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디자인 연합 | 트렌드 리서치 (4) 하입(Hype)
서디연의 자율 스터디 중 하나인 '트렌드 리서치'는 2주 간격으로 진행되는 활동으로, 첫 주차의 발제자가 주제 를 선정해 이와 관련한 쟁점, 혹은 질문거리를 제시하면 한 주간 팀원들이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준비해 온 다. 마지막 주차에는 세 팀으로 나누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이를 정리해 다른 팀에게 발표하며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최근 이슈에 대한 학부생의 순수한 인사이트를 통해 국한된 사고에서 벗어나 더 넓은 생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서울대학교 디자인 연합 학생들이 이번 <트렌드 리서치>활동에서 선정한 주제는 차세대 SNS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의 SNS가 등장하는 현재, 앞으로 SNS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갈까? 이번 <트렌드 리서치>에서는 최근에 등장해 10대들에게 폭풍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하입’에 대해 탐구해보았다. 하입은 10대 만의 익명 SNS가 될 수 있을까? 혹은 본디처럼 반짝 등장했다가 금방 관심에서 사라질까? 발제자가 해당분야의 기초지식을 담은 자료를 준비하면 팀원들은 각자 관심있는 관련 이슈에 대해 심화된 리서치를 진행한 후 이를 공유하며 다양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진행하였다.
전수정:
‘하입(Hype)’은 요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익명 칭찬 앱’입니다. 현실에서는 서로를 칭찬하는 게 익숙하지 않고 부끄러운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앱으로, ‘누가 봐도 좋아할 것 같은 호감인 사람은?’, ‘가장 분위기 있는 사람은?’ ‘연예인 000 닮은 사람은?’ 등의 질문을 제시하고 아래 4명의 프로필을 선택하게 해서 투표를 통해 마음을 몰래 전할 수 있어요. 또, 앙케이트를 통해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할 수 있죠. 이 앱은 미국의 ‘GAS’, 독일의 ‘SLAY’ 앱을 벤치마킹한 앱으로, 두 앱 모두 다양한 질문에 대해 유저들이 답변하면 자연스럽게 유저 간 칭찬이 이루어지고, 수익구조는 칭찬을 보낸 사람을 확인하려면 광고를 보거나 프리미엄 구독을 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화 주제로도 하입 얘기를 많이 해서 안 깔면 유행을 못 따라가는 느낌이라고도 합니다. 하입에서 칭찬받은 내용을 캡쳐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이거 칭찬해준 사람 누구야? 고마워!’와 같이 짧은 반응과 함께 업로드하는것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합니다.
1. ‘HYPE’은 인스타그램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sns가 될 수 있을까요?
2. 기존의 sns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sns가 등장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선택의 집중
민서, 수정, 영인:
시끄러운 곳에서도 누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쳐다보게 되는 것을 칵테일 파티 효과라고 하는데 하입은 이러한 심리를 잘 이용한 것 같습니다. 이 앱은 애초에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더 찾아보고 들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선택설계를 통해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 점도 좋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선택지를 제시하는 컨텐츠는 선택지를 주지 않았을 때보다 참여율이 높은데 이를 이용하여 좋은 UX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능이 ‘선택’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SNS의 기능이 부족하여, 인스타그램 업로드의 소재, 혹은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대화 소재에 한정되는 것 같습니다. ‘질문→답→확인’의 제한된 기능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소통’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또한 의문입니다. 따라서 선후배, 서먹서먹하던 친구와의 소통의 창구로 기능하긴 하지만, 딱 그 정도의 기능을 수행하며 새로운 SNS로 기능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멀티호밍 비용 그리고 ‘칭찬’과 ‘평가’
상규, 솔, 희수:
사용자의 관심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용자를 추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 및 유희를 제공하는 것이 SNS의 기능이자 존재 이유가 아닐까요? 이러한 면에서 하입은 인스타그램과는 다른 방향의, 또 다른 하나의 소통의 장인 것 같습니다. 사용자가 유사한 두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현상을 멀티호밍이라고 하고,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할 때 사용자에게 발생하는 시간적, 정신적, 물리적 비용을 멀티호밍 비용이라고 합니다. 하입이 만약 인스타와 같은 기능을 넣고 그에 더해 칭찬의 기능을 함께 넣었다면 이렇게 흥하지 못했지 않았을까요? 인스타그램을 대체하기 보다는 독립적인 플랫폼으로서 나아간다면 또 다른 문화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 입니다.
다만, 하입이 벤치마킹한 서양 앱들의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 서양에는 프롬 퀸이나 퀸카와 같은 문화가 자리잡혀 있어 하입과 같이 4명 중 한명을 칭찬하며 뽑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을 수 있지만, 이 문화를 한국에 들여왔을 때 과연 잘 녹아들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한국 사회의 특성에서 바라 봤을 때, 사람들은 ‘남들에게 보이는 나의 이미지’에 과하게 집착하는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칭찬의 수는 곧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와 같습니다. 결국 이에 대한 강박과 집착이 심해지지 않을까요? 이 칭찬이 따지고 보면 ‘순위 매기기’에 가깝지는 않을까요? ‘칭찬’과 ‘평가’는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익명으로 활동하는 SNS에서 그 칭찬의 뉘앙스가 잘 전달이 될지,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건강하지 못한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민서, 수정, 영인:
두 앱 모두 신기효과로 새로운 컨텐츠 제공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의 일시적인 시간동안 사용이 급증한 사례입니다. 이후 새로움을 느끼지 못함과 더불어 컨텐츠의 부족으로 많은 유저들이 떠나간 앱들입니다.
