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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자B May 21. 2024

내가 한 그루 나무라면, 그의 무례함은 바람과 같다

편집자 B의 대나무숲 2

마음이 병들었다. 잠들기 어렵고, 목구멍에는 무언가 걸린 느낌이다. 가슴은 종일 콕콕 쑤시고, 가끔 두통이 찾아온다. 속상하다. 몸이 아픈 속상하고, 병들었는아는데, 빨리 나을 없어서 속상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울하진 않다. 어제는 처음으로 정신의학과에 갔다. 신체 증상에 관해 설명했고, 약을 처방 받아왔다. 부작용으로 종일 잤다. 오늘 출근했는데, 업무를 볼 수 없었다. 연차를 쓰고 병원에 다시 가서 약을 바꾸어 달라 했다. 그리고 또 종일 잤다. 


그래도 우울하진 않다. 왜냐하면, 다 지나갈 일이기 때문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이는 가족도 친구도 직장 동료도 아니다. 마감 기한이 정해져 있는 작가와의 트러블이다. 그와의 작업은 언젠가 끝이 날 것이고, 그는 내 삶에 중요한 이가 아니다. 그러니 오히려 이건 잘된 일이다. 


내가 한 그루의 나무라면, 그가 내뱉는 말은 그저 바람인 거다. 바람은 스쳐 지나갈 뿐, 머무르지 않는다. 나뭇잎을 흔들 수는 있어도, 나무의 뿌리를 뽑지는 못한다. 그는 태풍이나 거센 바람이 아니라, 그저 스쳐 지나는 바람이다. 내 중심은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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