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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씩한 클라이머 Feb 24. 2024

4. 피아니스트처럼, 그리고 발레리나처럼

홀드에서 손&발 바꾸기, 홀드에 매달린 채로 팔의 피로도 낮추기

1.

기다리고 기다렸던 두 번째 개인 강습날이 됐다. 강습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잡아둔 일정과 연휴 때문에 첫 강습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두 번째 강습을 받게 됐다. 나는 그 사이에 첫 클라이밍화도 사고 나 홀로 클라이밍도 다녀왔기 때문에 클라이밍 경험치가 +20 정도 늘어난 기분이었다.

 

 번째 강습 때 배운 내용은 암벽의 조그만 홀드에서 피아니스트처럼, 그리고 발레리나처럼 손과 발을 바꾸는 방법홀드에 매달린 채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팔의 피로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피아니스트처럼'이라는 표현은 사실 "피아노를 치듯이 홀드 위에서 양손의 손가락을 천천히 하나씩 바꿔야 한다"라는 강사님의 설명에서 차용했다.


'피아노를 치듯이'라니?

 

처음 설명을 들을 때는 저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강사님의 시범을 보니 단번에 이해가 됐다. 암벽에는 양손으로 잡을 수 있는 큰 홀드도 있고 한 손으로 겨우 잡을 수 있을 만큼 작은 홀드도 있는데, 작은 홀드에서 제일 안전하게 손을 바꾸려면 어느 정도 공간적 여유를 두고 한 손으로 홀드를 잡은 뒤에 다른 손의 손가락을 새끼손가락에서 엄지 손가락 순서로 천천히 홀드에 올려야 한다. 이와 동시에, 이미 홀드를 잡고 있던 손의 손가락을 하나씩 천천히 떼야하는데 이 과정이 마치 건반을 하나씩 섬세하게 누르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


2.

그런데 매트에 서서 홀드에 손만 얹고 손을 바꾸는 연습을 할 때는 피아니스트처럼 섬세하게 손을 바꾸는 게 가능했지만, 암벽에 매달려서 손을 바꾸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작은 홀드를 붙잡은 상태로 한쪽 손의 손가락은 천천히 얹으면서 반대쪽 손의 손가락은 떼려니 홀드를 쥔 손가락이 너무 아프고 계속 손의 힘이 풀렸다. 다행히 여러 차례의 연습 끝에 암벽에 매달린 상태로 손을 바꾸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내가 실제로 볼더링을 할 때 손 바꾸기를 하면서 홀드를 놓치지 않으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할 듯했다!

 

강사님이 이론 설명 중에 이렇게 손을 바꾸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하셨던 게 떠올라서 잠시 쉬는 시간을 틈타 덜 안전한 방법은 뭐가 있는지 물어봤더니 신기한 기술을 보여주셨다. 홀드를 잡고 있던 손을 떼는 동시에 다른 손으로 바로 홀드를 붙잡는 거였는데 "와,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하지?" 싶을 정도로 빠르고 대단했다. 나도 언젠가 초보를 탈출하면 강사님이 보여주신 기가 막힌 손 바꾸기 기술을 꼭 한번 써보고 싶은데 이렇게 클라이밍 연습을 열심히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3.

두 번째로 배운 건 발 바꾸기이다. 한쪽 발로 작은 홀드를 밟은 상태에서 반대쪽 발로 같은 홀드를 밟아야 하는데, 이때 반대쪽 발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양발을 45도로 세워야 한다. 꼭 암벽 위에서 발레를 하는 것 같지 않은가? 어릴 때 발레를 잠깐 배웠다가 영 소질이 없어서 그만뒀는데, 발레와 전혀 관련이 없는 운동을 배우면서 발레 같은 동작을 배우게 되다니 인생이란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손 바꾸기가 제일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발을 바꾸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발을 45도로 세워서 작은 홀드를 엄지발가락으로 밟으려니 발가락이 똑 부러질 것 같고 발이 자꾸 홀드에서 미끄러졌다. 강사님이 뒤에서 봐주고 계시지 않았으면 이미 여러 번 떨어졌을 지도...?


