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적 로망의 내편과 함께라면
'아이유(이지은)'의 작품 선택은 늘 옳았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등
이쯤 되면 믿고 보는 배우 '아이유', '이지은'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응답하라 1988>에서 좋았던 '박보검'과의 조합이 처음에는 '두 사람의 합이 과연 괜찮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되었다. 의문도 잠시 4화까지 보고 난 후, 내 감상은 두 사람에게, 또 다른 의미로 나에게도 '또 하나의 인생작이 탄생했네!'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요즘 볼만한 드라마는 다 봐서 이번에는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 고르지 못하고 있다가 예전 작품 중에 다시 볼 게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가 마침 우리에게 친숙한 가수 '아이유', 배우로서는 '이지은' 작품이 넷플릭스에 떴고 '이지은이 선택한 작품이라면 또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나는 이 작품을 시청하면서 그 자리에서 4회까지 연달아 달렸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여러 번 울어야 했고, 감동을 받아 웃다가 울다가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 에피소드가 완성되지 않아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리면서 나는 이 드라마가 애플 TV 드라마 <파친코>와 닮은 드라마라 생각했다. 그리고 제주도가 배경인 점과 해녀의 이야기도 나오는 부분에서는 <우리들의 블루스>도 떠올랐다.
우선 이 드라마가 왜 훌륭한지를 꼽자면, 그건 바로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 때문이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연기까지도 시청자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첫회부터 그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 했다. '이지은, 박보검'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극 중 '오애순'인 '이지은'의 엄마 '엄혜란', 극 중 이름 '전광례'의 연기는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훌륭했다. 어떤 연기자도 이보다 그 역할을 더 잘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연기로 그 역을 찰떡같이 소화해 줬다.
'엄혜란' 배우는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참 인상적이었다. 그는 극 중 '지은탁'의 못된 이모 역할을 너무 잘해서 '밉상 캐릭터'로 뚜렷하게 각인되었다. 거기에다가 이번 연기는 드라마의 반 이상을 그가 끌어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는 실제로 억척스러운 해녀이자 섬사람 같았고, 그에게서 우리네의 '진정한 엄마' 모습이 투영되어 감동은 배가 되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서 '우리들의 엄마'의 모습으로 그가 얼마나 더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1~2회에 집중적으로, 짧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그의 모습이 애달펐다. 딸 '애순'과 엄마 '광례'의 에피소드는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너무나 알 거 같은 모녀 사이의 찐한 사랑과 애틋함에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엄마 '광례'는 해외에 있어서 엄마와 자주 만날 수 없는 나에게도, 그리운 엄마를 더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를 보다가 잠시 멈춰 엄마에게 페이스톡을 걸었다. 엄마가 너무 그리웠다.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날까 봐 무서워졌다.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만 하면 나는 바로 눈물이 흐른다. 6년 전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나는 가끔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곤 했었다. 평소 아빠하고 끈끈한 유대감이 없었다고 생각했었던 나였지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매일 그렇게도 눈물이 흘렀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빠와의 에피소드'만 있으면 눈물이 나곤 했다. 이처럼 상상하기도 싫지만 엄마가 만약 돌아가신다면...... 나는 그 생각만 해도 벌써 가슴이 미어지고 숨이 막혀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을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엄마가 없는 세상은 상상도 못 하겠다.
"사람은 누구나 고아가 된다"는 극 중 엄마 '광례'의 대사에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마저 돌아가시면 나도 고아가 된다는 것은 마치 내가 이 세상에 버려진 기분이 들 거 같다. 그리고 '광례'가 죽기 하루 전날 밤 '애순'에게만 전복을 구워주면서 했던 그 대사에서는 가슴이 찌릿하게 저려왔다. 자신이 떠날 것을 미리 직감하고 딸의 손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던 엄마의 행동과 말은 딸 '애순'에게 많은 의미로 남아있을 거 같다. 나도 한 사람의 딸로서, 언젠가 될지도 모를 엄마로서 그들의 삶이 뼈저리게 느껴져 속상하고 아팠다.
엄마 '광례'가 돌아가신 날, 항상 '애순'의 곁을 지켜주는 박보검의 역인 극 중 '양관식'에게 '애순'이 한 말,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엄마가 보고 싶어"라는 말은 나를 펑펑 울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모든 이들이 공감하며 울 거 같다.
이렇게 주연인 박보검, 1인 2역을 맡은 이지은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애순인 김태연, 관식의 아역인 이천무, 문우진, 광례 역인 엄혜란, 미래의 애순 역인 문소리, 애순의 새아버지 역인 오정세, 새엄마인 엄지원, 관식의 할머니인 김용림, 애순의 맞선남인 최대훈, 애순의 할머니인 나문희, 부산 여관 주인 역인 강말금, 김영웅, 금은방 주인역인 신미영 외에도 해녀들, 아역들 등 모두 각자의 역할에 적재적소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을 완성해 주었다. 그래서 드라마는 빛났고, 우리네 이야기가 자연스레 녹아있었다.
