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디자인 씽킹, 대체 뭔데? 공감과 인터뷰 편 (3-3)

3.3 EMPATHIZE 가장 중요한 단계, 공감 - 인터뷰 상편

사용자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인터뷰하자


이전 편에서 설명한 두 가지 방법, 체험과 관찰을 통해서 우리는 어느 정도 사용자의 니즈를 유추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함께 꼭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 실제 사용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이다. 물론 인터뷰의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는 은퇴하신 나의 박사 지도교수님 래리 라이퍼 Larry Leifer 교수님께서는, 인터뷰와 설문지에서 사람들은 늘 거짓말을 하기 일쑤고 정말 믿을 것은 관찰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것도 나의 첫 박사 연구 계획안을 발표하는 미팅에서 말이다. 그렇다. 내가 제안한 연구 방법론은 바로 인터뷰였다 (!) 

인터뷰로 박사 연구를 하겠다는 야심찬 학생에게 인터뷰는 믿을 게 못 된다고 말씀하셨던 괴짜 교수님, 래리 라이퍼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도 교수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 특히나 나도 설문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부분이 있다. 또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심스레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 보자면, 인터뷰를 하는 디자이너가 정말 진실된 마음을 가지고 인터뷰 대상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대상자들은 생각보다 쉽게 싶은 속마음을 드러내게 된다. 인터뷰를 하는 디자이너가 노골적인 상업적인 목적 혹은 인터뷰 대상자에게 대한 편견을 내비치게 되면, 대상자들은 순식간에 그걸 알아차리고 똑같이 피상적으로 그 디자이너를 대하게 된다. 


니드파인더로서 우리가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당연히 결국적으로는 니즈를 유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니즈에 대해서 성급히 먼저 생각하기보다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것은 인터뷰 대상자 그 자체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것은 인터뷰 대상자 그 자체이다. 

이 사고방식은 스탠포드 디자인 씽킹 용어로는 세계관 worldview라고 부르는 것이다. 다소 거창한 이름이지만 간단히 생각하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신념이다. 예를 들어 보자. 9.11 사태는 왜 발생했을까? 누군가는 이것이 중동에 있는 악의 축이 저지른 용서 못할 만행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받은 다른 누군가는 이것이 자유를 위한 항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사건에 대해서는 해석이 존재한다. 


나는 학부 시절, 학교 광장에서 나눠주는 공짜 선글라스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하얗고 파란 선글라스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I love Israel!’ 그 문구를 읽고서도 나는 이스라엘을 사랑하는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별 생각 없이 넘기고는, 그저 공짜 선글라스가 생겨 기쁜 마음으로 기숙사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선글라스를 본 내 룸메이트는 깜짝 놀라며 자기는 이스라엘을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미국에서는 친 이스라엘이 보수 정치의 큰 특징으로, 굉장히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가졌던 내 룸메이트에게는 그 문구가 매우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진보 정치인 중에서도 상당히 급진적인 버니 샌더스 Bernie Sanders 지지자였다.) 한 선글라스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았을 때,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 인터뷰를 하면 좋을지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들을 아래에 정리해 보았다. 


Q. 인터뷰는 얼마나 길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한 사람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그의 사고방식을 깊이 이해하고, 그 사람이 새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까지 대략적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수준까지 하면 좋다. 주로 60-90분 정도를 인터뷰 시간으로 잡지만, 인터뷰가 미리 정했던 시간을 넘어가는 것은 아주 좋은 사인이다. 경우에 따라 인터뷰 대상자가 마음을 열고 길게 이야기할 수 있으므로 2-3시간 정도까지 비워 두는 것도 좋다. 


숙련된 니드파인더일수록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는 시간이 적게 걸릴 것이다. 4학년 전공 수업 강사님이자 니드파인딩을 전문으로 하는 Jump라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의 설립자인 Dev Patnaik이 나에겐 꼭 그랬다. 학기 중반에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과 1:1로 10분 정도 진로와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짧은 시간에 나는 데이브 Dev가 진심으로 나의 삶에 관심이 있으며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다는 잔잔하지만 강력한 메세지를 받았다. 나는 마음을 터놓고, 실은 지금 박사 진학과 UX 디자이너로 취직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무엇이 더 좋은 선택지일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데이브는 내 말을 한참 듣더니 ‘썸머는 지금 무엇이 더 좋은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지만 선택할 용기가 부족한 것 같다.’ 라는 말을 해 주었다. 이 이야기에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고, 그 짧은 시간에 데이브가 나의 니즈를 파악하고 가장 나에게 필요한 말을 해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Q. 인터뷰는 몇 명을 하는 것이 좋을까? 

