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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씩한 클라이머 Feb 25. 2024

5. 진짜로 열리더라고요, 뚜껑이...

자나 깨나 굳은살 조심!


첫 강습을 받을 때 강사님이 굳은살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클라이밍 중에 굳은살이 통째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해주셨다. 아니, 손바닥이 살짝 까지기만 해도 아픈데 굳은살이 통째로 떨어지면 얼마나 아플까...? 정말 유난이다 싶을 정도로 아픈 걸 못 참는 나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진저리를 쳤다. 굳이 겪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할 있는 고통이었기 때문에, 끔찍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강습을 받거나 혼클을 다녀온 날이면 꼭 콘커터와 사포가 붙은 네일 버퍼로 굳은살을 꼼꼼하게 제거하곤 했다.


괴솔 콘커터. 원래 발에 쓰는 건데 손바닥의 굳은살을 제거하기도 좋다! 출처: 괴솔


그런데 일이 바빠 잠시 굳은살 관리에 소홀했던 사이에... 말로만 들었던 그 경험을 하게 됐다.


두 번째 혼클 중에 마지막 문제를 풀고 내려와서 손바닥을 보니 굳은살이 있던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다. 황당해서 손바닥을 다시 봤는데도 여전히 비어있었다. 홀드에 매달려 있을 때는 아픈 줄도 몰랐는데 손바닥 상태를 본 순간 갑자기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다행히 살이 파이거나 피가 나지는 않아서 흐르는 물로 손을 씻고 반창고를 붙였는데 상처에 처음 물이 닿을 때의 느낌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별로였다. 집이으면 이미 "뭐야? 내 굳은살 어디 갔어?"라며 비명을 지르고 소독약과 반창고를 찾으며 소란을 떨었겠지만 클라이밍장 안이라 내 체면을 생각해서 꾹 참았다.


이런 불상사가 생긴 건 마지막 문제를 풀 때 내가 발로 홀드를 제대로 밟지 않아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홀드를 잡은 손에 지나치게 힘을 줬거나, 홀드를 여러 번 고쳐 잡은 탓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사람들이 초크를 바른 손으로 많이 잡은 홀드는 표면에 초크가 쌓여서 약간 맨질맨질한데, 마지막 문제에 붙은 홀드는 사람들이 거의 쓰지 않았거나 최근에 새로 들어온 건지 표면이 아주 거칠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초크가 많이 쌓여서 솔질이 필요할 정도로 미끄러운 홀드도 무섭지만, 초크가 거의 쌓이지 않은 홀드도 만만치 않게 무섭다는 걸 이번에 처음 느꼈다.


클라이밍 관련 게시글이나 영상 을 보면 굳은살이 통째로 떨어지는 걸 '뚜껑이 열린다'라고 표현하던데, 내가 직접 겪어보니 그 이유를 아주 잘 알겠더라.


진짜로 열리더라고요, 뚜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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