강사님에게 발을 세운 상태에서 엄지발가락으로 홀드를 밟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하니 발목에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며 발목을 강화하는 운동을 알려주셨다. 집에서 열심히 발목 운동을 해서 다음 강습 때는 발을 잘 바꿔봐야지!


4.

마지막으로는 홀드에 매달린 채로 홀드에서 한쪽 손을 떼고 팔의 피로도를 낮추는 방법을 배웠다. 손을 떼고 싶은 쪽의 무릎을 접고 반대쪽 다리를 쭉 편 다음 홀드에서 손을 떼고 팔을 열심히 털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른손을 떼고 싶으면 오른쪽 무릎을 접고 왼쪽 다리는 쭉 편 다음 오른팔을 탈탈 털면 된다.


알려주신 대로 해봤는데도 특별히 팔이 덜 피로한 것 같지는 않아서 미심쩍은 표정으로 강사님에게 "이게 진짜 효과가 있나요?"라고 물어봤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나의 경솔함을 후회하게 됐다. 강사님이 "회원님이 아직 덜 힘들어서 체감을 못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하시며 삼지점 자세에서 팔과 다리를 쭉 뻗으면서 멀리 있는 홀드를 터치하는 동작을 수십 번 연습시켰기 때문이다(작은 돌멩이를 밟고 서서 스쿼트를 하는 동시에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를 하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일까?). 기운이 쭉 빠져서 강사님이 중간중간 설명을 하실 때 잠깐 매트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내려오지 말고 벽에 붙은 채로 들으라고 하셨다... 한참 동안 연습을 하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다시 팔의 피로도를 낮추는 방법을 시도해 보니 정말로 팔이 엄청나게(!) 편해지는 느낄 수 있었다...


몸이 조금 고생하기는 했지만 앞서 배운 여러 가지 방법과 더불어 내 팔다리 길이를 최대한 활용해서 멀리 있는 홀드를 터치하는 방법까지 익히게 됐으니 아주 알차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을 한 덕분인지 중간에 못하겠다고 포기하지 않고 강사님이 말씀하신 연습 횟수를 다 채운 것도 뿌듯했다!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작은 홀드에서 손을 바꿀 때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님처럼 섬세하고 능숙하게 손을 잘 바꾸면 드뷔시의 달빛처럼 아름다운 곡이 흘러나오고, 나 같은 초보가 어딘가 어설프게 손을 바꾸면 건반을 뚱땅거리는 젓가락 행진곡이 흘러나오지 않을까?


왕초보의 클라이밍 노트 #3 손&발 바꾸기, 홀드에 매달린 채로 팔의 피로도 낮추기


(1) 손 바꾸기

어느 정도 공간적 여유를 두고 홀드를 잡는다(처음에 홀드를 너무 편하게 잡으면 반대쪽 손을 옮길 공간이 없다)

반대쪽 손을 새끼손가락부터 홀드에 올리는 동시에 홀드를 잡고 있는 손의 손가락을 하나씩 홀드에서 뗀다

반대쪽 손에 완전히 체중이 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존에 홀드를 잡고 있던 손을 옮긴다

손을 바꾸는 동안 삼지점 자세를 유지한다


(2) 발 바꾸기

손을 바꿀 때와 마찬가지로 공간적 여유를 두고 홀드를 밟는다

반대쪽 발로 홀드를 밟는데, 이때 양발을 45도로 세워서 발 이동에 필요한 공간을 만든다

반대쪽 발에 완전히 체중이 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존에 홀드를 밟고 있던 발을 옮긴다


(3) 홀드에 매달린 채로 팔의 피로도 낮추기

삼지점 자세에서 손을 떼려는 쪽의 무릎을 접고 반대쪽 다리를 쭉 편다

홀드에서 손을 떼고 팔을 털면서 피로를 푼다

이때 골반이 벽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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