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고양이 털이 붙어도 괜찮아
보들보들하지만 한가닥은 따갑다
며칠 전부터 귀에서 한 번씩 소리가 났다.
"드르륵- 드륵"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몸이 약간 기울어질 때라던지, 샤워하고 면봉으로 귓속 물기를 닦을 때 그랬다. 귀에 뭔가 들어간 것 같았다. 근처 이비인후과를 가서 증상을 이야기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시경 카메라를 귀에 넣어 바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큰 화면으로 나도 같이 화면을 볼 수 있었다.
"귀에 작은 털이 하나 들어갔네요"
멍 때리고 있던 나는 화면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헉!"
"잠시만요~ 가만히 계세요~"
곧이어 거즈 위에 아주 얇고 작은 털 하나가 하게 소중하게 올려졌다. 내가 말했다.
"고양이 털이네요.. 집에 고양이가 있어요 "
"네~ 아주 작은 건데 귓속에서 아마 소리가 크게 들렸을 거예요"
나는 2022년 3월부터 지금까지 깜이와 사랑이 형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고양이 털 때문에 검은색옷은 이제 못 입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잘 만 입고 다닌다. 왜냐하면 흰 옷에도 털이 잘 보이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외출 전에 돌돌이 테이프로 정리를 한다고 하지만, 밖에서 보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을 만큼 곳곳에서 많이 발견된다.
나름대로 세탁 후 에는 꼭 건조기를 돌려서 1차적으로 털을 제거해주고 있다. 그래도 털 들이 많이 남아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들이 개선해야 할 일로 생각되어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아무리 해도 어쩔 수가 없다. 고양이 털을 전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고양이는 특히 봄과 여름에 털이 많이 빠져서 몸집이 홀쭉해 보이기도 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 털이 빵빵하게 올라왔다가 날이 더워지면 털이 많이 빠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집고양이들은 보일러, 에어컨 생활을 하기 때문에 길고양이들 보다는 털갈이 양이 적은 편이라고 한다.
며칠에 한 번씩 빗질을 해주면 한 뭉텅이씩 죽은 털뭉치가 나온다. 집 청소를 하다 보면 구석구석 숨어있는 털뭉치들도 발견된다. 애정하는 마음으로 털들을 손바닥에 굴려 털공을 많이도 만들어놨다.
아이들을 만질 때는 어쩜 이렇게 보들보들 털이 얇고 이쁠까 싶다. 몸도 유연하고 말랑말랑해서 아침에 잠결에 뜨끈해진 몸을 만지면 많이 치댄 밀가루 반죽 같다. 늘 옷에 박힌 한 오라기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