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사모님이 될지도.
남편 이야기를 오백자*에 쓰면 남편은 왜 남의 사생활을 쓰냐고 핀잔을 준다. 그럼 나는 반문하곤 했다. 내가 내 남편 이야기도 소재로 삼지 못하느냐고. 그러나 남편은 핀잔과 시비 그 중간에서 나의 루틴을 응원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밤 12시가 넘으면 오늘은 뭘 썼냐고 물으니 궁금하기도 하고 대견해하는 마음도 있어 보였다.
*오백자:
500자 1일 수행 네이버 밴드 동호회.
그런 남편이 오늘 나에게 큰 소재를 하나 주었다. 그건 바로 택시 자격증을 딴 것이다.ㅎ 난도가 높은 시험은 아니니 당연히 합격은 하겠지 생각은 했다. 떨어지면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으려 했다. 문제지는 사놓고 도통 보지를 않으니 저러다 떨어지지 내 눈에선 레이저가 나왔다.
시아버님이 개인택시를 운행하시니 언젠가 남편은 택시를 양수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택시운행을 할지 택시를 되팔지, 그건 알 수 없지만 남편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자격증을 따 놓으려던 참이었다. 지금 당장 남편이 택시를 탄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겠지만 반갑지도 않다. 아직은 젊으니 조금 더 무모한 일들을 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노후 준비는 해놓되 이것이 메인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오늘 새벽, 거실에서 종이 페이지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시험이 코앞이라 긴장이 되었나 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운전면허 시험을 보면서도 엄청 떨렸으니까.
유준이를 낳고서 시험장에 몇 번 가본 일이 있다. 사회복지사 1급, 사회복지직 공무원, 공무직, 한능검(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 중 사회복지사 1급과 한능검 1급 합격증을 받았다.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에는 떨어졌고, 절대평가가 큰 요소인 시험은 합격을 한 것이다. 아, 온라인으로 독서지도사 필기와 실기도 합격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책수업을 하고 있다.
남편 앞에서 나는 시험 전문가다. 남편은 십몇 년 전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본 게 마지막이었으니 시험이 어색할 터였다. 증명사진이나 컴퓨터용 사인펜 같은 준비물은 없는지 묻자, 그제야 족히 10년은 되었을 증명사진 찾기에 어슬렁어슬렁 움직인다.
낮 시간을 보내며 이제쯤 시험을 보겠거니 하는 중에 카톡 메시지가 왔다.
‘택시 운전 자격증’이다. 오랜만에 남편의 카톡에 웃음이 나왔다. 다행히 문은 열어줄 수 있게 됐다.
나는 인내심이 부족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내가 해내야 하는 일, 인내심을 요하는 대부분 일에 참아내기가 힘들고 서툴다. 여유 있게 기다리는 방법을 잘 모른다. 육아휴직을 하고 다음 단계를 위해 착착착 움직이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내 눈에 성이 안 찼다.
며칠 전 아이를 재우고 힙시트를 한 채 아무렇게나 잠든 남편의 얼굴을 보며, 심장 부근이 짠하게 조여왔다.
내가 아들을 키우듯 이 남자도 한 여자의 아들이다. 귀하고 귀하게 자라 나를 만났고, 아이들을 낳았다. 제주섬에서 가정을 꾸리고 돈을 벌며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치열한 대도시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입사할 수 있는 회사수가 적으며, 임금도 최저임금을 유지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10년을 함께한 회사를 나와 무에서 유를 개척하는 그 모습이 안쓰럽고, 두렵고, 불안하기도 하다. 자는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아렸다.
아들을 응원하듯 남편을 온전히 믿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여유 있게 기다리자. 착착착 척척척 오늘내일이 변하지 않더라도 다그치지 말자. 가장 힘들 때 힘을 보태주는 그런 마누라가 한 번쯤은 되어보자 마음을 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