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주 Oct 21. 2024

[시] 심장이라는 사물




지워진 단어를 들여다본다


희미하게 남은 선의 일부

또는 ㄴ이 구부러진 데

지워지기 전에 이미

비어 있던 사이들


그런 곳에 나는 들어가고 싶어진다

어깨를 안으로 말고

허리를 접고

무릎을 구부리고 힘껏 발목을 오므려서


희미해지려는 마음은

그러나 무엇도 희미하게 만들지 않고


덜 지워진 칼은

길게 내 입술을 가르고


더 캄캄한 데를 찾아

동그랗게 뒷걸음질치는 나의 혀는








-한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