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비트코인으로 벤츠 뽑았대."
"정말? 그럼 나도 해볼까?"
"야 내가 아는 사람은 비트코인 하다 쫄딱 망해서 전재산 다 잃었대."
"헉 그럼 그냥 남들 다 하는 주식으로?"
"비트코인도 이제 안전자산이야."
"역시 그렇지? 그럼 질러?"
"너 그거 매초 매분 들여다보고 있을 자신 있어?"
"앗.. 그건 좀.."
지난 3년 간 들었던 비트코인에 관한 말들이다. 누군가는 벌었고, 누군가는 잃었을테지만 전부 소문으로만 무성하게 들릴 뿐 그 형체는 본 적이 없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에서 피터린치는 말했다. "이해할 수 없으면 투자 하지 말라!"
내게는 비트코인이 딱 그러했다. 대체 뭔소리야? 지갑? 채굴?블록체인?그것들은 너무 어려운 개념이었다. 사실 지금도 완벽하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책이었다. 2달쯤 전에 읽은 것이라, 기억나는 대로 요약해보자면
1. 비트코인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해주는 한) 그 가치는 무한정 상승할 것이다.
2. 화폐는 중앙은행이 관리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다. 즉 아무도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없다. 반면 화폐는 은행이 원하는 만큼 찍어낼 수 있다.
3.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4. 보안이 철저해서 비밀금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암호화폐다(?)
그리고 나를 가장 설레게했던 대망의 5번
5. 올해 초에 ETF로 나왔다.
5번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투자자들을 설레게 했는지, 그날을 기점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ETF상장이 가지는 상징성이 '도박성 투자가 아닐까?'하고 회의감을 가졌던 나같은 소심이들의 마음을 돌려세웠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보다도 더 소심한 투자자였기 때문에 위의 5번까지 (간신히) 이해하고도 투자를 결심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벌고 있겠지만 그게 나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1.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2. 변동성이 너무너무 크고
3. "비트코인 급락에 누가 자살했다."는 말을 어떻게 저떻게 몇 번 들어봤고
4. 내가 그 사람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고
5. 그것말고도 투자할 분야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슈퍼컴퓨터가 채굴 어쩌고 해서 만들어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돈이 된다는 시스템이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신상을 받아들일 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여기서도 작용했던 것이다. 나에게는 좀 버거운 체계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동아일보에서 주최한 <동아 재테크쇼>를 들으러 갔다. 10월 중순의 코엑스였다. 그날 강연했던 분 중 <미래에셋 증권> 가상화폐부서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사람의 강의를 우연히 들었다. 그는 말했다.
"6주식 : 4채권 비중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4채권을 3.5채권으로 바꾸고 남은 0.5에 코인을 채워넣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해볼만 한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6주식 : 3.5채권 : 0.5코인
비중이다.
전체를 합산한 10, 한마디로 씨드머니가 워낙 적은 사회초년생이다 보니 내 포트폴리오에서 0.5의 비중은 극소수였다. 잃어도 0.5, 아주 작은 돈이었다.
그렇다면 바로 지른다!
워낙 소심한 투자자라, 미국 지수추종하는 ETF 1주에 해당하는 가격밖에 구매하진 못했지만 아무튼! 용기를 내어 구매했다.
아빠는 "겨우 그거밖에 못샀어? 팍팍 좀 사보지 왜?"하셨지만...
언니는 "나한테 물어보고 사지!" 하며 무시했지만
이렇게 조금씩 구매해선 벤츠는 커녕, 자동차 모형 장난감도 못 사겠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적립식으로 쌀 때마다 조금씩 구매할 생각이다. 대신 비트코인 아저씨가 말했듯 내 자산의 5%를 넘기지 않도록 주의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