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이기고 싶어서 데이터를 직접 작성할 생각마저도 했던 시절 이야기
시프트가 미국에서 막 논란도 되고 덕분에 컵스 우승의 주역 앤서니 리조 타율이 떡락하기 시작하던 시기 쯤에...(그러니까 아마도 우리 욱동님 1군 수비코치 하던 시절) 한국에서도 시프트를 시도하는 구단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아래 그림에서는 주자 상황에 따른 수비 포메이션 변동 정도가 보이긴 한데, 큰 시프팅은 보이지 않는다. 이 그림을 붙여놓은 건 다른 이유가 있다.
마산에서 두산이랑 할때, 그리고 잠실에서 두산이랑 붙을때는 왠만하면 가서 저런걸 기록하고 있었더랬다.
너무너무 두산이 이기고 싶었다. 그냥 개인적으로 그랬다. 그래야 우승할 수 있었으니까. 시즌초에 몇경기 보다 보니, 보이더라. 두산 수비수들은 알아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더라. 아래 그림에 보이듯이. 특히 허경민은 카운트와 타자 유형에 따라 앞뒤를 오가며 항상 대비하고 있었다.
'카운트에 따라 약간씩 알아서(아닐수도 있지만) 조정을 하고 있었다'
경험적으로 알고있는 무엇에 따라 알아서 가 있다. 당시 두산 내야는 말할것도 없는 리그 최강의 수비력을 가진 팀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파고들고 싶었다.
수비수의 시프트 위치 같은걸 기록한 자료는 당연히 없었다.
사실뭐 이게 궁금할 필요가 있기나 한가. 타자가 잘치면 시프트 뚫리는데.... 그래도 이 시프트에 주목한 것은, 카운트에 따른 미세한 변동이 보일 경우라면 그 이동에서 상대의 사인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없으면 만들어야 했고, 그래서 직접 가서 그렸다. 이걸 어떻게 데이터로 만들지 난감해서 그 다음 작업을 하질 못했다. 일단 UZR 매핑에 맞게 그리면, 언젠가 어떻게든 쓰겠지 싶어서 저렇게 해놨었다. 한 타석에서도 두스텝 이상 움직임이 달라지면 기록하고 그랬는데 그거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내가 데이터팀에 근무하며 가장 감사히 생각했던 점도 이 부분들이다. 궁금하면 해보라고 해 주셨고, 그렇게 일년내내 돌아다니면서 도대체 뭘 만드는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덕분에 디라커 리뉴얼은 하고 나올 수 있었다.
초짜는 궁금한게 많다. 그래서 해봐야 한다. 솔직히 앉혀놓고 가르쳐줄 정도로 인력이 많지 않잖아. 그럼 맨땅에 헤딩해볼 기회를 줘서 키워내는게 가장 빠를지도 모른다.
사람 마음이란게 다 똑같아서, 틀린거라고 해도 꼭 해보고 박살이 나야 틀린줄 안다. 이건 사실 부모가 된 후로 아주아주아주 많이 느끼고 있다 ㅎㅎㅎ
앞으로도 우리 KBO의 야구단들이 분석가들의 호기심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ps) 결국 나는 그 순간을 못보고 퇴사했지만, 그 이후에 동료들이 그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다고 한다. 난 해설을 마치고 집에 와서 펑펑 울었다. 왠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랬다. 한이 풀린 느낌이었다.
이제 분석도 할줄 모르고 종종 이런거나 써야지...