본디의 경우, 50명이라는 제한된 사용자는 연결 가짓수가 많아질 수록 연결의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이룰 수 없고, 심미성이라는 장점 아래 SNS 기능의 부족, 콘텐츠(게임적 요소)의 부족, 개인정보 이슈 등의 문제들이 많았기에 자신이 앱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게 될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한 사용자들의 이탈로 인기를 지속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방 늘리기, 스페셜 꾸미기 도구 등의 부차적 서비스를 통해서만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수익구조가 가장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컨텐츠 자체도 부실했지만, 이 서비스가 실제 결제로 이어지는 사용자가 드물었기에 결국 서비스를 계속 운영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클럽하우스 역시 제한된 사용자로 인해 타 SNS에 비해 네트워크 효과가 떨어졌습니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려면 사용 중인 다른 유저에게 초대를 받아야했는데, 이는 앱을 사용중인 이들에게는 충성심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커뮤니티가 폐쇄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기존 소셜 미디어와 가장 차별화되었던 점이 ‘쌍방향 음성 기반(대화를 듣는 청취자도 ‘손들기’ 버튼을 누르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의 특징인데, 유명인들이 진행하는 방이나 듣고싶은 대화의 경우 다른 청취자들도 많아 손을 들더라도 대화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힘듭니다. 이렇게 된다면 사실상 기존의 TED나 팟케스트와의 차별성이 떨어져 사용자들이 계속 앱을 이용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대중화가 어려웠다는 점도 클럽하우스가 지속되지 못한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쇼츠, 릴스 등 소셜미디어는 점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시간대에 접속해서 1시간동안 들어야 하는 클럽하우스의 시스템은 현대의 흐름과 맞지 않습니다. 또, 대화를 진행하는 사람은 대체로 유명인과 전문가로 강연의 질이 높은 편이라 학생과 같은 일반 대중이 1시간동안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엔 부담스러워 콘텐츠의 생산자가 제한된다는 점 역시 대중화가 어려웠던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 SNS와 오프라인적 유대감 속성의 접목!
상규, 솔, 희수:
현실에서 자주보는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의 외형을 자주 접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사람과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일까?
메타버스 SNS 내에서의 유대감 형성에는 온라인 뿐만아니라 오프라인적인 속성도 가집니다. 오프라인적 유대감 속성이란 익숙한 환경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관계는 낯선 사람일지라도 유대감이 발생하며, 이렇게 마주치는 낯선 사람의 수는 친숙한 사람의 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관계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속성입니다. 당근마켓의 경우 같은 지역 공간이라는 공통점을 제공하며 공간을 매개로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직거래를 통한 오프라인 만남을 유도하며 사용자간의 시공간을 공유하도록 합니다. 이처럼 익숙한 환경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관계는 유대감 형성 및 관계에 더 큰 영향을 주며, 이는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데서 오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입니다.
이렇게 마주침 횟수가 유대감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오프라인적 유대감 속성을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로 발전시킨 메타버스 SNS 내 기능을 제안합니다. 온라인의 경우 오프라인과 달리 외형적 특성을 통해 이전에 마주쳤던 이들을 재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시 마주칠 때마다 마주침 횟수가 실시간으로 증가하는 인터페이스를 추가하거나, 상대의 외형에 특정 효과가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추가합니다. 그리고 그 횟수에 따라 ‘길 묻기’, ‘안부 묻기’, ‘번호 따기’, ‘데이트 신청’등의 자율적인 퀘스트를 제공해 퀘스트 달성 시 리워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본디의 ‘플로팅’ 서비스에 접목시킨다면 오프라인의 유대감 속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SNS가 등장할 것 입니다.
멀티테스킹의 끝판왕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민서, 수정, 영인:
앞서 말한 것처럼 앞으로 SNS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계속 성장할 듯 합니다. 더 나아가서 여러 시간 레이어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멀티테스킹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데스크탑 혹은 화면에 여러 창을 띄워 놓듯, 일상에서 은은하게 여러 기능을 활성화되는 SNS처럼 말이죠.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SNS가 등장한다면 멀티테스킹의 기능이 강화된 형태가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티 인스타그램과 UI 미니멀리즘
서연:
요즘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SNS는 ‘안티 인스타’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연출된 ‘인생 숏’에 반하는 앱 ‘비리얼(BeReal)’은 보정 필터도, 영상 촬영 기능, 해시태그도 없습니다. 이 SNS는 하루 한 번 앱에서 “진짜를 보여줄 시간(Time to BeReal)”이라는 알람을 보내고 사용자는 2분 안에 휴대폰으로 자신의 주변 환경을 찍어 업로드해야 합니다. 이렇게 찍힌 사진은 사용자 주변 환경과 현재 모습을 친구들과 공유합니다. 인스타그램이 ‘나’를 잘 모르는 사람과도 공유하는 대외적인 이미지라면, 비리얼은 ‘찐친’들과 공유하는 #menow(인터넷 상에서 지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사용하는 밈)입니다. 진정성있고 자연스러운 친목이 가능한 앱인 것이죠.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과 비리얼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은 다르니까요!
‘과시’ 키워드를 지향하는 어플의 경우 지금의 인스타그램을 이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일상 즉각 공유 기능(스토리), 짧은 글 공유 기능(말풍선), 나만의 피드 꾸미기, 친목 기능(스토리 답장, DM), 사진 필터 보정 기능, 광고 및 수익화 기능 등.. 다른 어플로 전향하고자 하는 유저들은 이 기능들 중 한 가지만 없더라도 불편함을 느낄 것입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sns가 등장한다면 컨텐츠 자체가 변하기보다는 UI가 바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페이스북에서 인스타로 변해오며 점점 UI가 간소화되고 있다고 느껴지기에, 만약 새로운 SNS가 등장한다면 여기서 더 간소화된 UI 이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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