니드파인딩을 하는 주제와 인터뷰의 숙련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한 주제에 관해서 5명 정도를 인터뷰하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10명 정도를 인터뷰했을 때 니즈에 대한 가닥이 잡히고, 20명 남짓을 인터뷰하면 니즈에 대해서 꽤나 자신감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문득 궁금해져 연구를 찾아 보았더니, 니드파인딩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인터뷰를 통한 정성적 연구를 위해 몇 명 정도가 필요한지에 관한 논문이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몇 명 정도를 인터뷰했을 때 더 이상의 인터뷰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것인가에 관한 연구였다. 본 논문에서는, 비슷한 인터뷰 대상자들을 섭외하고 주제가 비교적 명확한 경우에는 9~17명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Q. 인터뷰는 어디서 하는 것이 좋을까? 

좋은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가 속마음을 술술 이야기하게 만든다. 따라서 주변에 듣는 귀 혹은 소음이 없는 조용한 공간이 좋다. 또 인터뷰를 녹음하는 것이 추후 인터뷰 내용을 다시 곱씹어보는데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공간이 녹음의 질도 올릴 수 있다. 물론 녹음에 대한 동의를 사전에 얻어야 하고, 특별히 녹음 파일이 연구 데이터로 사용된다면 소속 기관의 윤리위원회에서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 승인을 사전에 받는 것이 필수이다. 


Q. 인터뷰는 누구를 하면 좋을까? 

물론 가장 핵심적인 인터뷰 대상자는 내가 생각하는 사용자일 것이다. 휠체어라면 휠체어 사용자, 쇼핑카트라면 쇼핑카드 사용자일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 이외에도 인터뷰하면 좋을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전문가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란 고등교육 수료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IDEO의 창립자이자 스탠포드 디자인 교수를 맡고 계신 데이빗 캘리 교수님은, 이런 전문가들을 찾아내서 배울 때 스스로 니드파인딩을 하는 것 보다 훨씬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일찍이 말씀하셨다. 예를 들어 쇼핑카트라면, 마트에서 늘 쇼핑 카트를 가져다가 정리하는 사람이 전문가일 것이다. 혹은 아이를 데이로 매일 장을 보러 오는 어머니일 것이다. 


이 전문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이 바로 ‘극한의 사용자' Extreme user 이다.  (시중의 출판서적에서는 극단적 사용자로 번역하였다.) 극한의 사용자란 내가 생각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분야의 양 극단의 소비자들을 말한다. 보통 어느 제품이나 소비자들을 보면 선호도에 따라 정규 분포를 보인다. 이 커피를 극도로 좋아하고 매일같이 마시는 사람이 있나 하면, 너무나도 싫어해서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아이폰이 런칭되기도 전에 줄을 서서 구매하는 사람이 있나 하면, 피처폰으로도 몇 년이 지나건 행복한 사람도 있다. 이런 극한 사용자들의 특징은 소수라는 점이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 생각지 못한 창의적인 제품 혹은 지금은 없는 미래의 제품을 디자인 할 수 있다. 

 




정리하며 -------------------------------


1. 인터뷰의 목적은 니즈를 발굴하는 것이나, 인터뷰 과정에서는 사용자 한 사람과 그의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2. 인터뷰는 주로 60-90분 정도 진행된다.

3. 10-20명 정도의 사용자를 인터뷰하면 니즈에 대해 꽤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4. 전문가 인터뷰로 효율성을, 극한의 사용자 인터뷰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위 내용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나 새롭게 다가왔던 점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덧글을 달아주시고, 그러한 점이 없다면 본문을 잠깐만 시간을 들여 다시 훝어 보시길 권장합니다. 새롭게 접한 지식에 대하여 궁금한 점과 나의 관점을 정리하는 것은 스탠포드의 모든 학생이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학습방법입니다. 또 공유, 구독과 덧글을 통해 저는 힘을 얻고 더욱 양질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 



참고 논문: 

 Hennink, M., & Kaiser, B. N. (2022). Sample sizes for saturation in qualitative research: A systematic review of empirical tests. Social science & medicine292, 114523.


이미지 출처:

IDEO 2010 

 https://makeiterate.com/ideo-design-thinking-process-and-practice-the-complete-guide/

작가의 이전글 디자인 씽킹, 대체 뭔데? 공감과 관찰 편 (3-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