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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별 Mar 08. 2024

평범해지고 싶었던 다이어트 성공기1

나도 청바지를 입을 수 있다.



이번 겨울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출산 전에도 통통한 편이었지만 출산 이후로 10kg 불어버린 몸무게가 내려올 줄을 몰랐는데, 이번겨울에 식단과 운동 특히 헬스를 열심히 병행했더니 2달 동안 12kg을 감량하고 3개월째 유지 중이다.


내 다리에는 모기자국이 많다. 우리 아파트는 산을 깎아 만든 아파트라 그런지 여름만 되면 아주 드센 모기들이 많은데 나는 항상 고무줄 치마만 입어서 그 모기들에게 발목을 다 뜯겨야했다. 얇은 긴바지를 입으면 되지만, 집에 내 허리에 맞는 바지가 없었고, 옷가게에서 내 허리에 맞는 바지를 입어보면 내 뚱뚱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바지가 입기 싫었다. 대신 내 몸매를 가려줄 통짜 원피스만 주구장창 입어댔는데, 실루엣은 지켰을망정 내 정강이에는 물려대고 긁어대는 모깃 자국으로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지금도 내 정강이의 모깃자국을 보면 이건 내가 뚱뚱했기 때문에 생긴 벌 같다고 느껴진다. 살이 빠지니 제일 좋은 점은 바지를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것 같다.


사실 살이 빠지고 제일 입고싶었던 건 청바지에 짧은 흰 티였다. 특별한 디자인이 있는 옷 말고, 평범한 옷을 입었을 때 평범해 보이는 룩을 제일 하고 싶었다. 몸이 뚱뚱하면 바지를 입어도, 티를 입어도 티가 나기때문에 나는 허리에 라인이 들어가지 않은 임부복같은 원피스가 너무 지겨웠다. 안으로 바람이 많이 들어가 몸도 냉해지는 것 같고, 바지를 입으면 살에 끼어서 소화도 잘 안 되었다.


언젠가 남편이랑 자라에 들어가 바지를 샀던 적이 있다. 이 뚱뚱한 몸으로 비싼 바지는 사고 싶지 않고, 언젠가 빠질 거라 믿으며 지금은 그냥 대충 맞는 바지 중 아무거나 사려고 들어간 가게였다. 예쁘게 진열되어 있던 청바지들은 대부분 허리가 29사이즈까지 있었는데, 모두 나에게 작았다. 그 중 약간 불량같아 보이던 앞섭이 약간 벌어진 이상한 디자인의 바지가 있었는데, 그 바지만 딱 30사이즈가 하나 남아있었다. 탈의실에 들어가 살들을 우겨넣어 보니 겨우 단추가 잠겼다. 당장 며칠 뒤 꼭 바지가 필요했던지라 그걸 사가지고 집에 돌아오는데, 그 바지를 입은 내 모습은 정말 코끼리같이 우스꽝스러웠다. 터질것 같은 허벅지에 거대한 몸뚱아리. 다이어트에 성공한 뒤 그 바지를 입어보았는데, 허리를 잠근 상태에서 벗을 수 있었다. 그 바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너무 커져버린 옷을 시원하게 버릴 때의 그 쾌감이란!


살이 빠지고 가장 좋은 점은 바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26은 조금 작고 27은 낙낙하다. 물론 나보다 더 날씬한 아리따운 분들도 많겠지만, 나는 지금 정도의 감량이면 충분하다 생각한다. 평범해지고 싶었다. 허리에 맞는 고무줄이나 통짜 원피스가 아닌, 그냥 집앞에 나갈 때에도 청바지에 짧은 니트 가디건을 걸쳐도 이상하지 않은 평범한 몸이 되고 싶었다. 이제 청바지를 입고 위에 짧고 딱붙는 가디건을 입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다. 살을 빼고 나니 그 기쁨이 아주 아주 오래 지속된다. 매 순간 옷을 입을 때마다, 매 순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매 순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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