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시장에 뛰어드는 스타들
[인류는 술 때문에 농사를 시작했다?]
인류의 역사의 전환점이자 시작점인 농업혁명은 술 때문에 일어났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술은 약 9,000년 전 중국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는 농업이 시작되기도 전이었다고 한다. 농업혁명 이전의 인류는 사냥과 채집 생활로 영양소를 얻었지만 상대적으로 단순한 농경 생활로의 전환은 초기에 미네랄, 비타민, 아미노산 등의 부족으로 영양소 불균형을 초래했다. 그러나 술을 만들기 위한 발효 과정은 당시의 영양소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이 생산하는 여러 부산물들은 필수 영양소를 제공했고, 이는 인류에게 중요한 영양 보충원이 되었다.
즉, 인류가 술에 필요한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정착 생활을 시작했고, 이는 곧 농업의 발달로 이어졌다는 가설이다. 이처럼 인류와 술은 생각보다 깊은 역사를 배경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단순한 '유흥을 위한 음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뜻이다. 9,000년 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술은 현대 사회에 이르러 엄청난 종류와 상품성을 띤 브랜드로 확장되었으며 주류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주류 시장에 뛰어드는 연예인]
최근 배우 하정우가 직접 그린 그림이 담긴 와인 2종을 출시하며 주류계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와인의 이름은 ‘콜 미 레이터(Call me later)’로 레드 와인 1종과 화이트 와인 1종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레드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명 와인 산지인 파소 로블스에서 만든 브로드사이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이며 뉴욕타임 푸드&와인 평론가인 에릭 아시모프가 뽑은 ’ 20달러 이하 와인 20선’에 선정됐다. 반면, 화이트 와인은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의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으로 2018~2019년 대한민국 주류 대상 신대륙 화이트와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하정우는 배우인 동시에 소문난 와인 애호가다. 그는 5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성시경 유튜브에 나가서 좋아하는 와인 얘기를 했는데 품절 사태가 발생했다. 이참에 내 와인을 내봐도 되겠다”라고 말하며 와인 출시에 대한 희망을 드러낸 적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2010년 이후 10차례 이상의 개인전을 연 화가이기도 하다. 전문 화가 못지않은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했고, 현재 그의 그림은 한 점에 3천만 원 이상을 호가한다. 강렬한 색채와 거침없는 붓터치가 담긴 그만의 화풍으로 미술계 일각에서는 그의 그림을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유명 화가 장 미셀 바스키아에 견주기도 한다.
주류와 관련한 사업을 시작한 스타들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2022년 가수 박재범이 선보였던 ‘원소주’는 출시되자마자 뜨거운 반응에 품절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9개월 만에 누적 판매 400만 병을 달성했다. 편의점, 패션, 게임 회사 등 다양한 산업과 협업을 진행하며, 전통 소주 세계화 추진 중에 있다. 최근에는 한 편의점과 협업해 원소주를 하이볼로 재탄생시킨 ‘원 하이볼’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한정 패키지를 발매하는 등 다양한 브랜딩 전략으로 발을 넓혀나가고 있다.
같은 해, 그룹 빅뱅 출신 멤버 탑(TOP)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 유명 와인 제조사 ‘튀느뱅’과 함께 자신만의 새로운 와인 브랜드 ‘티스팟(T’SPOT)을 론칭했다. 탑은 티스팟 와인의 원액, 블렌딩, 빈티지 등의 여러 와인 선별 과정과 와인 레이블을 위한 아트워크 큐레이션 및 브랜딩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그가 출시한 와인은 일주일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가수 성시경은 2월, 막걸리 브랜드 ‘경 탁주 12도’를 출시했고 소비자들에게 맛을 인정받아 온라인 판매 오픈 이후부터 연일 매진 기록을 달성했다. 경 탁주를 직접 구매한 고객들의 평점이 5점 만점에 4.9점을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그리고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우리 술 탁주 생막걸리 전통주류 부문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성시경은 최근 자신의 계정을 통해 ‘경 탁주 12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8월 20일경에 공식몰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예고했다.
이 밖에도 배우 이엘, 걸그룹 티아라 출신 효린이 한 수제 맥주 업체와 협업한 제품을 내놨고, 싱글 몰트 마니아로 유명한 배우 박성웅은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다시안 가의 켄달 제너가 출시한 ‘818 테킬라’는 미국뿐만 아니라 올해 더현대 팝업을 통해 국내에도 출시되며 모 유명 브랜드의 레포사도 제품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의 세 배가 넘는 판매량을 한 달 만에 달성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연예인 주류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수많은 연예인이 주류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실패한 경우가 허다하다. 일각에서는 연예인 특혜로 일반 주류 제품보다 높은 가격으로 출시하면서 엄격한 과정과 심사를 거치는 일반 주조 브랜드에 비해 낮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젊은 층에게 주류 문화를 조성하고, 노력에 비해 명성을 이용한 과한 성과를 얻는다는 부분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연예인이 출시한 술’이라는 화제성에 의존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다양한 전략과 제품력, 브랜딩에 힘쓰는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한다면 소비자들 또한 더 다양하고 풍부한 선택지의 새로운 주류 문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