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사업장에서 내 것을 찾자
매주 CD님과 하는 회의가 있다.
우리 브랜드의 다음시즌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컨셉부터 디자인 디테일까지 찾겠다는 명목하에 만들어진 아이디어 회의다. 이 회의에는 정작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나 기획을 하는 MD는 참여하지 않고 그래픽팀, 컬러팀, VMD팀, 등 다른 비주얼적인 것들을 다루는 부서 사람들만 참여한다. 그래서 나는 늘 내가 디자이너도 아닌데, 내 할 일도 있는데, VMD라 매장 나가야 하는데, 바쁜데 이러면서 찡찡대면서 자료를 찾는다.
회의는 이렇게 진행된다. CD님이 비슷한 패션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주제에 관해 숙제를 내주신다. 그리고 일주일에 2번씩 모여 숙제 검사(?)를 받으며 의견을 나눈다. 이러한 회의가 정말 여러 그룹이 있다. 다들 불만이 많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막 던져주면 기획이랑 디자인은 CD님과 디자이너들이 하지 않냐. 우리는 신데렐라를 도와주는 쥐들인 건가.
나는 이걸 내꺼화하기로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좋은 일이다. 그 회의에서 결국에 나는 패션계의 거물급인 CD님한테 패션에 대한 기본 개념들을 배우고, 타 부서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고, 회의 준비를 하면서 내 취향을 더 확고히 찾아갈 수 있다. 패션을 좋아하고 패션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어머 이게 웬 떡이냐 할 일이다.
나는 요즘 회사 생활에 지쳐서 회사원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무작정 퇴사를 해볼까? 하다가도 안정을 또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걸 너무 잘 알아서인지 퇴사는 안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 브랜드, 내꺼를 갖는 거에 대한 열망이 있다. 근데 또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사업을 막상 시작하지도 않고 있다. 30살이 된 나는 이 안에서라도 내꺼를 찾기로 했다. 차근차근 회의를 통해 배운 것들을 정리해 나가면서 학생 때부터 주구장창한 셀프 브랜딩을 이어 나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잘 살 것인가 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얻어야 한다. 적어도 나는. 회사일은 아무리 해도 내꺼가 아니라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어쨋든 패션은 내 일상이기도하면서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양쪽에서 도움이 될 것들을 찾아서 똑똑하게 살고싶다. 회사에서 최대한 뽑아갈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쏙쏙 먹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행복한 패셔너블한 부자가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