다만, 제주도가 배경임에도 생각만큼 제주도 사투리는 심하게 들어가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사투리가 지나치게 많이 나와서 살짝 보기 힘든 부분이 있었던 반면, 이 드라마 안에서는 제목처럼 제주도 방언이 많이 들어있지는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볼 때 어색한 사투리를 쓰는 장면에서 오히려 가끔 몰입감이 떨어졌었다. 그렇기에 처음 이 드라마의 제목을 봤을 때, 드라마 내용에서도 제주도 사투리가 많이 나오면 보기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투리가 많지 않아서 보면서 나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마도 넷플릭스 드라마라는 점에서 해외 시청자들까지 조금은 배려한 연출의 장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혼자 해 봤다. 아니면, 배우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제주도 사투리를 써서 연기가 조금은 어색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려한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어쨌든 대사에 사투리가 적게 사용된 것은 내 기준에서는 잘한 선택 같이 보였다.
쓸데없는 말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극 중 '오애순'은 1951년 5월 16일생으로 나하고 음력 생일이 같다. 물론 태어난 년도는 다르지만 그 때문인지 묘한 동질감도 느꼈다.
어쨌든 앞으로 펼쳐질 내용에서도 '오애순'과 '양관식'의 삶이 계속해서 잔잔히 흐를 것 같다. 아니, 잔잔하게만 흐를 거 같지는 않다. 온갖 풍파가 예상이 된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 험난함을 극복해 가는 모습을 캐릭터들이 여러 상황으로 그려 줄 거 같아 기대가 된다.
한 여자와 그 가족들의 일생을 통해 1960년대부터 이어지는 한국의 근현대사의 흐름도 같이 펼쳐질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이 드라마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여러 배우들의 열연이다. 그 덕분에 드라마가 빛났고 <미생>, <나의 아저씨>, <시그널>과 같이 희대의 작품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의 뛰어난 연출, 작품성이 뛰어난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의 감동적인 필력 덕분에 이 드라마는 우리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다시 한번 안겨 줄 거다.
이 드라마에 대한 소개를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라고 소개한 것을 봤는데, 딱 맞는 표현이었다. 요망진 반항아와 팔불출 무쇠의 조합이 매력적인 인물로 남게 될 거다.
드라마 소개처럼 이 드라마의 또 하나의 킬링 포인트는 바로, 박보검이 열연한 극 중 '관식이'의 말도 안 될 정도로 순정적이고 팔불출적인 사랑이다. 요즘 계속 드라마에서 로망을 찾고 있는 내게도 '관식'은 정말 가지고 싶은 남자로 떠올랐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나서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나도 애순처럼 그를 택했을 거 같다. 다시 태어나도 그 사람을 택할 거라는 애순의 답변처럼, 관식이의 애순을 향한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믿음과 사랑은 어떤 '세기의 사랑'에도 절대 뒤지지 않을 아름다운 요소였다.
내가 애순이었다면, 박복하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더라도, 관식과 함께라면 뭐든 무섭지 않았을 거 같다. 마찬가지로 관식이도 애순이와 함께라서 용기와 순정을 다해 사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두 사람의 믿음과 사랑은 인스턴트 식으로 쉽게 사랑하고 쉽게 저버리는 요즘 같은 세상에 경종처럼 다가왔으면 좋겠다. 그들의 로맨스 속에서 느껴지는 관식의 모습은 앞으로 내가 꼽는 '진정한 내편'의 표본으로 남을 것 같다.
관식이 하는 하나하나 행동과 말의 모든 초점은 애순에게 향해 있었고, 그는 절대로 애순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아마도 관식은 지금으로 치면 MBTI에서 'F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을 거다. 다른 사람들은 애순이를 이해 못 할 때에도 그만큼은 모든 것을 애순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바라봤다.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나 따뜻하고 멋있었다. 돈이 없으면 어떠한가, 마음만은 행복한 부자인 걸......
오늘 아침, 어떤 책과 유명인들의 말을 소개하는 글에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 없어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위선이고 거짓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봤다. 그 글이나 생각이 무슨 뜻인지는 나도 이해한다. '돈이 없는 행복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돈이 있어야 선택지가 많아지고 그래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 속 '애순과 관식'처럼 든든한 내 편이 곁에 있다면 돈이 없어도 나는 행복하게 버틸 자신이 있을 거 같았다. 그만큼 그들의 믿음과 사랑은 끈끈했고 다른 어떤 것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보다는 중요하지 않음을 그 안에서 보여 주고 있었다.
이런 로망을 꿈꿀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비록 그것이 하나의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해 주고 그 속에서 감동받고, 나의 가치관이 조금 더 올바르게 또렷해질 수만 있다면 그것은 이 드라마가 '참 잘 탄생했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싶다.
아직 에피소드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지켜봐야 할 애순과 관식의 인생, 그리고 관식과 애순의 딸 '양금명'의 인생을 통해서도 과거와 현재의 그들의 삶, 여자들의 삶, 그리고 나아가 우리네의 삶을 돌이켜 보며 인생의 씁쓸함과 감동을 더 받을 수 있을 거다. 앞으로 펼쳐질 '여자로서의 삶', '사람으로서의 삶'마저 벌써부터 가슴에 꽂힌다. 지금까지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여운이 남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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