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13살> (5) 6학년 여학생
6학년은 전통적으로 기피 학년이에요. 11월, 이맘 때만 되면 교감선생님께서 내년 6학년 담임을 섭외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일 정도랍니다.
이유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졸업식, 사춘기, 욕설, 반항 등등 한도끝도 없이 말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여학생들이 아닐까하고 생각해요. 그도 그럴 것이, 여학생들은 어제까지는 죽고 못살 소울메이트였다가도, 오늘이 되면 서로 미워하고 뒷담화를 하는 특성이 있거든요.
그 아이가 특별히 나빠서일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그 나이대가 꼭 거치고 지나가야할 일종의 통과의례가 아닐까싶기도 해요. 저도 지나쳐 온 시기이기도 하구요.
그러다보니 여학생들을 다룰 때는 특히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어제까지 분명 살갑게 대화를 붙여오던 아이가 언제 마음이 돌아설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조심하다가도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어요. 특히 저는 거짓말에 민감한데 며칠 전 여학생이 거짓말을 치고 말았거든요. 분명 물걸레질이 안 되어 있는데, 바닥에 물기가 조금도 없는데, 걸레질을 했다고 눈도 깜빡 하지 않고 말하더라구요.
어린 마음에 그럴 수도 있는데..저는 못 참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정말 청소한 거 맞아?" 라고 묻고 말았습니다. 평소 답지 않은 날카로운 말투로요.
갑자기 공격적으로 물어보니 아이도 당황스럽고 불안했겠죠? 눈빛이 흔들리더라구요.
그눈을 보니 화가 나다가도 한편으론 여태까지 잘 쌓아왔던 관계가 무너질까 걱정이 되었어요. 그 아이가 전담 선생님께 혼났을 때 어떻게 마음이 변하는지 잘 알고 있고, 우리에게는 아직 한 학기가 남아있으니까요.
저는 어느 새 아이 눈치를 보고 있었습니다.
'괜.. 괜찮나?'
'표정이 안 좋네. 하교하기 전에 기분 풀어줘야 되겠는데.'
아이가 잘못해서 혼내는 것인데도 이럴 때마다 마음이 참 어렵습니다. 괜히 차별하는 것 같아 괴롭기도 하구요.
하지만 보상이라도 해주듯 6학년 여학생들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성숙한 에너지도 참 많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선생님 예뻐요~"라고 해주는 아이들.
제가 유달리 지쳐보일 때 "야, 쌤 힘들어보이시니까 조용히 좀 해."라고 다그치는 아이들.
코끝이 찡할 만큼 감동적인 편지를 주는 아이들.
모두 6학년 여학생이거든요.
천진함과 성숙함, 그 사이 어딘가를 걸어가며 남몰래 힘들어하고 있을 6학년 여학생들. 그들만이 가진 다듬어지지 않은 감성들에 위로 받을 때마다 "6학년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못해서 혼내다가도 눈치를 보아야하는 6학년 여학생들이지만 그만큼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기에 내년에도 6학년을 기약해봅니다.
"그러니까 얘들아, 제발 삐지지마. 선생님이 맨날 눈치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