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브런치 아니고.
*오백 자 밴드(주석 참고)에 올렸던 몇 개의 글을 브런치로 옮겨 적었다. 옮겨 적었다기보다 복사하고 붙여 넣었다는 말이 맞겠다. 오백자용 글 하나, 브런치용 하나 이렇게 써서 나란히 올리면 좋겠으나 그런 대단한 일은 하지 못한다. 오백자에 썼던 글들을 열어보고 친구나 지인들 이야기는 제외하고 몇 개를 골라 올렸다.
*오백자 밴드: <500자 1일 수행> 네이버 밴드 줄임말. 하루에 오백자 이상의 글을 매일 꾸준히 올리는 모임.
다음 날 아침이 되자 “000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몇 개 뜬다. 라이킷이 뭐지? 검색을 해보니 유튜브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과 비슷했다. 그제야 like it였구나 생각을 했다.
라이킷과 구독이 있는데, 라이킷 했다고 해서 상대방이 내 브런치를 구독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유튜브를 다양하게 봤어도 구독을 할 때는 괜히 신중해지고 함부로 누르지 않는 것과 같다. 그건 영상을 보는 사람의 특권이다.
그동안 브런치를 거의 읽어본 일이 없어 이런 시스템이 있는 줄 몰랐다. 조회수 정도가 있겠거니 예상했을 뿐이다.
글을 7개 올렸는데, 아주 멋진(?) 한분이 내 브런치를 구독해 주어 1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유튜브 영상을 올릴 때도 구독자가 생기면 그렇게 기뻤는데, 브런치도 구독은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 부작용이 있다. 자꾸 라이킷을 확인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좋아요 즉, 라이킷 눌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다림은 목적 전치를 가져올 수 있다. 글 쓰는 게 주가 아니라, 내 글에 호응해 주기를 더 기다리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가끔 사람의 정신을 흐려놓기도 한다. 내가 sns를 하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잡념을 슬기롭게 해소하는 방법에 서툴기 때문이다.
사실 라이킷이나 구독이 큰 문제는 아니다. 그건 내 마음을 잘 다스리면 된다. 가끔 나 자신과 지지고 볶으며 심신이 어지러울 때가 있겠지만.
더 큰 고민은 따로 있다.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글을 올릴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는 근본 없는(?) 동화와 아이들 키우며 일하는 이야기나 남편 흉보는 뭐.. 이런 소소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소소소소한 이야기를 올리는 게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1년에 한 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있던데, 자신이 쓴 글 10-30개를 브런치북으로 묶어서 제출하는 것이다. 10명에게는 출판의 기회도 준다고 한다. 요즘 광고가 계속 떠서 눈여겨보게 되었다. 내가 도전을 하게 된다 해도 내가 올린 글들을 어떤 목차로 묶을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힌다.
매일 루틴으로 일정한 글을 꾸준히 올렸던 오백자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약간 ‘글 시장’에 내던져진 기분도 든다. 누가 날 알아주면 좋은 것이고, 몰라주면 상처가 될 수 있다. 오백자는 나를 뛰어넘는 어떠한 도전이라면, 브런치는 글을 올릴 때 의식을 더 하게 되고, 결과를 기대하게 된다. 내 능력을 바로바로 상기시키는 것과 같은 숫자 피드백에 내가 좀 더 단단하고 강단 있게 마음을 먹고 글을 올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에구, 시작부터 뭘 그리 걱정이 많을까 싶기도 하다. 크게 생각하지 않고 덥석 들어왔는데,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니 내가 좀 초라해졌다. 그래서 이런 생각들이 든 것 같다.
하지만 당분간은 꾸준히 올려 볼 생각이다. 방향도 목차도 흐릿하지만, 그냥 올려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