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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과 등나무

by 하늘소망

도로를 내기 위해

야트막한 야산이 깎였다.


얼떨결에

속살을 보여버린 작은 산

부끄러움 감춰주려 등나무가 자란다.


등나무가 어렸을 땐

거센 바람, 거센 태양

산이 막아주었을 텐데


이젠 훌쩍 커서 산을 보호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막이 되어

거센 태양 막아주고

겨울에는 따스한 이불 되어

혹한 추위 막아 주며

폭풍우 칠 땐 돌더미 떨어지지 않게

꼬옥 안아준다


도로에 세워진

거대한 병풍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푸르름 선사하고


산에겐 가려진 세상

궁금해할까 봐

살랑살랑 바람결에 살짝 이파리 들춰

바깥 모습 보여준다.



출 퇴근길에 마주치는 도로 절개면의 등나무가 계절마다 달리 보인다. 봄에는 등나무꽃이 예쁘게 피어 화사함과 향긋한 꽃내음을 선사한다. 여름에는 진한 푸르름으로 잠시나마 보는 이들의 더위를 잊게 하고, 가을에는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이 인생을 관조하게 한다. 덩굴만 남아버린 겨울에는 쉼을 보여주며 여유를 말하는 것 같다.


자신은 드러내지 않고 등나무가 맘껏 자라도록 공간을 내어 주는 산의 모습에서 사랑과 우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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