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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쌉쌀 Mar 26. 2024

내 안에 둘이 산다

정확하게 딱 반씩.

내 안에 두 사람이 살고 있다. 정확하게 반으로 딱 갈라 자리를 튼 듯이.

한 사람은 이전의 나. 우울증 환자지만 지지고 볶고 살면서 행복하기도 한 나. 한 사람은 가슴이 찢어지고 할퀴어져 마음에 생채기만 가득한, 한 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는 나.


나는 남편과 노는 걸 참 좋아한다. MBTI 검사를 해보면 맞는 성향이 단 한 가지도 없는 너무 다른 사람이지만 취향도 잘 맞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일 때 참 즐겁다. 그런데 동시에 또 다른 나는 마음이 찢기고 있다.  날 버렸던 사람. 날 잊었던 사람.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 그런데 나 없으면 못 산다는 사람. 니 마음은 뭘까.

항상 동시에 이루어진다. 행복한데 슬프다. 슬픈데 즐겁다.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나려 한다. 행복할 땐 마냥 행복하고 싶고, 즐거울 땐 그저 즐기고 싶다. 내내 동시에 두 마음인 내가 불쌍하고 아프다.

너는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안 그래도 괴롭게 살아온 나를 알면서 왜 제일 아픈 기억을 줬을까. 그런 나를 보며 너도 마음이 아프다는데 그럴 줄 왜 몰랐을까. 왜 우리 사이에 이런 아픔을 만들어서 날…….


나는 오늘 화분에 물을 주고, 공부를 하고, 밥을 먹고, 출근도 하고, 봉사도 하고, 좋아하는 지인들과 만나 술도 한 잔 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그런데 난 오늘도 내내 아프겠지... 찢기는 마음을 부여잡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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