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B의 일기 1
간밤에 몇 해 전 죽은 친구가 나오는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동기 모임에 갔던 것 같다. 익숙한 얼굴들 사이에서 '무슨 핑계를 대고 집에 가지?' 하며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실제라면, 누구보다 즐겁게 놀았을 텐데. 어쨌든 자리에 앉은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친구는 우리가 학창 시절 어울렸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순간 마음이 철렁해서 그 친구 자리로 다가갔다.
내 언젠가의 후회가 그 친구와 포옹하지 못한 것이었는데, 꿈에서도 그걸 잊지 않았던지 친구의 손부터 덥석 잡았다. 친구는 당황하며 나에게 대뜸 사과했다.
"미안해."
나는 어리둥절하게 왜 사과를 하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자기가 죽었다는 게 사실은 거짓말이었는데, 화 나지 않느냐고. 나는 엉엉 울며 말했다. 거짓말이어서 다행이다, 다행이다. 친구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어깨를 쓰다듬고 그러다 꿈에서 깼다.
깨고 나서는 꿈과 현실이 구별되지 않아, 잠깐 동안 웃으며 생각했다. 친구한테 말해줘야지. 너가 죽었다고 나한테 거짓말해서, 미안하다며 엉엉 울면서 사과했다고. 정말 웃기는 꿈 아니냐고.
그러다 알았다. 내 소중한 친구는 이미 꿈속에 두고 왔구나. 여전히 이 현실에는 네가 없구나.
그래도 이렇게 네 얼굴을 봐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