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습을 받을 때 강사님이 굳은살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클라이밍 중에 굳은살이통째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해주셨다. 아니, 손바닥이 살짝 까지기만 해도 아픈데 굳은살이 통째로 떨어지면 얼마나 아플까...? 정말 유난이다 싶을 정도로 아픈 걸 못 참는 나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진저리를 쳤다. 굳이 겪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고통이었기 때문에, 끔찍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강습을 받거나 혼클을 다녀온 날이면 꼭 콘커터와사포가 붙은 네일 버퍼로 굳은살을 꼼꼼하게 제거하곤 했다.
괴솔 콘커터. 원래 발에 쓰는 건데 손바닥의 굳은살을 제거하기도 좋다! 출처: 괴솔
그런데 일이 바빠 잠시 굳은살 관리에 소홀했던 사이에... 말로만 들었던 그 경험을 하게 됐다.
두 번째 혼클 중에 마지막 문제를 풀고 내려와서 손바닥을 보니 굳은살이 있던 자리가 텅 비어있는 것이다. 황당해서 손바닥을 다시 봤는데도여전히 비어있었다. 홀드에 매달려 있을 때는 아픈 줄도 몰랐는데 손바닥 상태를 본 순간 갑자기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다행히 살이 파이거나 피가 나지는 않아서 흐르는 물로 손을 씻고 반창고를 붙였는데 상처에 처음 물이 닿을 때의 느낌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별로였다. 집이었으면 이미 "뭐야? 내 굳은살 어디 갔어?"라며 비명을 지르고 소독약과 반창고를 찾으며 소란을 떨었겠지만클라이밍장 안이라 내 체면을 생각해서 꾹 참았다.
이런 불상사가 생긴 건 마지막 문제를 풀 때 내가 발로 홀드를 제대로 밟지 않아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홀드를 잡은 손에 지나치게 힘을 줬거나, 홀드를 여러 번 고쳐 잡은 탓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사람들이 초크를 바른 손으로 많이 잡은홀드는 표면에 초크가 쌓여서 약간 맨질맨질한데, 마지막 문제에 붙은 홀드는 사람들이 거의 쓰지 않았거나 최근에 새로 들어온 건지표면이 아주 거칠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초크가 많이 쌓여서 솔질이 필요할 정도로 미끄러운 홀드도 무섭지만, 초크가 거의 쌓이지 않은 홀드도 만만치 않게 무섭다는 걸 이번에 처음 느꼈다.
클라이밍 관련 게시글이나 영상 등을 보면 굳은살이 통째로 떨어지는 걸 '뚜껑이 열린다'라고 표현하던데, 내가 직접 겪어보니 그 이유를 아주 잘 알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