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너의 기억 속에는
언제였던가 우리가 함께였던 그 새벽
겨울밤의 차가운 바람이 발걸음을 끌고
어시장 한 귀퉁이 낡고 허름한 노포에서
비릿한 바다내음에 소주 한 잔
가슴 쓰라렸던 그 뜨거웠던 후회가 남아 있는가
찬 바람이 나돌던 그 새벽
여전한 어둠에 갇힌 항구에서
만취한 눈으로 졸음에 힘겨웠던 바다
우리는 무슨 짙은 미련이 남아서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을까
손 한번 휘저으면 금방이라도 어둠은 물러나고
달빛마저 눈을 감출 듯했던 그 새벽에
헤어짐의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몇 걸음을 옮기며 숙취에 심한 두통 때문이었는지
발걸음은 바다로 이어지고 숲길로 다시 이어져
우리가 올랐던 바닷가 작은 공원에는
시인의 오래된 싯구만 눈에 들었었는데
너는 그 싯구가 기억나는지
오늘은
천년 전에 바람이 하던 장난을 너에게 하고 싶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친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