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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er 라메르 Jul 12. 2024

그 시간이 갖는 의미

시간 안에서, 순간의 힘

 시간의 순서대로 이야기하기에는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정리가 안 되기도 하고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는 것 같다가도 어쩔 때는 모든 시간이 다 무의미했었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말 삶을 해탈이라도 한 걸까? 나는 요즘 또 생각의 방황기에 접어든 듯했다. 그래서 글을 잠시 멈췄었다. 바빠서 멈춘 것도 있지만 내 생각이 요즘 또 혼란을 겪고 있었기에 글이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나에게만 이런 시련의 시간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앞으로도 나는 얼마나 더 힘들어야 하는 것인지 하나하나 상황을 탓하기도 하고 다시 긍정의 힘을 되찾아 열심히 몰입하고 일하고 또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벌써 프랑스에 온 지도 7개월이 지났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프랑스에서 한국에도 잠시 다녀오는 일도 있었고 그런 상황들을 핑계 삼아 한두 달 넘게 글을 쓸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처음 내가 이곳에 왔을 때 프랑스에서 나의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가려했던 그 계획을 나는 과연 잘 해내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 남은 1년의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내게 될지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드라마와 영화를 하루에도 몇 시간씩 보면서 생각하고 글을 쓰고 내 일상을 기록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드라마와 영화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 각자의 욕망,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그 캐릭터들에 기대어 나의 과거도 돌이켜 본다.

 

 나는 요즘 드라마 '졸업'을 보면서 극 중 '서혜진'에 과몰입 중이었다. 무겁지 않은 내용의 대리 만족할 수 있을 만한 드라마를 찾다가 배우 려원과 위하준의 만남이 흥미로워 보기 시작했다. 대치동 학원 강사들의 일상, 고민, 사랑 내용인데 그중에서도 국어 선생 '서혜진'과 그의 제자이자 동료인 '이준호' 선생의 이야기가 공감도 되면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학원 강사도 했었던 나한테는 이 내용이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같은 국어, 한국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피고용인의 입장에서도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다. 어느 집단에서든지 능력이나 쓸모가 없어진 구성원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는 내쳐질 수밖에 없는 현실도 잘 느낄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내 사람의 지지와 응원이 힘듦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내용에서 잘 보였다.  




 나는 프랑스에 올 때 이 직업을 정리하기 위해 왔다. 중간에 이직도 잠시 하기도 했었지만 어쨌든 내가 걸어온 이 길은 내 인생의 거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인생의 여러 맛을 맛볼 수 있었고, 그러면서 성장했고 힘들었고 보람도 느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일을 떠나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더 이상은 이곳에서 성장하는 게 기쁘지 않고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아니, 더 최악인 건 오히려 그것보다 더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나의 미래를 위해서, 행복을 위해서 내가 조금 더 성장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단 생각이 들었을 때 '프랑스'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잘하고 있었던 강의를 그만두고 파견 모집 공고에 몸을 던진 것이다. 

 갑자기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면서 오기 전에 안 좋은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나는 지금이 아니면 내 일을 다시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오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또 한 번 필요했던 것 같다. 


 나의 선택은 지금까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이곳 프랑스에서 내 마음과 일을 잘 정리하고 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과 추억을 많이 쌓아가는 중이다. 프랑스에 와서 글도 집중해서 쓰기도 했고 외국어 공부도 전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또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바다도 실컷 보면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타지 생활은 물론 힘들다.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이기 때문에 가끔 곤란한 상황도 겪기도 하고 여러 불편한 상황들도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한국에 있을 때보다 이곳에선 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고 고민해 왔던 많은 일들을 잠시나마 끄고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 시간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될 거라 믿는다. 


 매 순간이 소중하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다. 특히 지금 내가 있는 이 시간의 의미, 나는 '나의 시간 안에서' 내가 잊었던 것들을 찾고 성장하고, 그 성장을 통해 기쁨을 얻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이 진심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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