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그 자리엔 창 밖을 바라볼 수 있는 2m짜리 식탁이 놓여 있다. 식사를 하는 시간 이외에는 책상도 되고 작업실도 된다. 나는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이 공간과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무드등과 스탠드를 켜 놓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오늘도 고명환 작가의 책과 마주했다.
<고요한 사색의 시간>
오늘은 책을 읽으며 마음에 한번 더 새기고 싶은 문장을 기록해 본다.
1. 고통을 극복해 본 사람은 고통의 유익함을 안다. 고통을 아는 사람은 도전하고 비상한다. 고통의 그림자를 향해 성큼성큼 뛰어가 몸을 던져라.
2. 정신이 젊어야 한다. 정신이 젊다는 것은 창의적인 생각이 몸 날 새싹 돋듯이 무수하게 솟아나는 것이다.
3. "카르페 디엠,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 충실하다는 것은 내용이 알차고 단단하다는 뜻이다. 인간은 몰입할 때 가장 행복하다. 훌쩍 지나간 시간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4. 자기만의 '빛'을 찾아야 한다. 그 빛을 자신이 정면으로 받아야 한다. 나로 인해 내 뒤에 그림자가 생겨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스스로 길을 찾아 날아가야 한다.
5. 가장 오래 산 사람은 가장 나이 들어 죽은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잘 느끼다 죽은 사람이다. (에밀)
6. 삶은 결국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7. 나중에 행복한 시간은 없다.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일에서 행복을 찾으면 지금 행복할 수 있다.
8. 욕망을 끝이 없다. 어디선가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그 경계선이 바로 능력이다.
9.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10. 누구에게나 남을 돕고자 하는 본성이 있다. 이런 마음을 잘 이용하면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밖으로 꺼낼 수 있다. 진정 남을 위할 때 자기도 모르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불쑥 튀어나온다.
남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하는 길이라는 말은 예전에도 다른 책을 통해 접한 적이 있다. 인간이 극심한 고통 가운데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 속에 있을 때, 거기서 탈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남을 도우라'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불의의 사고, 천재지변 등 인생은 온갖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며 누구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길이 남은 돕는 일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올해 16년 차 초등교사인 나는, 올해 4학년 8학급 영어 전담 수업을 한다. 내 업무 중 하나는 학생 자치회인데 4~6학년 학급의 대의원 23명으로 구성된 자치회를 이끌며 학교의 행사를 기획, 추진하고 전교 회의를 통해 학교 전반의 중요한 사안들을 회의하고 학생들의 리더십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교생이 약 1400명이나 되는 강원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어떤 재미있고 유익한 이벤트를 할까 고민하다가 '마루퀴즈'를 생각했다. 자치회 대의원들이 퀴즈를 만들어 등굣길에 아이들이 퀴즈를 맞히면 간식을 주는 형식으로 1학기에 진행하였고 2학기에도 진행 예정이다. 그 외에도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등 학교의 굵직한 행사를 주최하였다. 마루퀴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에도 쿠폰이 있으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마루... 페이?' 이렇게 머릿속을 스쳐간 아이디어로 마루 페이를 제작하여 각종 행사 및 학급에서 발행하고 연말에 '마루 장터'를 열어 마루페이를 선물과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루페이와 마루장터 프로젝트>
이렇게나 큰 학교에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덜 바쁘고 시간적 여유는 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교회의에서 '마루 페이가 있어서 좋다.'는 아이들의 의견을 들은 후 아이디어를 과감히 실행에 옮기기를 잘했다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다. 이것이 고명환 작가가 말했던 '남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