능성으로 본다. 육아휴직이 필수/필연적 성격을 지닌 당위성을 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여기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출산 후 짧게는 출산휴가만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에게 '주양육자'가 되었던 엄마는 복직 후 일자리로 돌아가서도 여전히 '주양육자'로 남아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많지만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개인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사회로 나가는 여성도 드물지 않다.
아무리 육아가 중요할지라도 이 여성들에게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라고 권유하는 것은 현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일터에 나갔을 때 주어져야 하는 보상은 '워킹대디의 육아휴직'이어야 한다.
여성들의 역할을 '주양육자'에서 '보조양육자'로 전환시켜줌으로서 건강하게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해 줘야 한다.
여성들에게 육아휴직비를 늘려주는 것은 또 다른 방면에서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여성들이 일터로 돌아갔을 때의 삶까지 고려한다면 '주양육자'의 부담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워킹대디의 육아휴직'이라고 생각한다.
워킹대디의 육아휴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여야 한다.
워킹대디의 연봉이 워킹맘보다 더 높다면 그에 맞게 상한선도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미취학 자녀를 양육하는 동안 부모의 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워킹대디가 육아휴직 후 복직한 뒤에도 부서이동과 같은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또 다른 자원/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워킹맘 워킹대디의 삶에 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