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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별 Feb 24. 2024

멋진 초딩이 되는 너

혼자 할 줄 아는 게 좋다는 거야 아니야?


아이가 어릴 때는 얼른 아이가 커서

혼자 밥도 먹고,

혼자 화장실도 가고,

혼자 잠도 자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 한 시간 넘게 혼자 옹알이를 계속 해대며 옆에 애써 자는 척하고 누워있는 엄마의 머리칼을 당길 때마다 속으로 치미는 부화를 억누르다,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너는 왜 안 자냐며 사자후를 지르고는 이내 곧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미안함에 눈물을 흘린 적도 다반사다.


그때마다 얘는 왜 혼자 잠을 안 잘까, 어떤 아이들은 백일부터 통잠을 자는 애들도 있다던데. 옆집 누구는 한 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른다던데. 밥 먹다가도 졸리면 꾸벅꾸벅 존다던데. 왜 우리 아이는 이렇게 밤 열 시에도 열한 시에도 눈이 말똥 거리며 낮잠 건너뛰는 날도 다반사일까.


아이가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본 후

“엄마~.” (나 엉덩이 좀 닦아줘.)

할 때에도

“어~.”

하며 너는 대체 몇 살인데 혼자 뒤처리도 못할까 구시렁거린 적도 많다. 비데를 가르쳐준 뒤에는 무지막지하게 휴지를 뜯어대며 뒤처리에 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절감되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자

피곤하다며 내복바람에 혼자 이층 침대 위로 걸어 올라가 드르렁드르렁 자기 시작하고

엄마가 밀린 설거지하고 있을 때 식탁에 앉아 미역국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고,

가까운 학원과 학교를 혼자 걸어 다니기 시작하자

다시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는 같이 태권도를 데려다주다가

“엄마 이제 여기부터는 나 혼자 갈게.”

하며 미리 손을 대충 흔들어 엄마에게 안녕을 고하고는 흰색 도복과 가방을 펄럭이며 태권도 건물로 올라갔다. 그 뒤로는 태권도 건물 몇 블록 전부터 엄마가 따라올세라 미친 듯이 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이는 ‘이 정도 거리는 나도 혼자 걸어 다닐 수 있는 독립적인 멋진 어린이’라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제법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태권도 학원 앞에서 만난 동네 친구, 형들과 인사도 나누며 나름의 사회생활도 한다. 저만치 뛰어가는 아이의 옆모습을 보니 이제  다 컸다 싶다가도 집에서 여기까지 잡고 온 작고 따뜻한 손을 놓기가 조금은 아쉽다.


아직은 엄마가 자기를 보고 웃으면 이유 없이 키득키득 웃어주고, 태권도를 마치면 오늘 피구를 했고, 관장님이 자기한테 잘 피한다며 날쌔다고 칭찬해 줬다며 소소한 수다도 떨어주고, 자기가 좋아하는 빵에 맛있는 소스와 치즈를 올려 구워주면 맛있다고 호들갑 떨며 좋아해주는 시간들이 나에게는 가장 즐겁고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들이다.


몇 년이 지나면 아이의 옷들이 모두 무채색으로 변하며 특히나 아들들은 집에 들어와 방문 닫고 들어가면 끝이라던데. 종일 엄마를 귀찮게 하며 조잘거리던 아이의 앳된 목소리가 벌써부터 그리워질 것 같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나면 아이가 해달라고 하는 귀찮은 일들도 곧 지나갈 인생의 소중하고 밝게 빛나는 순간들이 된다.


아직은 엄마가 필요한 나이인 게 좋다.


오늘만큼은 밥 먹다 우유를 엎어도, 까불거리다 뭘 깨도, 하라는 숙제를 안 하고 공만 차대도, 아직은 엄마가 필요한 너를 더 소중히 여겨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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