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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람 Oct 13. 2024

왜 영화를 만들지 - 「보 이즈 어프레이드」

솔직히 이거 포스터 사기야


호아킨 피닉스라는 개인의 호불호는 잠깐 접어두겠다. 그는 연기를 잘한다. 아니, 이런 늙은 남자 알궁둥이 나오는 영화는 다 찍었면서 게이 영화는 또 찍기 싫대? 도대체 기준을 모르겠다...


아무튼.


불어를 짧게 깔짝댔던 경험으로 Beau라는 인명을 읽었을 때 일단 아름답다, 아름다운, 그런 단어부터 떠올랐다. 내 기억이 맞나 확인하기 위해 구글에 beau를 검색했더니 캠브릿지 사전에 이렇게 나온다...


아. 실화냐?


세상에 어떤 엄마가 자식 이름을 이렇게 지어? ...아니다...비하인드 더 네임에도 Beau라는 인명이 있어...

...아니 그렇지만.


이거까지 감독의 의도라면 나는 정말 기절하고만 싶다...

왜냐하면 최근에도 친한 언니에게 이 영화는 아들 가진 모든 보호자가 봐야한다고 주장하며 권했고, 또 다른 친한 언니가 이에 동의하였고, 그 결과 우리 셋은 1박 2일로 놀면서 엽떡을 시켜놓고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엽떡은 맛있었다.




그의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나도 동의하는 말이 있다. 아리 애스터는 한국에서 태어나야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집성촌에서 살며 한국의 일그러진 성기숭배자들을 만나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진심이다. 괜히 트위터에서 이 트윗이 흥한 게 아니다. '미드소마 그거 추석 같은 거잖아.'


https://x.com/kimkumon/status/1365889943021572096

(아! 임베딩이 안 된다!! 젠장!!! 트위터, 현 X를 하지 않는다면 꼭 한번 읽어주시길.)


그렇지만 아리 애스터는 유대인이고 미국인이다. 나는 뉴욕에 사는 유대인 가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감독이 한국인 가족 이야기를 들으면 유대인 가족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그 삶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정상성에 대한 집착, 마이너리티에 대한 배격(둘이 결국 같은 말인가?), 능력주의, 성기환원적인 가'족'적인 분위기...뭐 그런 것들...


https://www.xportsnews.com/article/1741400


우리 사회를 설화처럼 떠도는 이야기 묶음이 있다...아들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엄마의 이야기. 아들이 결혼할 때 며느리를 무슨 경쟁자처럼 여기는 엄마의 이야기. 장성한 아들과 한 온천탕에 같이 들어가는 엄마의 이야기. 보 이즈 어프레이드도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이와 결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단지 그 '사랑'이 어마무시한 능력을 만나 아들의 모든 생활반경을 떡 주무르듯 주무를 수 있는 엄마에게 있었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아까 위에서 캠브릿지 사전에 등재된 beau의 의미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좋아하는 관점은 아니지만...어쨌든 잠깐 빌려와보면...누구나 결핍이 있다면 애인에게 엄마, 혹은 아빠의 역할을 기대하거나 남편이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아서 아들에게 남편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솔직히 이 관점은 다분히...가부장적이고...성별 이분법적이라서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아무튼...해석의 도구로 쓰자면 그렇다는 거다...내가 성장교실에서 끝끝내 으엥?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했던 것도 이런 데에서 기인하는 것 같은데...아무튼...


모나는 해리로부터 해리의 파트너로서 받아야 하는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다. 아들인 보에게 편집증적으로 집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미워하지만 사랑하고 사랑하지만 미워하고. 유갓미필링라잌어사이코...사이코...


파트너로부터 받아야 하는 대우를 적당하지 않은 상대에게 투영하고 집착하는 게 얼마나 상대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정말로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누구며 정말로 공허한 부분은 어디인지...사람들은 알아야 한다...그리고 (아주 중요함) 내 말들이 이것이 소위 아들맘이라고 불리는 이들만의 잘못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이 특별히 어떤 성기를 사랑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부터 받아야 하는 것을 받지 못했고 이는 '아들맘'의 문제가 아니라 아들맘의 파트너, 그러니까 남편의 문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타인으로 말미암은 변화는 그 타인이 변화했기 때문에 유래하는 것이지, 내가 상대를 바꿔놔서 바꾸는 게 아니잖은가? 남을 어떻게 바꿔. 변화는 내가 하는 거지. 뭐...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 같은 아내? 남편은 아내 하기 나름? 이지랄...


아무리 생각해도 아리 애스터는 섹스랑 일그러진 남성성을 싫어하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너무 인상적으로 본 나머지 아리 애스터의 단편영화 <Beau>까지 봤다. 역시나 정신병리학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고...짧아서 금방 봤다. 예산이 부족해서 본인이 일정 정도 출연(맞나?)도 해야했다는데, 단편영화도 그렇게 만들기 힘들다는 거를 이때 알았다.


동시에 왜 사람이 소설도 그림도 아닌 영화를 만드는지 좀 알 거 같아졌다. 이 방식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게 있다. 이렇게 해야지만 표현되는 것이 있다. 영상으로 남겨야 담을 수 있는 것과 전달할 수 있는 게 있다...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직접 뭔가 열심히 찍어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나는 요즘 당근에서 계속 액션캠을 검색하고, 월급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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