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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Dec 19. 2024

내가 지닌 부족함은, 결코 나의 약점이 아니다

시편 23: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어쩌면 내가 죽어서도, 혹은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더라도, 기억하고 싶은 한 마디, 하나의 성경 구절이 있다면 바로 시편 23장 1절 말씀일 것이다.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계속 울려 퍼지는 이 구절은, 내 삶의 지침이자 유일한 믿음으로 남아 있다. 


내 책상 한 켠에 놓인 성경은 언제나 그 구절을 새겨 들려준다. 잘 읽히지 않는, 무겁고 두꺼운 성격책이 나를 지탱하고 있지만, 그 책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절은 언제나 시편이다. 한 구절을 읽을 때마다, 그 안에 담긴 무한한 평화와 위로가 나를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그 구절을 믿고 싶다. 내게 부족함이 없음을, 그분의 손길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음을 믿고 싶다.


나는 내 삶이 성경의 한 구절처럼, 짧은 시처럼, 물 흐르듯 흘러가며 끝나기를 바랐다. 오늘도 이렇게 한숨을 쉬며 살아가지만, 그 끝에는 항상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 지금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겠지만, 나는 오랜 시간 지독한 우울증과 범불안장애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전쟁이 매일의 일상이었고, 그것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표정은 항상 차분하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지나간다. 그러나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됐다. 언제나 술을 마시고 잠에 들거나, 8알이 넘는 약을 먹고 잠을 자야만 했다. 그게 나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세상과 단절된 채, 그저 깊은 잠에 빠져들 때만이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업무 능력이 향상되었고, 글로 벌어 먹고 사는 것에 나름 도사가 다 됐다고 자부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유 모를 불안은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그 불안을 안고 살았다. 그것이 나의 일부처럼 느껴졌고,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 그 불안을 떨쳐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나를 괴롭히는 그 불안은 어느 날부터 나와 하나가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졌고, 그 후로 나는 그것과 함께 살았다. 불안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점점 사라졌고, 나 스스로 그 불안에 길들여져 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러나 그 깨달음을 얻고 난 후, 나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내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할 수 없다. 태초부터 지으셨다고 했다. 성경에 그렇게 써 있고, 나는 그것을 믿을 뿐이다. 내 아버지의 이름, 그분의 존재는 나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어 왔다. 그분이 나를 창조하셨고, 내가 겪는 모든 고통 속에서도 그분의 뜻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나의 부족함을 아시는 분은 그 부족함을 그로 채우기 위해 어떠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나를 부족하게 만드셨다. 그 의지 안에서 나는 내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완벽해지지 않아도, 나를 사랑해주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완벽한 김태양이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내게는 어떠한 부족함도 없으니, 그 부족함을 채우는 일은 이미 그분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그대로 괜찮다. 나의 부족함도 그분의 뜻이며, 그 속에 담긴 이유를 찾기 위한 여정이 내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불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겪는 모든 어려움도, 결국은 내가 이 세상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온다는 것을 믿는다.


내가 지닌 부족함은, 결코 나의 약점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한 훈련일 뿐이다. 부족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나를 채우기 위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없음을 느낀다. 그저 나를 믿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 어떤 불안도, 더 이상 내 삶을 지배할 수 없다. 내가 내 주를 닮아가리라. 그분의 뜻 안에서, 부족함도 내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살아가는 이 길 위에서, 그분과 함께라면 나는 아무리 부족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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