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를 사 먹는다는 상상도 못 했던 시절에 먹는 물은 항상 보리차를 끓여서 먹었다. 보리차 물이 떨어졌거나 학교에서는 수돗물도 자연스럽게 마셨다. 나름 위생을 생각해 물을 끓여 먹던 시절이지만 살아있는 물이라는 의미의 생수가 건강에 좋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아버지와 나는 동네 뒷산에 있는 약수터로 물을 마시러 갔다.
이 약수터는 산에 있는 물이 암반을 타고 내려왔기 때문에 양이 많지 않았고 비가 안 와 가물 때면 물도 조금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약수이지 바위틈에서 흐르는 빗물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약수로 믿었기 때문에 산에 올라 한 컵 씩 마시는 그 물은 아침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기운을 주는 것 같았다.
약숫물을 한 컵 기분 좋게 들이켠 후 아버지는 나를 한적한 곳에 데리고 가서 함께 앉아 기도를 해주셨다. 기도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조금 길었던 것 같다.
분명 아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으셨을 건데, 기도 내용보다는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이 더 와닿았었다. 아버지와 약숫물을 먹으러 다니던 기간은 그리 오랫동안 지속되진 않았다. 아마도 내가 아침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고 아버지도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약수터를 올 때마다 시원한 물 한잔과 아버지의 기도가 생각난다.
그 당시 아버지와 함께 마셨던 약숫물과 기도의 기억이 세상 살아가면서 생기는 상처와 아픔을 깨끗이 치유하는 마음의 생수가 되길 바라본다.
어린 아들에게
맑은 물을 주고 싶은
아버지 마음
이른 아침 산속 약수터로 데리고 간다.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오르는
상쾌한 숲 속길 저편에서
우리를 반기는 작은 옹달샘
시원한 물 한잔에
온몸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이제는 마음을 정화할 때인가
이어지는 아버지의 기도
기도내용 기억나진 않지만
느껴지는 아버지 사랑
그 기억이 마음의 생수 되어
세상살이 아픔 상처 치유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