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파충류를 키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키우는 종류는 속눈썹 도마뱀 붙이라고도 불리는 크레스티드 게코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파충류를 키우던 형의 영향을 받아 파충류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형과 파충류 박람회에 갔는데 거기서 만난 크레스티드 게코의 매력에 빠져 데려와 키우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현재는 10마리의 크레스티드 게코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크레스티드 게코는 개나 고양이에 비해 넓은 사육 공간이 필요하지 않고 관리가 쉬운 편이라 초보 집사들도 쉽게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생물을 키울 때는 책임감을 가지고 어떻게 키우는지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크레스티드 게코를 키우면서 공부한 내용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1. 온도 및 습도
1) 온도
크레스티드 게코는 실온에서도 키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중 하나이다. 레오파드 게코, 펫테일 게코, 비어디 드래곤처럼 크레스티드 게코 외에 많이 키우는 파충류들은 3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사는 아이들이라 별도의 열원이 필요하지만 크레스티드 게코에게는 필요하지 않다. 다만 너무 더운 온도는 싫어하기 때문에 여름에 햇볕에 노출되거나 너무 높은 온도에 장시간 있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2) 습도
습도는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벽에 분무를 해주면 된다. 그러면 벽에 뭍은 물을 핥아먹으며 수분 보충도 하고 남은 물기는 증발하면서 사육장의 습도를 높여준다. 요즘에는 파충류 전용 급수기도 나와 있어 추가로 사육장 한편에 두고 개체가 물을 먹고 싶을 때마다 찾아가서 물을 먹도록 해줄 수도 있다.
2. 사육장
크레스티드 게코를 키우는 사육장은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뉜다. 적재식 사육장과 세로형 사육장이다. 어디에 키우는 것이 좋으냐 하는 것에 정답은 없고 사육자 개인의 성향에 달려있다.
1) 적재식 사육장
적재식 사육장은 공간 차지가 덜 하다고, 위로 쌓아서 여러 마리를 관리하기에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크레스티드 게코는 붙이류 도마뱀이지만 오히려 잘못된 자세로 벽에 오래 붙어 있으면 골반이 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적재식 사육장은 벽에 붙어있을 공간이 적어서 골반이 휘는 등의 증상을 예방하는 데에는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육장은 소, 중, 대가 있어 개체의 크기에 맞는 사육장을 구매하여 키우면 된다.
2) 세로형 사육장
출처: 야야랜드 세로형 사육장은 세로로 긴 사육장이고 일반적으로 아크릴이나 유리로 되어있다. 일단 크레스티드 게코를 관찰하기에는 투명하고 긴 형태의 사육장이 좋다. 게다가 여러 구조물들을 놓고 백업이나 해먹 등 다양한 용품으로 사육장을 꾸미기에도 더 적합하다. 위에서 말한 골반이 휘는 증상의 경우에는 많은 구조물을 두는 것으로 예방할 수 있다. 적재식 사육장보다는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적은 수의 개체만 키우는 경우나 공간이 충분한 경우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3. 바닥재
사육장 바닥에는 바닥재로 키친타월, 펠트지등을 깔아줄 수 있다. 바닥재를 까는 이유는 청소를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함도 있고, 개체가 좀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도 있다.
1) 키친타월(파충류 패드)
키친타월의 경우 doorep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어메이징 패드라는 것이 있는데 사육장의 크기에 맞게 재단되어 뜯어 쓸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편리하다. 패드에 배설물이 보이면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면 된다.
2) 펠트지
2) 펠트지
펠트지도 사육장 크기에 맞게 파충류 샵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펠트지에 키울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펠트지를 세탁해서 건조해줘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펠트지가 색깔도 다양하고 보기에 예뻐서 미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펠트지를 사용해도 좋다.
4. 청소
사육장 전체 청소를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한다. 크레스티드게코와 같은 파충류들은 자신의 채취가 있는 곳에서 안정감을 느끼는데 매일매일 사육장 전체를 물청소해서 너무 깨끗하게 해 주면 오히려 개체가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바닥재는 더러워질 때마다 교체해 주고 변이 보이면 바로바로 치워주고, 사육장 전체를 물로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하면 충분하다.
5. 먹이
많은 파충류들이 곤충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곤충을 무서워하는 경우 사육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크레스티드게코는 슈퍼푸드라는 전용사료만으로도 사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곤충도 병행하여 줄 수 있다.
1) 슈퍼푸드
물에 타서 핥아먹도록 하는 파충류 전용 사료이다. 크게 과일맛과 곤충맛이 있고 과일맛도 무화과, 바나나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개체마다 선호하는 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슈퍼푸드는 잘 먹고 어떤 슈퍼푸드는 잘 먹지 않을 수도 있다.
대체로 선호도가 높은 종류는 무화과맛인 것 같다. 최근에 녹십자에서 슈퍼푸드가 나왔는데 먹여보니 대체로 잘 먹더라. 무화과맛과 인섹트 맛이 있다
2) 곤충
파충류 먹이용 곤충으로는 대표적으로 귀뚜라미와 밀웜이 있다. 하지만 밀웜은 키틴질이라는 성분이 있다. 크레스티드 게코는 키틴질을 소화시키지 못해 주지 않는 것이 좋다. 혹자는 밀웜을 주식으로 장기간 주면 개체가 죽을 수도 있다고 하기도 한다. 또한 영양 성분도 밀웜보다 귀뚜라미가 더 좋다. 만약 곤충을 먹이로 준다면 귀뚜라미를 주는 것을 추천한다.
귀뚜라미를 주면서 키운 개체들은 조금 더 성장속도가 빠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슈퍼푸드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도 귀뚜라미는 잘 먹는다. 만약 귀뚜라미는 무서운데 개체가 슈퍼푸드를 잘 먹지 않는다면 귀뚜라미 가루를 섞어서 줄수도 있다.
3) 영양제
먹이를 줄 때 영양제를 섞어서 주면 좋다. 슈퍼푸드에는 어느 정도 크레스티드 게코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다 들어있다고는 하지만 영양제를 조금 섞어서 주는 것을 추천한다.
먹이를 줄 때 섞어 주면 좋은 영양제는 칼슘제, 유산균, 비타민이 있다. 시중에 파충류용으로 다양한 영양제가 나와있어 온라인이나 파충류 샵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또한 곤충을 급여할 때는 곤충에 인 성분이 많기 때문에 칼슘을 묻혀서 주지 않으면 골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 정도만 알아둬 일단 기본적인 준비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파충류를 키우다 보면 어떻게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 것이다. 그러면 '파사모'라는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 보는 걸 추천한다. 크레스티드 게코뿐 아니라 다양한 파충류 사육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고 개인분양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국내에서 가장 큰 온라인 파충류 커뮤니티이다.
또한 필자도 앞으로 크레스티드 게코를 비롯해 다양한 파충류의 사육방법이나 재밌는 사육이야기를 작성할 예정이니 구독하면 새 글이 올라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