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13살> (6) 빼빼로데이
빼빼로 데이 때 있었던 일입니다.
1년 동안 가장 공들였던 Y와 있었던 일인데요,
Y는 여러 모로 어려운 여학생이에요.
어르고 달래야만 하는, 감정에 따라 행동이 쉽게쉽게 변하는, 눈치가 보이는, 사춘기의 정 중 앙을 지나가고 있는 아이랄까요.
내내 힘들었던 것 같아요. 12월이 코앞이지만 여전히 긴장되고, 신경이 쓰이는 아이이기도 하구요.
그런 Y가 빼빼로 데이날,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며 작은 간식을 건넸습니다.
저는 Y가 내게 간식을 주다니..! 이럴 애가 아닌데! 하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가 느꼈던 것보다 우리가 가까웠구나. 우리 사이에 라포가 생겼구나. 너무 다행이고 고맙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찰칵찰칵
감격의 마음에 카메라를 들어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카톡!
1반 선생님꼐 카톡 사진 한 장이 전송되었습니다. 사진에는 Y가 남자친구 J(1반)에게 선물한 빼빼로 사진이 담겨있었죠.
그 빼빼로들은… 어마무시했습니다. 어른인 저에게 그렇게 하라고 해도 엄두도 못 낼,, 정성과 사랑이 담긴 빼빼로 선물이었어요.
1반 선생님도 깜짝 놀라셔서 허락 받고 사진을 찍어 보내신 거구요.
그걸 본 제 마음은…
일단 씁쓸했습니다. Y와 친해지기 위해 그동안 했던 노력들이 무너지는 기분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요.
이런게 아이 키우는 기분인건가. 주제넘게 생각하며 감히 허탈하기까지 했구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그럴 자격이 있나 싶기도 했습니다.
준게 어디냐. Y는 고작 13살이고, 그땐 남자친구, 빼빼로 데이, 서프라이즈 선물. 뭐 이런 것들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니까…
그래서 그냥 마음껏 기뻐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저… Y와 조금 더 가까워진 거 맞겠죠?
그렇다고 해주시길.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