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서 느껴지는 불편함.
'겸손'과 '배려'라는 단어가 아닌 행동.
살면서 '나는 이런 행동이나 말들을 절대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분명 어떤 계기로 특정 행동이나 말투가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자기 모습을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대부분 타인을 보고 참 별로여서 '내가 저러는 건 너무 싫다'라고 느끼게 된다.
타인의 좋은 점만을 바라보고 또 그 점을 본받으면 그게 가장 좋다. 그러나 타인의 좋은 점 보다 안 좋은 점은 더욱 쉽게 발견된다. 내 시점에서 불편한 부분은 너무나 잘 캐치하게 되고 좋은 점은 온 마음을 다하는 노력을 통해서만 보인다.
매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 직장은 그동안 전혀 상관없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공간을 공유하고 합을 맞춰나간다. 현실적으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업무를 수행한다.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피드백도 받는다. 성과가 나오고 또다시 다음 계획을 한다. 이 무한반복 시스템에서 직장상사의 역할은 사실 너무 중요하다. 회사에서 업무에 대한 조언이나 충고를 해줄 수도 있다.
부하직원들이 실수를 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중간에서 미리 체크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직장상사말은 잘 들어야 한다. 이건 매우 당연한 것이다. 직원들은 열린 마음으로 잘 새겨듣고 업무에 적극 반영해야만 한다.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인성과 사회성?
당연히 중요하다. 단체생활에 필수적이다.
나는 간혹 개인적인 인생조언, 생활방식, 취향에 관련된 부분까지 침투하는 부류들에 대해 말하고 싶다. 조언 충고 섞인 대화라도 편한 관계일 때는 여지가 있다. 편한 관계라면 보통 선후배나 친구들 대화하듯이 받아치고 거부할 권리도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쌓이는 감정도 거의 없다. 그러나 상하관계가 분명한 상사가 인생조언을 하는 건
"최악 중 최악이다."
일단 조언이나 충고자체는 질문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 질문이 없는데 조언과 충고는 그야말로 오지랖이다. 오지랖인 이유는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에게 조언과 충고가 필요할 때 조언 듣고 싶은 사람을 스스로 선택한다. 돈을 주고 강의를 듣는다. 기꺼이 비용을 지불해 책도 구입해 정보를 읽는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조언과 충고는 그야말로 수요 없는 공급이다.
상대의 동의 없이 조언을 마구 날리는 사람들의 특징. 사실은 그냥 말하는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다. "다 너보다 오래 살아본 사람의 노하우다, 아무한테나 말해주지 않는 거다, 너를 위해서다, 나중에 후회한다~" 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방향이 옳다고 느끼는 듯 자신의 방식을 자랑하는 동시에 인정받고 싶어 한다.
말하는 자체만 즐긴다면 상대에 반응에 자유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 부류들은 본인의 말을 상대방이 제대로 듣지 않거나 수긍하지 않으면 기분 상한 표정이 여실히 드러나거나 갑자기 비꼬는 질문으로 상대를 비하해 버린다.
대충 "네네~ "하며 받아주자니 꽤나 자세한 리액션과 계속되는 대화를 원하니 계속해낼 자신이 없다. 차라리 그들 기준에 고집 세고 합리적이지 않은 비효율적이고 뭘 모르는 요즘애들에 속해서 사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
서른넷이 요즘사람들에게 늦은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기는 한다. 결혼 왜 안 하냐고, 배달앱으로 자주 시킨다는 한 가지 사실로 탄수화물위주의 식단만 먹으면 안 된다고 나무란다. 건강강의. 적금을 얼마나 하냐, 아이고 그러면 안 된다 경제강의. 고양이 집사라 여행도 안 다니냐 후회한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본인의 이야기...
생각은 자유다. 다만 혼자만의 상상으로 끝냈으면 좋겠다. 다른 직원들은 사실 그냥 의미 부여 크게 하지 않고 넘겨버린다. 그런데 나는 매사에 진정성 있게 임하는 사람이라 이런 식에 대화들이 참 불편하다. 무의미한 대화를 하지 않고 싶다.
난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일까?
스스로 의문도 든다. 이건 분명 내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내 어떤 무의식이 이런 대상에게, 또는 상황에 불편함을 만드는 걸까. 남을 배려하지 않는 내가 겪은 어린 시절 어른들에 대한 감정들이 사실 나도 가해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로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직장은이란 곳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내 일상에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는, 많은 것을 현실화하는 내 세계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어느 누구도 내가 감히 함부로 판단할 수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인생에 나이만 많다고, 혹은 조금 더 경험이 있다고, 함부로 감히 충고 조언 못해줄 것 같다.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누군가를 닮고 싶은 마음은 그 사람의 '말'로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넘기는걸 나는 그냥 못 넘긴다.
겉보기에 나도 그냥 넘기더라도 마음에 뭔가가 많이 남는다. 뭔가 결론을 내려야 했다. 타인에게서 느껴지는 단점은 내가 숨기고 싶은 모습이거나,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라던데.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나는 겸손하려고 애쓰는데 겸손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 싫다.
그렇다면 남에게 배려하려고 애를 쓰지 않으면 괜찮아질까? 배려하기 싫을 땐 하지 말자.
내가 애써서 누른 무의식 감정들이 아니라면 더 이상 타인에 '그렇지 않음'에 화가 안 날지도 모르겠다. 끝없이 미워하는 마음보다는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