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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Jul 18. 2024

有故 - 먼저 떠난 그를 그린다

사람이 그 생을 다한다 함은... 어쨌거나 나약한 우리 존재의 유한한 생명을 인식하고, 그의 생을 존중하는 존재에겐 상실감으로 가슴 아픈 일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비록 그와 내가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할지라도 그 생명의 다함이 언젠가 나에게도 해당될 일이라 더욱 공감이 가고, 상심이 되는 일임에도 분명하다.


내가 몹쓸 병으로 넉 달간의 병원생활을 끝낸 후 퇴원하고, 몇 해가 지나지 않은 어느 날부터인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던 그가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의 투병생활을 다하고 이승을 떠났다.


남겨진 이들의 상실감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마는, 지난 몇 해동안 소중한 가족들과 사랑을 나누며 추억을 새겼던 거제 앞바다에 그의 마지막 흔적을 남겨달란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런 그의 바람대로 남겨진 가족들과 함께 거제 지심도 앞바다를 다녀왔다.

며칠 동안 내린 장맛비, 낙동강을 통해 흘러내린 황톳물에 본래의 검푸른 거제바다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이왕이면 맑고 맑은 검푸른 거제바다에 마지막 가는 흔적을 흩날려 둔다면 좋았을 텐데, 장맛비가 휘저어놓은 흙탕물에 마지막 흔적을 남긴 것이 못내 마음이 쓰였지만, 이 또한 남겨진 이들에겐 그저 미련과 아쉬움으로만 남는 것을 어찌할까.


그와 난 얼마나 끈덕진 인연이 있어 이렇게 만났을까. 인연이란 것은... 그저 몇 마디의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더라도 마음속에 분명한 흔적을 남기는 그런 것이라는데.

우연히 지나치다 만나게 되고, 또다시 흩어지고 마는 구름과 같은 것이 인연이라는데.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진다고 하였는데, 나는 그 뜻밖의 이별에 황망하니 겨우 정신만 챙겨 오고 말았다.


부디 아픔 없는 그곳에서 영면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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