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과 사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대하면서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대해
참 많은 감정들이 드나든다.
학교가 아닌 새로운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학부모님과의 상담 비중이 더 커졌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곳은 논술학원.
문해력과 입시에서 논술, IB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문제풀이식 학원, 소위 국어학원보다
논술학원에 관심을 갖고 찾는 분들이 많음을 느낀다.
타겟층이 초중등이다보니,
대부분의 학부모님의 니즈는
"우리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하신다.
그래서 프로그램과 커리큘럼 취지에 대해 설명드리면 고개를 끄덕이시다가도 결국 마지막엔
"내신준비도 같이 해주시나요? 문제풀이도 있나요?"
라는 질문이 꼭 나온다.
그러다보니 상담의 마무리는 아이의 입시에 도움이 됩니다.라고 해야
신규등록으로 이어지게 되는 웃픈 현실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입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입시라는 것이 존재하고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이유가
아이의 사고력을 키우고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잘 전달하고 설득하는 힘을
키우기 위함이란 본질적인 것이 아닌,
그저 수능을 잘 보기 위해서,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해서라는 목적으로 교육을 대하는 현실은
정말 바꿀 수 없는 걸까?
입시가 아닌 성장을 말하다.
이지영 강사님이 한 고등학교 설명회에서
학부모님들께 강연한 유튜브를 본 적이 있다.
평소 강사님이 학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이
성인이 된 나에게도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될 때가 많아 종종 챙겨보곤 하는데
학부모는 아니지만 이번 강연의 제목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올초부터 나의 최대 관심 키워드는 성장,
그리고 교육이여서 그런지
80분이라는 꽤나 긴 러닝타임이지만
정말 몰입해서 끝까지 다 보게 된 명강연이었다.
고등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입시=의대가 전부인것마냥 이야기하는 환경속에서
좌절하고 포기하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과연 이게 맞는걸까? 안타까운 순간들이 많았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면 학년마다 한 두명씩은 도서관에 꼭 와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갔다.
모두 학업, 진로에 대한 얘기다.
하지만 행복하게 얘기하는 친구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당시 근무했던 학교에는 학년별로 아홉반씩 있었는데 무려 여덟반이 자연계였다.
진로에 관한 행사를 진행해보면 열에 아홉은 의대, 의학계열이 목표란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망쳤다며
내신은 포기하겠다는 아이들.
시험 망쳤다며 자살이란 단어를 정말 스스럼없이
꺼내는 아이.(듣자마자 어찌나 놀랬는지...)
수능을 위해 자퇴를 하겠다는 친구들.
(현역은 n수생들에게 이길 수 없다며)
의대를 가려면 재수는 디폴트라는 수험생 친구들.
+ 학교현장을 떠나 사교육 현장에서 마주한
꽤나 충격적이었던 건,
초등학교 5학년인 한 아이의 방과후 스케줄이었다.
어머니가 항상 라이딩을 해주시는데 들어보니
주요 교과목 모두 학원을 다니고 있다더라.
과목당 파트별로 나누어서 2-3개씩
다닌다는 것이었다.
들어보니 진로 목표는 서울대 의대였다.
물론 부모님의 정해놓은 진로이다.
아이가 서울대 의대 진학하기 전까지는
여행이든 뭐든 일절 하지않겠다는 어머님의 말.
어린 나이지만 그 아이는 이미 엄마의 방식을
담담히 받아들인 것 같았다.
3시간씩 책상에 앉아 몸을 베베 꼬며 "선생님 하기 싫어요"를 연발하는 아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뭐냐고 물었더니 체육이라고.
체육을 좋아한다는 아이의 말투와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교육의 본질이 뭘까?
왜 우리는 교육을 하고 받는걸까?
어떤 교육이 진짜 우리를 위한걸까?
나의 유년 시절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우리 엄마도 교육열이 꽤나 높으셨던 분이라
나의 사교육은 유치원 때부터
온갖 가정방문 학습지 수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산수문제를 풀지 못했을 때의
엄마의 호통과 주눅들어 대답하지 못했던
어린 내 모습도 고스란히 떠오른다.
문제집, 시험을 잘 풀기 위한 공부.
엄마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부하고
한 문제, 1점에 일희일비하며 웃고 좌절하며
숫자로 모든 것이 정해지고 대우 받던
20-30년 전 그때의 교육과 지금의 교육은
왜 변하지 않는걸까?
AI, 저성장 시대를 겪는 아이들에게
여전히 내가 받았던 그 시절의 교육과 같은 방법과
내용으로 수업하고
부모님이 정해놓은 루트대로
아이들을 밀어넣고 있는 현실이
건강한 교육인지.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정말 아이를 위한 건지.
자신들의 대리만족을 위한 것인지.
그저 이상일 뿐이라고 말할 게 아니라,
우리가 당장의 입시교육을 바꿀 순 없지만
부모로서, 먼저 세상을 살아본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어떻게 끌어주고 대해야하는지.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하며
왜 그러한 교육을 해야하는지.
대학이 끝이 아닌, 어른으로서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많은 갈림길에서
올바른 방향성과 선택을 할 수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위해 우리가 진정으로 그들을 위해
해줘야할 것들이 무엇인지.
결국, 내가 생각하는 교육은 행복.
행복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진정한 성장이 밑거름이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행복한 아이들이 많았음 좋겠다. 정말로.
이미지 출처: https://youtu.be/dUAQXqcp-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