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Bowie
https://www.youtube.com/watch?v=kZssy0IiyMA&pp=ygUaYSBuZXcgY2FyZWVyIGluIGEgbmV3IHRvd24%3D
3월이다! 로마력에 따르면 새해는 이번 달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그레고리력과 음력을 따르고 있고 그러므로 2024년은 양력으로도 음력으로도 이미 시작한지 한참 되었다.
그럼에도 3월은 우리에게 새 시작을 상징하는 달로 남아 있다. 학교에서는 새학기가 시작되고, 절기로 따지면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달이고,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어수선했던 1, 2월까지의 우리의 마음도 달력에 크게 쓰인 '3'을 보며 이유모를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새로움은 때로 설렘 혹은 불안의 냄새를 싣고 오기 때문에.
온라인 채용공고를 통해 이력서를 보내는 일을 멈춘지 일주일이 조금 넘게 지났다. 지원 현황을 확인할 때마다 온라인 지원자가 한 공고당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2-300명에 육박했고, 그렇기 때문인지 한두 건의 탈락 통보 이메일을 제외하면 그 어떤 연락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력서를 출력한 뒤 동네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채용 계획이 있을 경우 연락 달라고 나눠주고 다녔다. 이런 구직 활동을 레주메 드랍Résumé drop이라고 한다.
내가 정착한 동네에는 가족 사업체부터 체인 패스트푸드 음식점까지 다양한 식당들이 있고 그들이 취급하는 음식의 종류도 브런치, 멕시칸, 일식 등 여러가지다. 자연스럽게 내가 찾아가서 이력서를 제출한 음식점들도 패스트푸드 체인을 제외하고는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기 때문) 천차만별이었는데 그럼에도, 재미있게도, 내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해 준 두 곳의 식당은 모두 동북아시아 음식을 판매하는 곳들이었다. 심지어 그 중 한 곳에서는 면접을 보러 온 나에게 자신이 받은 수많은 이력서 중에서 나를 선택한 것은 '내가 한국인이므로', '우리 식당에서 동양인 직원들끼리 끈끈히 뭉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솔직당당하게 말해주었다.
이 사실을 겉으로 드러내려는 사람은 별로 없고 나도 절대 이것을 겉으로 드러내려는 사람을 마주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나와 내 이름과 내 얼굴 등을 보며 국적과 인종 이상의 것을 보기 어려워하는 사람과 상황이 앞으로의 내 타지 생활 속에 더 있을 것임을 나는 분명히 안다. 이 사실은 내게 약점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인 개인으로서의 나는 가능한 한 내가 이것이 약점으로도 강점으로도 작용하지 않는 상황 속에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퀘벡에는 눈도 비도 심심찮게 오지만 공기는 거의 늘 건조하다. 핸드크림 바르는 버릇을 못 들인 탓에 내 손은 한국에서도 항상 건조했는데 캐나다에 온 이후로는 가만히 있어도 손등이 아플정도로 피부가 갈라지고 있다. 거기다 주방에서 일하기를 선택한 만큼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손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직업과 더불어 내 몸에 대한 새로운 태도가 3월의 시작과 함께 움튼다. 아직 새 도시에 자리 잡은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