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편지, 박동식
나는 늘 외로움에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또 함께 있는 것이 버거워 혼자되길 희망한다. 사람과의 인연을 갈구하면서 맺은 인연 뒤에 언젠가는 오게 될 이별을 두려워한다. 이 세상에 나를 가장 잘 이해하던, 나와 가장 가깝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남이 되어 버린다. 하루아침에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린다. 함께 했던 그 대화들 그 시간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당신은 어디에 있는 걸까. 완전히 사라진 걸까. 아니면 어디에 남아 있는 걸까. 아직도 눈을 감으면 내가 보았던 당신의 마지막 모습이 선명한데. 가슴에 남아 있으면 가슴속에서 살아있는 거라는데, 나는 당신을 만지고 싶다. 안고 싶다. 결국 나도 깨달음을 얻지 못한 미천한 중생일 뿐.
언제부턴가 죽음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의 부재에 눈물 흘리는 게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가까스로 지탱하며 나의 빈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아예 한국에서 도망 와 외국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서 바람처럼 사라진다면 아무도 그런 일을 겪지 않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난 이곳으로 '간 게' 아니라 그곳에서 '떠나온'것이겠다. 머물렀던 도시에서 '떠나온' 것.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이곳에서 살다 보면 늘 남겨지는 기분이야. 누군가는 오고 또 누군가는 떠나가지. 늘 이별하고 나만 남겨져.'라고 했던, 여기서 3년 정도 근무하신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떠나온 이곳에서도 나는 결국 이별을 만난다. 이별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슬픈 사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더욱 많은 이별을 경험해야 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굳은살이 생겨 다음 이별에는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신발에 길들여진 내 발처럼. 그러나 이별은 늘 산처럼 높게 바다처럼 깊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떠나고 이별을 하겠지. 여행이 가는 것이든 떠나는 것이든 나는 그 꿈에서 깨어나지 않을 것이고 이별이 두렵다고 해도 그것 또한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이 모든 감정이 여행자가 누리는 특권이라는 말. 가슴 깊이 박힌다.
처음 인도여행에서 다시 인도에 오게 되리라 짐작했던 것처럼, 두 번째 인도여행에서도 다시 오게 되리라 짐작했다. 매일밤 화장터로 가서 타들어가는 시체를 바라보았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눈동자에 눈물이 맺힌 채 아무 말 없이 시체가 타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가족들.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인도가 그리워졌다. 그리고 '아, 언젠가 또 그곳으로 가겠구나.'하고 짐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