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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Nov 21. 2024

느낌대로 마음 가는대로 할 때, 그때

나도 행복하다고 말해도 될까? 변화의 시작

믿고 싶지 않지만 내가 서른넷이 되었다.

삼십 대 초반이 되어보니 주변 지인들도 각자 자기 길을 향해가면서 길이 나뉘기 시작한다. 한때는 한 교실에 앉아서 같은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던 그 많은 아이들이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다른 역할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사는 곳도 다르고, 직장도 다르고, 누군가는 아이엄마로 살고, 누구는 이런 갈등을 겪고 있고, 누구는 그런 갈등을 이미 지나 보내고, 누군가는 이런 미래를 그리고, 또 누구는 저런 미래를 꿈꾸고 있을 거다. 아마도.


나의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보이려나. 어떤 단계일까.

나는 서른넷이고 직장인이다. 고양이 두 마리와 산다. 결혼생각은 아직 없다.

늘 야심차고 단단해 보이지만 허술하고 두려움과 매번 싸우며 얼렁뚱땅 엉성한 부분이 많다. 그래도 책임감과 성실함 하나는 나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래서 그나마 지금까지 지나올 수 있었다.


나는 원래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근 몇 년간 나는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8년간을 만난 남자가 있었다. 그 관계가 끝난 지는 1년이 되었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내 마음속에서 그 관계는 이미 3년 전에 끝났다고 생각한다. 썩은 부분만 도려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멀쩡했던 내 살점이 많이 뜯겨나갔다.


그동안 공백기를 가지며 회사, 집만 오가며 살았다. 정신수 양하듯 매일밤 요가를 하고 고양이들에게만 집중하고 지내다 보니 훌쩍 1년이 지나버렸다. 그렇게 나름 잘 지나왔다고 돌아본 순간 '변화해야 한다'라고 느껴졌다.

가장 강력한 신호는 신체의 신호다. 몸에서 에너지가 남아돈다고 신호를 보낸다. '너의 열정을 쏟을 곳을 새롭게 찾으렴.' 하고 안내 멘트를 받은 것 같았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자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보고 있던 영상이 끝나고 다음 영상으로 자동재생되며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내 기억으로 대사를 재구성해본다.

"신체적인 훈련이 동반되지 않는 명상은 오히려 역효과로 상기증을 일으킵니다. 몸에 부정적인 것이 다 빠져나가지 못한 채로 머리로만 깨우치면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요, 다양한 운동 중에서도 저는 달리기를 추천드립니다. 뛰면 몸을 털어내잖아요, 그때 부정적인 것들을 털어내는 효과를 줄 수 있어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레었다. 흥미로운 새로운 도전과제를 찾아서 너무 기대가 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달리기를 정말 못한다. 평발이라서도 그렇고, 달리는 방법이 잘못되었는지 조금만 뛰어도 극심한 통징이 동반되어 굉장한 후폭풍이 일어났던 기억이 반복되며 달리기를 싫어하게 되었다.


그런데 제대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달리기를 제대로 배우고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지금 내 삶이 무조건 달라질 것 같았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정말 하기 싫은 무언가를 끈기 있게 했을 때 그리고 두렵지 않아 졌을 때. 그제야 비로소 내가 그동안 막연하게만 기다린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 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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