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구분 (feat. 아인슈타인)
뜬금없이 시간에 대해 생각하던 중,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현재가 과연 존재할까?’
당신은 아마도 살짝 어이없어하며 이렇게 반론할 것이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시간이 현재이다. 그러니 현재는 존재한다.”
맞다. 나도 알고 있다. 현재는 분명히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현재’라는 시간을 정의할 수 있을까?
과거는 분명히 정의할 수 있다. 내가 경험한 과거는 태어난 후 24년만큼의 시간이다. 미래 또한 내가 앞으로 경험할 시간으로 정의된다. 나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말이다.
이렇듯 과거와 현재는 시간의 크기를 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는 가능할까?
물론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의 크기가 0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지금 현재라고 느끼는 순간들은 매 순간 모두 과거로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크기는 0이 아니어도 0에 수렴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는 결국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또한, 물리학적으로 현재의 크기는 정말로 0이라는 말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People like us, who believe in physics, know that the distinction between past, present, and future is only a stubbornly persistent illusion”
“물리학을 믿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것은 단지 끈질기게 지속되는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이 말을 내 맘대로 감히 해석해 보자면, 결국 시간은 환상이라는 것이 아닐까? 시간은 그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하나의 차원일 뿐이고, 3차원 존재인 우리는 더 고차원의 축을 느끼지 못하기에 생기는 구분이 아닐까?
결국, 시간은 환상이기에 우리가 느끼는 ‘현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그 근처의 아주 가까운 과거와 아주 가까운 미래의 집합을 현재라 정의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현재가 물리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느끼는 지금은 분명히 현재이다. 크기가 0에 수렴하는 현재의 조각들이 모여 과거를 이루었고, 미래도 결국 과거로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를 어떻게 느낄까?
우리는 과거를 기억으로 느끼고, 미래를 상상으로 느낀다. 이 둘은 우리의 뇌 속에서 재생되는 파노라마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를 느끼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
바로 촉각, 미각, 시각, 청각, 후각으로 느낀다.
그리고 이렇게 오감으로 느낀 현실은,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재생되는 과거, 미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과거란 이미 오감으로 느꼈던, 지나간 현재들의 파편이고, 미래는 우리가 언젠가 현재로서 경험할 미지의 시간이다.
따라서 현재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가장 중요하다.
과거와 미래는 현재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고,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