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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바다거북 May 07. 2024

애도하는 마음

봄이 오면 나도 괜찮아질까, 궁금해했었지.

아이의 생일은 봄이었다.

그걸 미처 생각 못했지.


한동안은 괜찮았다.

바람에 실려오는 아카시아향, 공기가 점점 달큰하고 포근해질수록 마음의 강물이 다시 조금씩 불어나기에,

아아, 5월이 오고 있구나. 하고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 내내 비가 왔고,

또 비가 온다.


당일생각보다 괜찮게 지나갔다.

생일 알람이 뜨길래 메시지도 보냈다.

생일축하해.

조금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내년에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네 계정이 언제까지 남아있을까?


그러나 오늘은 하루종일 가슴앓이를 하며 울었다.

슬픈 사람들의 얼굴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예전엔 슬픈 사람들을 볼 때면 툭 건드리면 터져 나올 것 같은 그 마음을 건드리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이젠, 구태여, 기어코. 말을 걸고 만다.

이전에 나는 그걸 무척 바랐었기 때문에.

위태하게 간신히 수습해 둔 이 바구니를 그냥 쏟아버릴 기회를. 체면도, 책임도 내던지고, 말이든 눈물이든, 뭐라도 쏟을 수 있는 기회를, 간절히.


위태하게 버티고 있는 사람이 눈에 밟히면 내 속이 너무 아프다.

타인의 것 지나치게 공명한다고 생각한다.


내내 납득되지 않는 슬픔에 가슴을 치다가 결국,

나는 그저 타인의 슬픔에 기대 너를 애도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인정다.


자꾸만 눈에 밟혔던 건, 슬픈 얼굴을 한 사람들이 아니라 같은 모습이었던 나 자신이었던 게야.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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