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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쌉쌀 Mar 22. 2024

머리를 감다가 슬퍼졌다

남편이 너무 미워서

내 머릿속은 온통 생각 생각 생각이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잠도 잘 못 자는, 생각이 많아 괴로운 1인이다. 특히나 머리를 감을 때 이런저런 생각들이 참 잘 떠오른다. 그중에는 내가 해야 할 일, 내 하루의 일정, 아이들 스케줄, 오늘 저녁 메뉴 같은 것들이 있다. 지인들과 나눴던 재미있는 이야기, 내가 감동받았던 드라마, 아이들이 했던 이쁜 짓 같은 정말 다양한 생각. 그런 것들만 떠오르면 참 좋겠는데, 지나간 일들 중에 후회되는 일, 마음 아팠던 일, 괴롭고 힘든 일들도 생각나니 머리를 감는다는 건 마음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오늘은 남편이 너무 미웠다. 함께 있을 때는 대부분 잊어지고 참 좋은데, 옆에 없을 땐 어둠의 그림자가 스미듯 안 좋은 생각들로 가득 찬다. 남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슬퍼진다. 날 이렇게 슬프고 아프게 하는 사람. 내 마음 커다란 바위 하나 얹어준 사람.

때론 마음에 안들 때가 있어도 참 가정적이고 날 챙겼었는데……. 친정에도 정말 잘하고 아이들에게도 잘하고 내가 힘들까봐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는데……. 그것과 그것은 별개인 걸까..

어느 글에선가 보았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에게 사랑은 다른 문제라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고……. 정말 그런 걸까.

그런가 하면 어느 날은 또 괜찮다.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닐테니까. 다들 가슴 속에 커다란 돌들을 얹고 사니까. 그게 나는 조금 독특할 뿐. 아니,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일들을 감추며 살고 있을지도.

그러다 어느 날은 이렇게 내가 살 수 있을까, 언제쯤 무뎌지려나, 나는 그에게 뭘까, 괜찮아지는 날은 올까? 혼자서 또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아, 괴롭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슬퍼지고 티비를 보다가도, 뉴스를 다가도, 노래를 듣다가도, 머리를 감다가도……. 슬퍼진다.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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