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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소영 Sep 25. 2024

많이 서운했다.





어제 저녁에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남편이 저녁을 먹으며 첫 아이가 먹던 컵을 엄마에게 전달해주라고 했다. 엄마 설거지할 수 있게.

그런데 아이들은 새로산 사탕에 관심이 가서 아무도 아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들리지 않았던 거겠지.


문득 나의 서운함이 복받쳐 올라왔다.

"STOP!!!!!!!"


아이들에게 엄마는 너희들 먹고 싶다는 간식 준비하고, 저녁 준비하고, 목욕 도와주고, 설거지하고, 낮에는 자전거타고 싶다고해서 자전거타러 다녀오고, 토끼보고 싶다고해서 토끼도 보고 원하는거 해주려고 도와주는데, 너희들은 어쩜 한 가지 도와주는 것도 어렵냐고 입에 모터달고 이야기했다.


둘째는 나에게 와서 귀여운척 하며 '사랑해' 하며 평소처럼 애교를 부렸으니 제발 봐달라는 표정이었으나

나는 그런 것 필요없다고 외면했다.


나도 너희들을 도와주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얼어붙었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느라 아무말도 못하고 바닥에 누워서 천장을 보다가 

첫 아이가 젤리가 어디있냐고 묻는데, 젤리 먹는거 안 도와줄거라고 너희도 엄마 안 도와주니까. 라고 못 박으며 대화를 중단했다.


속으로는 정말 별의별 욕을 다 하면서 진짜 나쁜 애들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 편으로는 오늘 하루종일 아이들 부탁 들어주길 잘했다. 당당하게 할 말이 생겼다는 안도도 들었다.


다행히 남편이 저녁을 다 먹고 아이들을 불러다가 엄마가 너희들 생각해서 이것저것 해주는데 그러면 되겠냐고 잘 타일러줬고,

아이들 가을 구두가 필요해서 첫 아이 원하는 브랜드 신발 팜플렛을 뽑아놓은 터였는데,

남편이 그것으로 분위기를 잘 회복시켜줬다.


아이들은 내 입에 배를 넣어주며 미안하다는 감정을 표현하고,

첫 아이는 나에게 다가와 '미안해' 라고 귓속말을 했다.

둘째는 '엄마 사랑해' 하며 여전히 애교를 부린다.


그렇게 찬바람이 불었던 저녁시간이 잘 마무리 되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들었다.


이런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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